2학년이 되는 형민이

 우리 아파트 현관 문에도 피자나 치킨을 광고하는 전단이 종종 붙습니다. 몇 마리를 싸게 준다거나 사은품을 내 거는  광고지만 늘 제대로 읽지 않고 휴지통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어느 날 집 들어와 보니 형민이가 닌텐도(게임기)가 생겼다면서 슬며시 내 놓았습니다. 또래들이 갖고 놀기에 형민이도 오래 전부터 갖고 싶어 했지만 엄마, 아빠가 그리 썩 좋아하지 않는 물건인지라... 포기했던 물건인데 갑자기 이게 생긴 겁니다.  

사연을 알아 보니, 집 근처 '굽네 치킨'에서 닭 튀김을 주문하면 한 달에 한 번 추첨해서 닌텐도 DS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 집이 당첨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졸지에 계획에 없던 닌텐도 게임기가 생겼고 형민이는 횡재(?)한 셈이었습니다.

우리가 받은 것은 닌텐도 게임기 본체이고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즐기려면 별도의 칩을 구입해야 하더군요. 게임기도 생겼으니 더 이상 막을 수 없겠다 싶어 형민이에게 몇 일 뒤 칩을 사 주었습니다. '별의 커비 - 도팡 일당의 습격' 편입니다.

칩을 사러 아빠와 형민이가 함께 이마트에 갔습니다. 칩은 약 3만원 하더군요. 아빠가 어릴 땐 이런 게임기를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30년 후 세대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겠지요. 형민이는 엄마, 아빠로부터 이 게임기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원칙을 정해 두고 일정한 시간만큼만 게임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형민이는 하루 하루 커 가고 있습니다.

1학년을 완전히 마치고 봄방학 하던 날...형민이는 1학년 동안 학교에서 했던 활동 결과물들을 모은 '형민이의 1학년 작품집'을 가져 왔습니다. 겉표지는 형민이가 예쁘게 꾸민 것인데...형민이의 1학년 작품집의 표지 모델은 세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형민, 성은, 시은...이렇게 동생들은 오빠 작품집에까지 표지 모델로 등장합니다.

작품집 아래를 자세히 보면 형민이 옆에 동생인 성은이와 시은이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형민이는 학교에서 1학년 작품집의 표지를 만들 때에도 동생들을 그려 넣을 정도로 항상 동생들을 챙기고 사랑합니다.

형민이는 학교 공부 말고도 태권도 학원(매일)을 다니고 튼튼 영어(금), 씽크빅(월, 국어, 한자) 선생님도 1주일에 한 번씩 만납니다.  학교에서도 방과 후 수업이 있는데 1학년 때는 컴퓨터 교실, 주산, 점핑 클레이 과목이었고 2학년에 올라 와서는 '독서, 역사, 테마 논술(월,금)', ' 키즈 랩(화,목)'을 신청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사실 형민이는 컴퓨터, 주산을 계속 하고 싶어 했는데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게 좋겠다는 엄마, 아빠의 의견을 받아 들여 새로운 과목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형민이는 2학년 1반입니다.  2학년이 된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형민이가 말했습니다. "아빠, 선생님이 내일 반장 선거 한대요."

형민이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 형민이는 반장 하고 싶니?"   "응..."

뜻밖이었습니다. 반장을 하고 싶다니...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형민인데... 선생님은 내일 반장 하고 싶은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투표로 결정한다고 했나 봅니다. 마침 이 날은 수요일이었습니다. 수요 예배 마치고 오는 차 안에서 형민이에게 왜 반장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반장이 되면 뭘 할 건지도 물었죠.

반장 선거가 있다면 이런 질문을 받을 수 있기에 준비하는 측면도 있지만,  반장은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반이 되도록 선생님과 친구들을 돕는 역할이라는 걸 가르쳐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형민이는 반장을 하고 싶어하지만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죠.  아무래도 인기있는 아이들이 표를 가져갈 테니까요.

다음 날 저녁, 선화로부터 형민이가 부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제 겨우 2학년이지만... 리더쉽을 기르고 섬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참 감사할 일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형민이가 부반장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하나님이 형민이의 앞 길을 인도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빠는 전혀 생각도 하고 있지 않은데...조용히 형민이의 세계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놀랍기만 합니다.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게 너무 많습니다. 형민이에게는 알러지 비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숨 쉴 때마다 콧소리가 나죠. 생각 같아선 시원하게 숨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축농증이 생기지나 않을까 염려도 되지요. 아이의 이런 연약한 부분을 보면서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건...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이의 체질이나 성격..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죠.

형민이는 매일 일기를 씁니다. 반장 선거가 있던 날의 일기 내용입니다. (  ) 은 의미 전달을 위해 아빠가 적어 넣은 내용입니다.

2008년 3월 6일 목요일  /   제목:운이 좋은 반장선거

오늘은 반장 선거를 하는 날이다. 난 어제 밤(어젯밤) 수요예배를 마치고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하다가 오늘 아침에 할 말을 정했다. 나는 반장 아니면 부반장이 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학교로 출발했다. 공부는 오늘 따라 정말 재미있었다. 쉬는 시간에 축구를 하고 반장 선거를 시작하였다. 시작 ~ (반장이 되기 위해) 앞에 나온 사람은 총 11명이었다. 또 반장과 부반장을 뽑는 것이(과정은) 신기하였다. 먼저 자기 이름을 보여 주고 이름을 적어 이름이 제일 많은 사람이 반장과 부반장이 되는 것이다. 김도균, 정태우 등 이름을 불러 "000 이는 몇 개" (이런 식이다) 한 표씩 나왔다(개표했다). 내 표는 5개였다. 친구들이 말해준 표가(투표 용지는) 하나 둘씩 사라졌다. 땡~ 표에 적힌 이름을 다 말해 주었다.(개표가 끝났다. 이어서 반장 선거 후 부반장 선거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반장은 김도균, 여 부반장은 박윤지, 남부반장은 내가 되었다. (내가 얻은 표는) 반장 뽑을 때는 5표 였는데 부반장을 뽑을 때는 15개의 표 정도 나왔다. 아! 내 소원이 이루어져서 정말 좋다. 난 부반장이 되었지만 잘 할 수 있을까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자. 아자!

 

삼남매가 노는 법입니다. 상, 의자, 피아노 의자 등으로 공간을 만들어 가며 놉니다.

성은이가 토끼, 미니 마우스와 함께 상 위에 누워 있네요. 아마 지금 병원 놀이를 하나 봅니다. 간호사 선생님은 시은입니다.  요즘 시은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하고 물으면 바로 "간호사...." 하고 대답합니다. 이유를 물으면 아빠가 의사니까 자기는 간호사 한다나요. 어쨋든 지금 동생 성은이를 환자로 만들어 놓고 병원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성은이 이마에 얹힌 물수건 보이시죠?

환자 성은이는 꼼꼼하게 그림도 잘 그립니다. 지금 5살이죠. 잔디, 꽃, 햇님, 구름, 성은이가 있네요. 그림 옆에 있는 글은 "엄마 요거 내가 그린 그림이에요." 라는 뜻이에요. 성은이는 언니, 오빠 옆에서 슬쩍 배운 한글, 영어, 숫자 실력이 상당합니다. 선화는 성은이가 제일 똑똑하다며 귓속말로 소근거립니다.

사실 둘째 시은이와 셋째 성은이는 13개월 차입니다. 생일이 12월, 1월이다 보니 묘하게 2살 차이가 되었지만 사실은 1살 차나 마찬가지죠.

하루는 시은이가 거실에 있는 요절을 따라 읽습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네하심으로 너희를...."

옆에서 듣던 아빠가 말합니다. "시은아, 자네하심이 아니라 자비하심이야..."  그러자 시은이는 갸우뚱거리죠. "요거 보세요. 자네하심으로..."  그제서야 거실에 붙어 있는 요절을 쳐다 보고 '자네하심으로' 읽을 수도 있음을 알아 챘습니다. 정말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합니다. 글자는 정확하게 적어야 합니다. (위 사진의 글 모양을 보세요. '모든 자네하심으로')

아래 사진은 지난 겨울 아이들 모습입니다. 말레이시아 선교여행 가기 직전 모습이죠.

2008년 1월 1일...새해 첫 햇살입니다. 아침 일찍 양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

꽁꽁 언 냇가에서 민물 고동을 발견한 성은이..

언양의 눈썰매장

할아버지와 눈썰매를..

외할머니와 냇가에서

                                                                                                                                  2008.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