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단기선교여행  4. 현지인 사귀기

  '정탐 여행'을 또 하나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이번 말레이시아 선교여행은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현지인 친구를 만들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공원이나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서 현지인과 접촉하고 대화를 나눈 뒤 상대방의 e 메일 주소를 알아 오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습니다. 당장 그 자리에서 복음을 소개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한국에서도 연락할 수 있는 현지인 친구를 사귄다면 우리의 신앙이나 삶을 소개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울러 선교사님은 성령께서 인도하시면 담대하게 복음을 전해도 된다는 다소 위험한(?) 발언으로 우릴 격려해 주셨죠.

 홈스테이를 마친 날,  우리는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가 원하는 장소로 흩어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한 조가 되어 KLCC(Kuala Lumpur Convention Center) 의 공원에 가기로 했죠.

 

택시를 타고 KLCC 로 이동했습니다. 오래 전, 우리 가족만 터어키 여행하던 일도 생각나면서... 차창 밖 낯선 나라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관찰하며 다녔죠. 역시 가이드 없이 자유롭게 돌아 다녀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인 것 같습니다.

 KLCC 앞에는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 빌딩이 있습니다.(왼쪽) 한 쪽은 한국이, 다른 한 쪽은 일본이 공사한 것으로 유명하죠. 우측은 KLCC 공원 모식도인데 인공 호수도 있고 나무와 놀이터가 많은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근처 까페에서 음료수를 하나 마신 뒤 주변을 살피며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기대하며 다녀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있기에 현지인들과 좋은 접촉점이 되어 줄 거라 믿었죠.

인공 호수 옆에는 풀장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가 선교여행지로 참 좋은 이유는, 이 곳 사람들은 거의 다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170년간의 영국 식민지 생활로 인해 우리와 비슷하게, 약간 더듬거리는 정도의 영어는 너무나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현지인 접촉도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만일 카자흐스탄 같으면 어렵겠죠. 러시아어나 카자흐어를 한국에서 배우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삼남매가 풀장에서 뛰어 놀기 시작하자 아이들을 바라 보던 선화는 주변의 현지인 엄마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옆에서 바람(?)을 잡으면서... 내가 남편이고 저기 있는 얘들이 우리 아이들이란 사실을 보여 주기만 됐지요.

나중에 들어 보니 선화가 말레이 여인들에게 쓰고 있는 두둥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렇게 웃어대더라고 합니다. "그런 걸 쓰고 있으면 불편하지 않아요?" 라고 물었다네요.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고 한국에서 준비해 온 기념품을 선물한 뒤 손을 흔들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무척 친절하다고 느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시도는 저보다 선화가 훨씬 더 잘합니다. 선화는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인터콥 훈련을 받으면서 이렇게 접근하는 것에 대해 많이 열려 있기 때문이죠. 늘 진료라는 패턴으로 선교지를 다녔던 저로선 좀 낯설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뛰어 들지요.

 앞의 접촉으로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주변의 놀이터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풀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놀던 곳에는 검은 피부의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저 사람들이구나...' 속으로 인도인이 아닐까 생각했죠.

 아이들과 미끄럼을 타고 놀고 있을 때 그 인도인 남자와 눈길이 마주쳤고 우린 서로 웃으면 목례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제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가족입니다. 이곳은 참 깨끗하고 아이들과 놀기 좋이네요. 한국은 한국인만 모여 살지만 이곳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등이 함께 모여 산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뭐 이런 식으로 대화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도 반가워 하며 자기와 가족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이 사람이 인도인이 아니라 스리랑카에서 온 사업가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삼촌이 무역업을 위해 자주 한국을 드나든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대뜸 내게 휴대폰 번호를 물어 왔습니다. 그 때 왜 그렇게 내 휴대폰 번호가 생각이 안 나던지...서너번이나 번호를 바꾸고 나서야 제대로 된 번호를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선화도 그의 아내와 얘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이런 얘기를 나눈 뒤 그 스리랑카인과 e 메일 주소를 주고 받았습니다. 전화 번호를 먼저 물어온 것은 그였지만, e 메일 주소는 제가 먼저 물었죠.  이렇게 우리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하나님이 예비해 주신 젊은 가족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친분을 쌓아가는 훈련을 하는 것... 선교지에서 그 곳 사람들을 사랑하고 품을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 것 같습니다.

 KLCC 한 쪽에는 이렇게 모스크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국제 도시 안이지만 그들에게는 이슬람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두 가정을 만나고 난 뒤... 우린 KLCC를 나섰습니다. 참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KLCC 인공호수 앞에서

 이런 현지인과의 접촉 활동은 이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첫 날은 저녁 무렵이었지만 둘쨋 날은 한 낮이어서 뙤약볕 아래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전 좀 쉬고 싶었지만 선화는 쉬지 않고 열심히 사람을 만나고 얘기했습니다. 선화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1달 남짓 지날 무렵... 지난 2월 17일 밤 10시 경, 휴대폰에 국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전화인가 싶어 받았는데... 이게 누구야.. 그 때 KLCC에서 만났던 스리랑카 인이 제게 전화를 건 것이었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냥 안부 전화라면서 걸어 왔는데 얼마나 당황스럽고 반갑던지.... 전화 후에는 그에게서 문자까지 날아왔습니다.

"hi, dir sung hun lee, how are u n  family hope fine. just keep in touch take care"  약자를 많이 섞은 문자였지만 따뜻하게 느껴지는 메시지였죠.  그제서야 전 KLCC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그에게 메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e 메일 주소는 알아냈지만 정작 바쁜 한국 생활로 돌아온 후에는 메일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 모습을 잘 아시는 하나님이 그 사람의 맘을 움직이셨나 봅니다.

 KLCC 근처 까페에서 음료수를 기다리던 모습입니다. 우리 뒤로 보이는, 저 젊은 말레이 아가씨들은 정말 영어를 잘 하더군요. 부러울 정도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레이시아는 지리적, 언어적 여건으로 볼 때 동남아 중심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잠재력을 갖춘 국가로 보입니다. 그들에게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은 단 한가지....바로 예수님입니다. 말레이 인 중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1%도 되지 않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카자흐 인, 말레이시아의 말레이 인....모두 1%가 되지 않죠. 이곳에 있는 동안, 이 두 민족이 제 머리 안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때로는 비교도 하고, 때로는 유사성에 놀라기도 하면서...하나님은 이렇게 우리 가족을 이곳으로 보내시고 이들을 만나고, 위해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2008.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