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6살, 4살...

온 나라가 추운 겨울 속에서 대선 정국으로 내달리는 요즘... 형민이 눈에도 학교길 담벼락에 붙은 선거 벽보가 신기하나 봅니다. 어린 눈에도 이 세상의 관심이 온통 어딘가에 몰려 있음을 느끼나 봅니다.

하루는 집에 오더니 "엄마, 친구가 벽에 붙은 이명박 아저씨 종이(벽보) 찢었어요..." "그래? 형민이는 그런 거 따라하면 안된다.  그렇게 하면 잡아간다.." 엄마 말을 들은 형민이는 이내 묻습니다. "그런데...엄마는  몇 번 찍을 거예요(몇 번에게 투표할 거예요)? 정동영 아저씨, 이명박 아저씨, 권영길 아저씨, 이회창 아저씨..누구요?"  형민이가 소위 말하는 Big 4를 딱 집어 내는 걸 보고 내심 놀랬습니다. 8살짜리도 대선 판도에 대해 좀 알고 있나 봅니다.

잠시 후 차 안에서 아빠는 형민이에게 말했습니다. "형민아, 나이가 19살이 넘으면 저기 붙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을 정해 우리 나라 대통령으로 투표할 수 있어. 형민이는 아직 어려서 못하는거야.." 그 말을 들은 형민이가 말합니다.  "그런데 요아스는 왜 돼요?"

'웬...요아스?'  가만 생각해 보니 형민이는 유다왕 요아스가 어린 나이(8살?)에 왕 위에 올랐다는 기억을 떠 올렸나 봅니다. 요아스는 그렇게 어린 나이에 왕에 올랐는데 왜 19살이 되야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냐고 묻는 것이죠.

잠시 후 형민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형민이는 몇 번이 맘에 들어?(그냥 형민이가 좋아하는 번호를 찍을까 보다...)"  형민이는 씩 웃더니 "이명박 아저씨요.." 라고 답했습니다. 전 속으로 당황스러워서 왜 그런지 물어봤습니다.(아빠는 노무현 지지자거든요. ) "이명박 아저씨가 불쌍하잖아요.." "왜...불쌍해?"  "TV에서 불쌍하게 밥 먹는게 나와서.."  얼마 전 시작된 TV 선거 광고에서 어느 국밥집 할머니와 나누는 광고를 본 형민이의 맘 속에 측은한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아이들은 참 순수하지요.

오늘도 교회를 다녀오면서 형민이에게 말했습니다. "형민아, 찍을 사람이 없네... 우리 형민이, 그냥 앞으로 대통령 할까?"  

잠시 뒤 형민이가 입을 엽니다. "아빠..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1살은 (기호) 1번, 2살은 2번, 3살은 3번 찍는 거예요. 그러면... 난 8살이니까 8번을 찍어야겠네..."

(잠시 후 차 안에서 벽보를 한 번 더 훑어 본 뒤) "어...8번은...허경영 아저씨네...아이..난 싫은데...어떡하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정말 우리 나라가 이렇게까지 살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하나님의 인자와 자비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번 대선을 두고도 기도해야겠습니다.

2007년이 저물어가는 12월... 점핑 클레이 학원에서 형민이가 만든 달력 앞에 시은이와 서 있습니다. 둘은 올해 무척 자랐습니다.

둘은 함께 그림자 놀이 하는 사이죠. 요즘은 실 뜨기도 합니다.

일부러 키를 작게 해서 시은이와 높이를 맞출 줄 아는 착한 형민이는 아제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마쳐 갑니다.  카자흐스탄에서 4살까지 있느라 한국말도 잘 못했었는데... 예명 어린이집(5살,양산), 산성몬테소리선교원(6살,부산), 제일유치원(7살,포항) 등 유치원 급을 3군데나 거쳐 들어간 동부초등학교에서 무사히 첫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빠, 엄마가 양산-->부산-->포항으로 1년이 멀다 하고 움직였지만 형민이는 씩씩하게 자라 주었지요.

 

지난 가을 운동회 모습입니다. 노란 화살표... 부모님들이 첫째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형민이가 하는 학교 생활은 우리 부부에게도 학부모로서의 첫 경험들이니까요.

요즘의 형민이는 집에 오는 것보다 친구집에서 놀고 오는 걸 더 좋아하고, 축구공을 가지고 나가 운동장에서 모래 투성이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형민이가 최근 그린 그림인데요. 기타와 피아노, 성가대가  보입니다. 형민이의 맘 속에는 교회에서 드리는 찬양이 자리잡고 있나 봅니다. 성가대가 찬양팀의 싱어들일 수도 있겠네요.

형민이가 좋아하는 건...한자입니다. 어릴 적부터 한자를 가까이 했는데...요즘 아이들의 한자 붐(마법 천자문 등...)  영향을 받으면서 한자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제 선교지로 나갈지 모르는 우리 부부로서도 한자를 가까이 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감을 가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한자는 계속 공부하도록 도와 줬습니다. 뭐...그렇게 틈틈이 익히더니 최근에는 무슨 한자 검정시험 같은 것을 치르고 와선 "7급" 한자 검정을 통과했다고 하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이 뭐 이런 시험 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면서 우리 어릴 때와 다른 요즘 세상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방과후수업(AfterSchool) 으로 컴퓨터를 틈틈이 배우고 있습니다. 한 번씩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 보면 시작 메뉴가 바꿔져 있고... 다른 화면 보호기가 돌아가기도 하죠. 때때로 학교에서 일기를 워드 프로세서를 적어 오라고 한다며 한글 작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대단한 초등학교 1학년 생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더 한가 봅니다.

형민이가 들고 온 컴퓨터 반 아이들의 타자 실력인데요...형민이는 중하위권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한글 타자에 익숙한지 놀랬습니다. 형민이는 최근 97타 라고 하던데...어쨋던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생들의 세상을 보면 더 실감납니다.

 

6살 시은이는 이제 한글도 제법 익혔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잘 탑니다. 시은이가 처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때 '혹시나...넘어질까...' 많이 걱정했었는데 요즘 시은이는 거침없이 달립니다.  

시은이의 특장점은 솔직한 자기 표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귀여움입니다. 형민이도 한창 그랬지만 요즘 시은이도 자신의 맘을 종이에 적어 엄마, 아빠에게 주곤 합니다. 엄마가 화를 내면 종이에 뭐라고 적어 냉장고에 붙여 놓죠. 아래처럼...

 

또래보다 덩치가 큰 시은이는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냐는 오해도 많이 봤지만... 아직 유치원을 1년 더 다녀야 합니다.  내년에 7살이 되거든요.  얼마 전 시은이가 다니고 있는 제일 유치원에서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재롱잔치 같은 행사를 포항제일교회에서 가졌습니다. 주일 오후 예배 프로그램으로 들어 갔는데...우리 가정도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제일교회에 갔었습니다.

 

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치원생 학부모가 성가대를 해야 한다고 해서 선화가 성가대 석에 앉기도 했습니다. 저는 성은이와 형민이를 돌본다는 핑계로 회중 석에 앉아 있었죠.

부모님 석에 앉은 선화의 모습(화살표) 보이시죠. 예배 시작 2시간 전부터 성가대실에서 연습하던데...

 

시은이가 뒷 쪽에서 노래하는 아이들 가운데 섞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시죠? 자기 아이 얼굴만 보이는 거....

행사 마친 후 시은이가 활동하는 유치원 교실로 가서 이것 저것 보고 돌아왔습니다. 관심있게 본 건...시은이의 스케치북인데요.

시은이의 세계입니다. 양산에 있는 할머니 집을 그렸는데...시은이의 그림에는 항상 양 쪽으로 길게 머리를 내린 여자 아이가 나옵니다. 바로 시은이죠.

시은이가 좋아하는 놀이터입니다.

그리고 스케치북 낱장 마다 유치원에서 그린 시은이의 그림 활동들이 고스란이 담겨 있습니다. 양쪽으로 머리를 길게 내린 여자 아이와 함께...

 

4살짜리 성은이는 이런 언니, 오빠 사이에서 저절로 한글도 익히고 있고 심지어 알파벳까지 흉내 냅니다. 게다가 독립심도 강하고 맺고 끊는게 확실한 성격이라 셋 중 가장 공부를 잘 할 것 같습니다.

오빠 가을 운동회에 간 4살 성은이.... 또래보다 몸집이 작죠.

일전에 소개한 대로 시은이의 그림은 꼼꼼합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원을 그리죠. 이 그림에는 아빠를 쏙 빼 놓았네요.  맨 앞이 엄마, 맨 끝이 오빠입니다. 성은이는 시은이와 다르게 여자 아이를 그리죠. 마치 머리를 땋은 것 처럼 그립니다. 남자 머리는 닭 벼슬 처럼 그리고...

시은이와 다른 성은이의 자아상입니다.  양쪽으로 길게 머리를 내린 시은이와는 또 다르죠?

우리 부부는 12월 중, 삼남매와 함께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올해가 가기 전에 담아 두고픈 욕심 때문이지요.

 사진 설명: 오빠가 하는 일은 무조건 따라 하는 시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