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의 가을 추억

9월 말 경 부산의대 후배인 은주가 포항을 방문했을 때 한동대학교 본관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2005년 여름, 카자흐스탄으로 함께 선교여행을 갔었던 은주는 이제 졸업을 앞 둔 본과 4학년입니다. 전 날 밤, 충진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충진선교학교(2기)를 방문한 뒤 한동대학교도 가 보았습니다. Handong Global University 의 HGU 가 정작 본관 앞에는 Handong God's University 로 적힌 것이 인상적입니다.

 

요즘 둘째 시은이와 셋째 성은이는 가장 친한 단짝 친구입니다.  둘 사이는 13개월 차이인데 유치원에 다니는 시은이는 또래보다 덩치가 큽니다. 반면 성은이는 오히려 또래보다 몸집이 작은 편이죠. 하지만 성은이는 애살이 많고 행동도 분명한 아이입니다. 언제부턴가 둘 사이에 뭐가 통했는지 붙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언니야..나랑 친구할거지?" 카랑카랑한 성은이의 목소리와 함께...소꿉 장난, 인형 놀이, 그림 그리기가 이어집니다. 오히려 형민이는 이 둘을 약간 '한심하게' 보고 있죠. 학교 친구들과 더 친해지면서 방과  후 책가방 던져 놓고 놀이터에 가기 일쑤고 .... "우리 엄마가 오늘 스파게티 만들어 준다" 라고 말해 아이들을 우루루 집으로 끌고 오기도 합니다.

 삼남매가 최근까지 유일하게 다녔던 학원이 '점핑 클레이' 학원입니다. 색상이 분명한 찰흙 비슷한 공작 재료를 가지고 사진처럼 각종 모형을 만드는 활동인데 시은이가 미술에 관심이 많은 덕에 형민이와 함께 오래 다녔죠. 시은이는 이런 표현력에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사진 속의 물건도 형민이와 시은이가 학원에서 만든 것이죠.

'꼼꼼이' 성은이도 언니,오빠를 따라 그림을 곧잘 그립니다. 꼼꼼이가 그린 그림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나이 때의 형민, 시은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똑 부러지고 꼼꼼하게 선을 그리고 원을 완성하기 때문이죠. 4살짜리 성은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화통한' 시은이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월 20일에는 선화의 하나 뿐인 남동생, 정우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외삼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대구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 갔습니다. 결혼식은 오후 2시, 서울 교회에서 있었습니다. 신랑인 정우 삼촌과 외할머니 모습이 보이네요.

선화의 사촌 형제들입니다. 우리가 카자흐스탄에 있을 때 홈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도 했던 친구들이라는데... 참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습니다.

 결혼식 후 단체 촬영, 삼남매가 앞 줄 여기 저기에 서 있죠? 이제 이런 결혼식에도 의엿하게 참석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꽤 자랐기에 서울에 올라가면 뭔가 애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갖게 해 주고픈게 부모 마음이죠. 기왕 차비를 들여 서울까지 올라왔으니 며칠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경복궁, 에버랜드 등을 둘러보고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사진은 경복궁 입구입니다. 웬지 시골티 나는 삼남매의 상경기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죠.

왕이 살았던 집, 경복궁 한 켠에서의 삼남매의 포즈입니다. 화통한 시은이와 꼼꼼한 성은이가 특성이 확 드러나는 작품이죠.

 좀 컸다 싶어 경복궁에 데리고 왔는데...아이들은 지겨운가 봅니다. 시은이가 돌멩이 하나 들고 있죠? 저 돌로 경복궁 난간에 금 긋고 역사 유물에 낙서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경복궁 입구부터 '우리 역사 배우기' 프로그램 행렬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마침 경복궁과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분이 역사 순례를 시작하는 시간이었거든요.  그치만 아이들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자...어쩔 수 없이 근정전에서부터는 더 이상 이 행렬을 따라 가지 못하고 아이들과 궁궐 안을 방황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이 날 잠깐 들었던 경복궁 이야기는 무척 유익했습니다. 올해만 해도 아프간 의사 왈리와 경복궁에 온 적도 있는데 정작 이런 곳에 와도 별로 해 줄 말은 없었답니다. 앞으로는 경복궁에 외국인을 데리고 가더라도 해 줄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냥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더군요. 언제 아이들이 더 크면 '우리 역사 배우기' 프로그램을 한 번 더 따라가야 겠습니다.

 아이들은 경복궁과 상관없이 그저...엄마, 아빠와 함께 어딘가에 왔다는 것으로 신나는 일이지요.

 

 다음 날 아침, 우린 에버랜드로 가기 위해 잠실의 어느 버스 터미널 앞으로 갔습니다. 월요일 아침, 모두가 바쁘게 출근길을 서둘고 있는데 여행 가방을 들고 삼남매와 서울 한 복판에 이러고 서 있으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마치 외국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달리니 에버랜드에 도착하더군요. 우리는 에버랜드에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두었습니다. 숙소는 에버랜드 입구와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 이렇게 승합차를 타고 숙소와 에버랜드 사이를 다녀야 했지요.

 에버랜드 입구입니다. 포브스 지 선정 '세계 4대 테마 파크' 에 들었다고 하던데... 이 곳의 규모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 보신 분도 많으시겠지만...글쎄요. 다 돌아보려면 확실히 하루로는 부족하겠더군요. 우린 1박 2일간 이곳에 있었는데도 나중에 못 가본 게 있을 정도였습니다. 가을은 '할로윈 축제'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 것 같던데... 이게 좀 꺼림찍하긴 했습니다.  찾아보면 다른 것도 있을텐데..할로윈은 좀...

 우린 먼저 '주토피아'부터 돌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길 가에 있는 구관조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죠. 정말 구관조는 "안녕" , "사랑해" 이런 단어들을 반복하더군요. 너무 놀란 삼남매... 눈에 선하시죠?

 동물원이야 작년에 과천 서울대공원에 간 적도 있지만 에버랜드의 동물 수도 상당했습니다. 에버랜드의 특징이라는 사파리도 가 보았죠.

 형민이는 사파리 버스 안에서 어슬렁거리는 호랑이, 사자, 곰 들을 만났습니다. 버스에 앞 발을 기대고 서 있는 곰, 운전사가 던져주는 건빵을 받아 먹는 곰...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죠. 특히 백호가 맘에 들었나 봅니다. 나중에 하얀 호랑이 기념품 하나도 고르더군요.

 선화는 어릴 때 에버랜드에 왔었다고 합니다. 전 이번이 처음입니다.

 첫 날 하루종일 에버랜드의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오후가 되었죠. 약간 서늘한 기운도 돌고...그래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찾습니다.

리프트를 타고 우리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주로 분포하는 매직랜드로 이동했습니다. 하여간 여긴 너무 넓었습니다. 남자들이 '이 마트' 같은 대형 매장 방황 하는 걸 아주 싫어한다고 하죠? 저도 그런 남자 중 대표적인 사람인데... 대형 마트가 문제가 아니고 이곳은 그야 말로 지도가 그려지지 않는 광활한 공간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림이 안 그려지지만...

 독수리 요새나 바이킹 같은 것은 저나 선화도 못 탑니다. 저런 걸 왜 돈 주고 타냐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그래도 선화는 보는 건 좋아하는 것 같던데...전 보는 것도 별롭니다. 그런데 왜 에버랜드에 왔냐구요? 그게 부모 마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즐거워하는 아이들 보세요. 이곳에는 취학 전 아동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그 어느 곳보다 많습니다.  

이게 이름이 뭔진 모르겠네요... 하여간 이런 놀이 기구도 있습니다. 아래 위로 왔다 갔다 하는 의자...

가장 어린 아이들이 이용하는 놀이기구 중에도 키 110cm 이하는 탈 수 없는 것도 있었습니다. '범프카' 같은 게 대표적인데...이런 것은 형민이만 대표로 해 보았죠.

에버랜드 전체가 하나의 도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종사하는 직원도 엄청나 보였고.... 지금까지 '에버랜드'라고 하면 삼성 가(家)'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밖에 안 떠 올랐는데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 같네요.

 

가을 에버랜드는 잠 아름다웠습니다. 빨강, 주황, 노랑, 연노랑, 초록 색상이 천지를 물들이고 있었거든요.

'이솝 빌리지' 에는 이솝 우화를 바탕으로 정말 예쁜 마을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담장이나 벽돌을 자세히 보세요. 색이 정말 곱죠?

 게다가 이솝 할아버지와 우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들과 사진 찍을 수도 있고

 

 직접 사인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진지한 표정의 시은이...

 그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세상이죠. 이런 테마 파크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 '에버랜드' 는 단순히 돈을 버는 사업장 이상으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루만으로는 에버랜드를 다 돌아볼 수 없다고 생각한 선화는 인터넷을 통해 숙소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이 무척 예뻤습니다. 우리 '여행 이야기'에 보면 쌍뻬쩨르부르그의 여름 궁전의 가을 풍경이 나오는데 가을 색이 그 곳과 무척 유사했습니다.

 초록색 나뭇잎이 조금씩 다른 색으로 변하는 걸 보면서 하나님이 얼마나 아름답고 놀랍고 지혜로운 분이신지 느끼게 됩니다.

담쟁이 넝쿨의 빨간 단풍도 이 곳을 더 멋지게 만들었죠.,

선화는 이 곳에 다시 오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선화가 가면 따라 갑니다. ㅋㅋ

둘쨋 날 오후 3시 경 이곳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을 거쳐 포항에 도착한 때는 밤 10시 즈음이었죠.

 

아름다운 단풍, 신나는 놀이 기구에 대한 기억은 점점 퇴색되겠지만... 자연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을 맛보며 가족과 함께 거기 있었다는 사실은 오래토록 기억날 것 같습니다.    2007.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