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스(Doulos) 방문

지난 한 달간은 무척 바빴습니다. 뭘 한다고 바쁜 것도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도 없었죠. 우즈벡스탄에서 온 간호사 비까, 둘로스 호 방문, 선린병원 찬양팀의 특별기도회, 8월 초에 예정된 카자흐스탄 단기선교여행...이런 일들을 준비하고 기도하다보니 우리 홈에 글을 올리는 건...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릴 수밖에 없었죠. 홈페이지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니까요.

오늘은 지난 7월 3일 포항에서 떠나 간 둘로스 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도 몇 번 다녀갔으니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겠지요? 사실 전 이번에 처음 둘로스 호에 가 보았습니다. 그것도 선화가 우즈벡에서 온 비까에게 둘로스를 보여 주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얼떨결에 가게 된 것이었죠.   

둘로스 호는 세계 50여개국에서 모인 350여명 이상의 자원 봉사자 선원들이 타고 있습니다. 이 배는 타이타닉 호보다 2년 늦은 1914년 건조된 이래, '메디나','로마','프란카 시' 라는 이름의 화물선, 이주자 수송선, 여객선 등으로 사용되다가 1978년 독일에 본부가 있는 비영리 국제구호단체 'GBA'(Global Nooks for All:좋은 책을 모든 사람들에게) 가 이 배를 구입, '둘로스' 라고 명명한 뒤 현재까지 약 103개국 560여 항구를 방문하여 나눔 사업(지식, 구제, 소망)을 펼치고 있습니다.

뒤에 'GBA' 라는 글자가 선명하죠? 우리 삼남매와 우즈벡에서 온 비까가 배 앞에 섰습니다. 이 배의 승무원들은 앞서 말했듯이 OM 선교회 소속의 젊은 봉사자(선교사)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지내고 있습니다.  승무원 평균 연령은 20대입니다.

6월 22일부터 8월 28일까지 포항,부산,목포,인천을 방문하는 동안 세계 최대의 선상 서점(과학,의학,예술,요리,종교,어린이 관련 도서 6천 종)을 개설해 책을 전시, 판매하고 선상 프로그램(세미나, 어린이를 위한 문화교류), 국제친선의 밤(각국의 민속 춤, 음악, 드라마, 마임 등), 지역사회 구호활동(구호물자 공급, 의료,교육시설 정비, 진료활동),전도사역 등을 통해 복음으로 하나되는 지구촌을 보여 줄 계획입니다.

 배가 정박한 포항 신항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둘로스 호의 자원 봉사자들이 일일이 차를 세워 가며 둘로스 호 출입증을 발급하고 있었습니다.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즐거운 맘으로 섬기더군요.

 둘로스 호 안에는 지상 최대의 선상 도서관이 있습니다. 좋은 책을 싼 값에 파는 것으로 유명한데 형민이도 각국의 국기를 모아 소개하는 조그만 핸드북 하나를 골랐습니다.

1990년인가..언젠가 부산에 왔을 때 학교 친구들이 둘로스 호에 가서 영어 성경책을 싼 값에 샀다며 좋아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 후로도 둘로스는 한국을 자주 찾았고 2년 전에도 포항을 들렀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포항에 가장 먼저 온 셈인데...그러고 보면 포항도 대단한 도시다 싶습니다.

 포항은 포스코, 현대 제철을 비롯해 많은 공단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끊임없이 원자재와 완재품의 출입이 항구를 통해 이뤄집니다. 둘로스 호는 포스코 쪽 포항 신항에 정박해 있었는데 이 주변은 정박해 있는 많은 배들과 수송 트럭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죠. 그런데 막상 둘로스 호를 방문해 보니 주변 공기가 맑지 않고 악취가 심했습니다. 날씨도 푹푹 찌고...한국을 찾은 둘로스 승무원들이 자칫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받지나 않을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요. 기왕이면 맑은 공기가 있는 아름다운 부두에 정박했으면 좋으련만...우리 삶에도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곳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열악할 때가 많죠. 바울이 마게도니야 인의 환상을 보고 첫 성 빌립보로 건너갔지만 바로 감옥에 갇혔던 것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둘로스 호를 방문하는 것은 아이들 맘 속에 세상에는 여러 나라가 있고 여러 민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죠. 세계에 대한 인식, 확실히 우리 어릴 때보다 세계화 된 아이들에겐 꼭 필요한 인식이죠.

 

둘로스 호의 고물 쪽에는 세계 각 국에서 온 승무원(자원봉사자)들이 둘로스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노래를 들려 주기도 하고 페이스 페인팅(face painting)을 하며 방문객을 맞아 주었습니다. 둘로스에는 한국인도 30여명 탑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든지 둘로스 호에 승선하면 몇 개월 동안은 화장실 청소 등 궂은 일을 해야 한다던데...이 작은 배 안에 350여명이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그 훈련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로스 호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섯명이 한 조가 되어 배 내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약간의 경비를 내야 하지요.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형민이와 시은이도 이 선상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둘로스호를 움직이는 기계실에서 배의 동력 장치를 보기도 하고

선실도 구경했습니다.

 

둘로스 호를 방문하게 된 데에는 선화의 열성이 가장 컸습니다. 사실 그 날도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삼남매를 데리고 배를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이 특별한 배를 꼭 가 보고 싶어했습니다. 아마도 선화 맘 속에 이런 맘이 있기 때문이겠죠?

 챙이 넓은 모자가 시은이 맘에 듭니다.

바디 페인팅 하는 곳에는 많은 방문객이 모여 있습니다.

아직도 낯선 사람에게는 얼굴을 휙 돌리는 "쑥스러움을 잘 타는" 성은이도 팔에 둘로스 문양을 새겼습니다.

 

배를 오르내리는 계단도 무척 가파릅니다.

고령의 둘로스 호는 2년 후면 폐선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유래 깊은 배를 보는 일도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릅니다.  

 

둘로스 호 승무원들은 포항에 있는 동안 문화예술회관에서 '국제친선의 밤'을 열었고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문화 행사를 통해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들은 선린병원에도 찾아 왔습니다. 대부분이 20대 청년들이죠. 지금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과 국적을 말하고 있는데 '자신의 나라 언어'를 들려준 뒤 어디서 왔는지 알아 맞춰 보라고 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날은 남아공 출신이 많았고 일본, 한국에서 온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harmony" 라는 마임 입니다. 둘로스 호의 승무원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의 소리를 듣고 자신을 조절하며 아름다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죠.

 복음의 내용을 잘 표현한 이 드라마를 통해 청중들에게 복음의 정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잘 알려진 드라마였는데 마귀가 하나님이 만드신 나라에 들어 오지는 못하고 벽 밖에 서서 내부의 사람들을 유혹하고 빗장을 열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귀는 이미 승리한 주님의 나라에 들어온 억지로 굴복시킬 순 없습니다. 단지 우릴 유혹할 뿐이죠.

둘로스 호의 방문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빛을 온 세계 각 국에 밝히는 젊은 선교사들을 많이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 분의 명령에 순종하고 열방으로 관심을 돌릴 때 '왕 같은 제사장'의 사명은 구체화됩니다.

지금 둘로스는 부산(7.6-7.23) 에 있겠네요. 이후 목포(7.26-8.7), 인천(8.10-8.28) 으로 갈 겁니다. 아무쪼록 '한 영혼'에 관심을 가지는 둘로스의 여정이 이 땅을 향한 복의 통로로 사용되길 기대합니다. 얼마 전 모잠비크를 다녀 온 형제의 선교 보고를 들었는데요. 과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모잠비크에도 기독교 인구는 20-30%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 빈곤, 무지가 누르고 있는 곳이죠. 대한민국도 전체적으론 20%밖에 안되니...여전히 우리 주변에도 너무도 많은 불신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요. 둘로스호의 비전처럼, 그들의 방문으로 인해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2007.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