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과 유캔도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 부부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만나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능력있게 사용되어지길 빕니다. 선린병원에서 근무하는 제가 아는 한 형제님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찬양 인도자로 섰다고 합니다. 사실 중학교 1학년이 뭘 알겠습니까? 사실 그 형제를 앞에 세운 그 교회 공동체가 더 대단하게 여겨지긴 하지만...하나님께서 그 형제에게 보여 주신 특별한 은사와 기름 부으심이 아주 어려서부터 나타났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가지고 순종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 부부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경험하고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실제로 느끼면서 좀 더 이른 나이부터 하나님께 헌신하길 꿈꿉니다. 공부 잘하는 것도, 돈 많이 버는 게 목표가 아니라...어렵게 살더라도 하나님께 온전히 붙어 있고 그 분의 사랑을 갈망하며 살 길 원합니다.

그래서 우린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을 만져 주시길 기대합니다.  

 형민이는 예민한 아이입니다. 혈액형은 A형입니다. 저는 B형이고 MBTI 성격 유형의 ENFP에 해당하기에 즉흥적이고, 관심 있는 일에는 열정적이고,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을 보이는 외형적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형민이는 저보다 차분하고 예민하고 꼼꼼하고 신중합니다. 전 뭘 사고 쉽게 후회하는 편인데 비해 형민이는 너무 고르다가 못 사고 돌아오는 편이죠.

 

 형민이가 받아 쓰기 하는 모습입니다. 피아노 의자를 책상 삼아 거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연필이나 지우개를 어떻게 두고 있는가를 보면 형민이의 단면을 금새 알아챌 수 있습니다. 뭐..항상 이렇게 글 쓰는 건 아니지만 형민이의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가 이런 형태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카드 중에 '유희왕' 이라는 카드가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이 카드를 가지고 놀기에 이 카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아이들에겐 유명한 캐릭터 카드입니다.

 

「유희왕」은 지난 96년부터 일본 (주간 소년 점프)(일본 集英社)에 연재된 만화가 원작으로,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누계 3천만권이 넘어가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인기 연재 만화라고 합니다. 한국에는 98년부터 (대원씨아이)에 연재, 30권 이상의 단행본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유희왕은 만화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아이들이 즐기고 있습니다.  

유희왕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유희와 그의 친구들은 전국을 흔들고 있는 최신게임인 듀얼 몬스터즈에 흠뻑 빠져 있다. 듀얼 몬스터즈는 플레이어가 각각 다른 카드를 뽑아 몬스터들과 함정카드, 마법카드 등을 사용하여 상대방과 겨루는 베틀링 게임이다. 전설에 따르면 5천년 전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듀얼 몬스터즈와 흡사한 마술게임을 했었다고 한다. 그것은 미래를 예견하고 궁극적으로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마술의식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제어를 벗어나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위협을 가하게 되었다 한다. 다행히 한 용감한 파라오가 나서서 이를 멈추고 재앙을 막아 내었는데 현대로 돌아와 이 게임은 놀이용 카드의 형태로 부활한다. 한편 유희는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아무도 풀 수 없었다는 오래된 이집트 퍼즐을 8년에 걸쳐 풀게 된다. 이 퍼즐로 인해 유희에게는 고대의 영혼이 스며들어 몸 안에 또 하나의 인격 '어둠의 유희'가 나타난다.그로부터 얼마 뒤 듀얼 몬스터즈 카드 게임의 창조자인 페가수스는 유희의 할아버지를 납치, 자신이 개최하는 듀얼 몬스터즈 대회에 유희를 참가시키는데..."

만화 영화 내용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놀이용 카드를 팔고 있는 카드 그림이 영 이상합니다. 이상한 괴물이나 마귀 새끼 그림 같은 걸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형민이가 이런 카드를 가지고 노는 것이 탐탁치 않았지만 그냥 보아 넘겨 왔습니다. 그냥 단순한 놀이로 치부했죠. 그런데 형민이가 나이가 들면서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읽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되자 이런 그림 카드가 더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형민이는 보통 아이들보다 진지하고 예민한 편입니다.

어느 날, 선화는 형민이를 불렀습니다.

 선화가 말했죠. "형민아, 엄마는 형민이가 이제 유희왕 카드를 안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 카드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것들의 모양이거든.... "

하나님이 좋아하지 않는 그림이라는 지적을 들은 형민이는 그 후로 유희왕 카드를 버렸습니다. 간혹 길에 떨어져 있는 유희왕 카드를 보긴 해도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그림이라는 말에 관심을 끊고 만 것이죠.  단호한 형민이의 결정을 보며 형민이의 맘에 계시는 성령님께서 형민이의 태도를 변화를 시키셨다고 믿었습니다. 그만큼 형민이가 좋아했던 카드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이와 유사한 일이 하나 더 벌어졌습니다.

최근 형민이가 좋아하던 캐릭터가 '유캔도'였습니다.  유캔도는 일본 TV TOKYO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최신 SF 특수촬영실사물입니다. 매니아층에선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으로,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로봇으로 변신하는 화려한 장면, 악의 무리와 싸우는 탄탄한 스토리는 이 작품의 인기 요인이죠. 요괴들이 출연하는 불가사의한 세이지 마을에 새 경찰관으로 부임한 청년 류노가 열쇠를 끼우면 마법의 힘을 갖게 되는 검 '드래곤 스워드'를 만나며 영웅 ‘유캔’으로 변신해서 비밀조직 '쇼트'와 함께 요괴들에 맞서 싸우고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대활약을 그리는 내용이죠.

그 나마 유캔도 만화 영화의 그림들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 선화는 유캔도는 아이들이 보도록 허락했습니다.  아이들 세계에서 유캔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유캔도가 어떤 무기를 어떻게 쓰는지, 어떤 열쇠를 사용하는지...어른들도 기억 못할 내용들을 아이들은 외우고 다닙니다.

 유캔도는 드래곤 스워드, 드래곤 블라스터, 드래곤 엑스 등 많은 무기를 사용하는데...지난 어린이 날, 저는 형민이에게 드래곤 블라스터를 선물했습니다. 형민이는 무척 좋아했죠.  

 바로 이게 드래곤 블라스터입니다.  다양한 공격 모드를 선택하기 위해 유캔도는 몇 개의 열쇠를 사용하는데 각각의 열쇠를 끼우고 돌리면 해당되는 고유한 공격 옵션이 발휘됩니다.

 

 충진교회 앞에 서 있는 형민. 드래곤 블라스터를 들고...

형민이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드래곤 블라스터를 늘 들고 다녔습니다. 형민이 뿐 아니라 형민이가 만나는 거의 모든 학교 및 교회 친구들이 이 드래곤 블라스터나 스워드를 가지고 있고, 이 무기에 사용되는 열쇠들도 몇 가지나 구입해서 들고 다녔습니다. 형민이도 친구들처럼 문방구에 파는 블러스터 용 열쇠를 몇 개 더 사고 싶어했습니다.( 다른 열쇠를 꽂으면 다른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화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문방구에서 파는 열쇠가 너무 조잡하게 보였고 형민이가 너무 이것에 집착하는게 염려됐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형민이 친구 하나가 우리 집에 놀러 왔습니다. 그 아이도 드래곤 블라스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열쇠를 종류별로 몇 가지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형민이가 사고 싶어했던 열쇠들이죠. 집에서 한참 동안 놀면서 그 친구는 형민이의 드래곤 블라스터에도 자기 열쇠를 끼워 보자고 제안했나 봅니다. 형민이는 엄마가 사 주지 않았던 새로운 열쇠인지라 궁금하기도 하고 해 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사 주지 않은 것이라 망설였나 봅니다.

그 때 그 친구가 형민이 블라스터에 자기 열쇠를 끼웠습니다. 열쇠를 끼우고 돌리면 잘 돌아가야 하는데..그런데 이상하게도 열쇠는 돌아가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았습니다. 분명히 형민이와 그 친구의 블라스터는 똑같은 모델인데...친구의 블라스터에선 잘 작동하던 열쇠가 형민이의 블라스터에선 문제가 생긴 겁니다. 둘은 열쇠를 빼 보려고 노력했고 결국 선화까지 와야 했지만 블라스터에서 열쇠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돌아간 뒤...맥이 빠진 형민이에게 선화가 말했습니다.

"형민아... 엄마는 형민이가 너무 이 블라스터를 좋아하는 것 같아 걱정했단다. 교회 갈 때도 가져가고 놀러갈 때도 가져가고 잘 때도 안고 자고...형민이가 하나님보다 이 블라스터를 너무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엄마는 걱정했단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하나님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나 보구나..." 그 때 형민이의 눈에선 주르르 눈물이 흘렀습니다.

말 없이 울긴 했지만 형민이도 엄마의 말에 수긍했나 봅니다. 그 이후로 형민이는 유캔도 드래곤 블라스터를 가지고 놀지 않습니다. 아파트 앞에서 유캔도 장난감을 든 아이들을 만나도, 아이들이 형민이에게 장난감을 가지고 오라 해도...형민이는 전처럼 들뜨지 않습니다.

선화는 누구보다 형민이를 잘 알고...형민이의 마음을 잘 읽어 냅니다. 저는 잘 모를 때가 많지만 선화는 형민이의 동기까지도 파악할 때가 많죠. 선화가 말했습니다.

 "참 감사해요. 하나님이 우리 아이들을 만져 주시는 것 같아요. 전에는 우리가 선교지에 나가게 되면 아이들을 어떻게 길러야 할지...어떻게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지 내심 고민했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괜한 고민임을 느꼈어요. 하나님께서 이번 사건을 통해 형민이를 다루고 계심을 볼 수 있었거든요. 참 감사하네요."

어린 형민이의 가슴 속에서도  아끼고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하나님을 택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간섭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고 우리 부부 모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형민이는 장난꾸러기 1학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혹 하나님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을 수 많은 사건들을 통해 깨닫고 있죠.    

우리 부부 역시,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형민이의 삶 속에서 직접 말씀하시고 가르쳐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더 가르쳐 주시고 만져 주실 것을 간구합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일은 부모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사실 형민이의 삶 뿐 아니라 내 삶에 있어서도 유캔도나 유희왕은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나도 형민이처럼, 이것들을 매일 매일 헌신짝처럼 내 던져 버리기 원합니다. 어쩌면 형민이보다 내가 더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형민이처럼 너무 좋아하는 것들을....그 분을 생각하며 포기할 수 있기를 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떤 것도 나의 목적이 아님을 매일 매일 고백하며 "나와 내 집은 여호와 하나님만 섬기겠노라" 고백하는 우리 가정이 되길 원합니다.  200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