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축제

선린대학은 포항에 있습니다. 선린병원의 설립자 고 김종원 원장님의 사위가 총장으로 있기에 '선린' 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선린병원과 선린대학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선린대학에는 간호/보건계, 사회실무계,공업계,예체능계 의 학과들이 있고 간호/보건계의 학과로는 간호학과, 보건행정과, 응급구조과, 방사선과, 물리치료과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호학과 2학년의 '건강사정'  과목을 선린병원 흉부외과의 한 과장님이 쭉 강의를 해 오셨는데 올해 그만 두시게 되는 바람에 제가 이 과목을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진단학 인데...각 계통별로 시진,촉진,타진,청진을 통해 질병의 유무를 파악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과목이죠.

그래서 지난 3월 개학부터 7월 종강까지 1학기 동안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1주일에 4시간 강의하도록 되어 있는데 병원을 비우는 것이 쉽지 않아 수요일 5,6,7,8 교시 연속해서 4시간 강의합니다.

선린대학 간호학과 250명이 정원입니다. 그래서 4개의 분반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난 주가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 주관식 문제 14개를 출제했습니다. 총론을 포함해 호흡기계 진단 까지 포함하는 많은 내용이라 예상 문제를 알려 주지 않으면 학생들이 공부하기 어렵겠다 싶어 문제를 집어 주기도 했습니다.

선린대학에 강의를 맡게된 데에는 선화가 간호학과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다른 임상 과장님들은 선린대학 강의에 대해 썩 내키지 않은 듯 보였지만...전 간호학과 라는 말에 오히려 마음이 더 내켰으니까요..게다가 혹시 카자흐스탄에 가서 현지 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한국에서 강의 경력을 좀 가지고 있는 것이 훗날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작용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사용될 경력 증명서에 적어 넣을 내용이 생길 테니까요.

250명의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지만...강의를 하다 보니 유달리 수업 태도가 좋고 적극적인 학생들이 눈에 들어 오는 것도 느껴집니다. 고맙기도 하고 '더 준비해서 강의해야지...'라는 결심도 하게 만드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간혹 강의를 하면서 '난 강의 체질이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4시간 연속 강의를 하고 나면 온 몸이 파김치가 되 버리기 때문이죠. 오전에 병원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5교시 강의에 들어갈 때 쯤이면 힘이 쭉 빠져 있을 때가 종종 있는데 온 몸이 나른해지는 오후 시간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강의실에 들어서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이트 보드에 검정,파랑,빨강 보드 마커로 그림을 그려가며 열심히 설명하고... 마이크가 꺼져 있는지도 모르고 고래 고래 소리지르며 강의하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면 목도 아프고 목소리도 쉬어 버리죠. 하지만 다음 강의실에도 역시 되풀이되는 일입니다.  

만약 1주일 내내 강의를 해야 한다면 이런 식으로는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천천히 마이크를 갖다 대고 페이스 조절하면서 몸 사릴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강의도 일종의 요령인 것 같습니다. 똑같은 교실에 들어가서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기 위해선 나름대로 요령도 필요하고 준비도 철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수업하고 나오는데 학생 하나가 뛰어 나왔습니다.

"교수님...이 과목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교수님 말씀하시는 것만 알면 되나요? 그런데 예로 드시는 내용이 각 반마다 다 틀린 것 같아서요. 어떻게 공부해야 하죠?"

이 질문을 들으며 저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열정적으로(좋은 말로)...즉흥적으로(나쁜 말로)... 강의를 하다보니 각 강의실마다 강의 내용이 조금씩 달랐던 모양입니다. 물론 교과서 내용이야 똑같겠지만... 그래서 나름대로 강의하는 요령을 익히는 요즘입니다.

어쨋든 선린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이런 저런 걸 많이 배웁니다. 가르치는 내용 자체도 오히려 제게 도움이 됩니다. 아주 옛날에 배운 것들을 다시 읽고 준비하고 강의하면서 새로운 지식으로 습득되니까요.

 

요즘 선린대학은 축제 기간입니다. 체육대회 한다고 수업에 안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지요. '발야구 해야 한다나...'

얼마 전 선린대학에선 '튤립 축제' 가 있었는데 포항 시민들도 참여하는 꽤 큰 행사입니다. 온 교정이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되는 기간이죠. 튤립 축제가 끝난 다음 주, 선화와 아이들과 함께 선린대학을 찾았습니다. 강의하러 왔다가 너무 예쁜 꽃들을 보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가족을 부른 것이죠.

선린대학 만나홀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시은이와 성은이가 포즈를 취합니다.

작년에는 선린대학 만나홀에서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포항 성시화 기도회가 열렸었습니다. 이 기도회 찬양 인도를 선린병원 찬양팀이 맡았었고 그 바람에 저도 자주 이 곳으로 와야 했던 인연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만나홀에서의 기도회는 없어졌죠.

튤립 축제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왔지만..저도 선린대학 구석 구석을 다녀본 적이 없었던지라 좋은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꽤 크고 아름다운 캠퍼스였습니다. 국제학교, 분수 들이 눈에 띄고 주변이 조용한 논,밭이라는 점도 참 좋았습니다. 글쎄요...학생들은 싫어할까요?

뒤로 보이는 분수 우측으로 논, 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선린대학 진입로입니다. 튤립 축제가 한창인 교정을 둘러 볼까요.

제 옆으로 보이는 건물이 매 주 수요일마다 강의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와서 튤립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색상도 아주 다양하다는 걸 알았죠.

그러고 보면 선린병원에 와서 하게 된 경험들이 참 많습니다.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하는 한동대학교 교양 강의 말고도...이렇게 한 과목을 맡아 한 학기동안 매주 하는 강의도 생겼으니까요.

이제 6월 말 기말고사까지 학생들에게 순환기,소화기,내분비,혈액,비뇨계,근골격계 강의를 해야 합니다. 기왕 하게 된 강의...제게도 도움이 되고 학생들에게도 인상적인 강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지난 3월, 강의를 시작하면서 내가 예수 믿는 사람이라는 것도 얘기했으니까 이유는 더 분명하겠죠?                                         2007.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