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방학 이야기

 한동대학교 선린병원 임상 과장의 아내들은 매 주 목요일마다 기도 모임을 가집니다. 사는 지역에 따라 몇 개 그룹으로 나눠지는데 우리가 사는 두호동, 장성동 일대에 사는 아내들도 모여 찬양과 말씀 나눔, 병원과 가족,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가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강주 흉부외과 과장 사모님이 선화가 속한 모임을 리더했다는데 아프가니스탄 선교사로 나가신 뒤로는 참석자들 모두가 저마다의 은사들을 보이며 더 적극적으로 모임을 섬기고 있다 합니다.

처음 포항에 왔을 때..선화는 이 모임에 무척 고무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병원에서도 병원의 과장 아내들이 모여 기도하는 모임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린병원은 병원 내의 크고 작은 모임 시에도 항상 가족들을 초청하고 있어 아내들도 병원과 함께 간다는 느낌을 늘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부르심을 따라 다들 각지에서 모여 들었기에 이곳에서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지구요.

어쨋든 선린병원에는 이런 아내들의 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도 아이들의 방학 기간에는 모임을 쉽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엄마들은 개학을 하기 때문입니다. 형민이나 시은이가 다니는 제일교회 유치원도 약 한 달간 방학을 하게 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은 미술 학원만 다닐 뿐... 온 종일 엄마와 함께 지내야 하지요.

 

  아이들의 방학 기간 동안 인터콥 선교캠프나 외갓집 방문등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은 '엄마와 함께'입니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은 책을 펴 들고 읽어 달라거나 글자 공부 하자며 엄마에게 다가 오지요. 형민이야...한자어도 제법 뜻풀이까지 할 정도로 똑똑(?)해 졌지만 시은이는 아직 글자를 잘 깨우치지 못했거든요. 약간 부끄럼도 있는 데다가 오빠 한글 실력에 눌려 상대적으로 글자 공부를 기피(?) 한 결과지요.

 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활동은 바로 삼남매가 함께 어울려 찬양 소리에 맞춰 춤을 추거나, 히히덕 거리며 거실 이 쪽, 저 쪽을 몰려 다니는 일이었습니다. 시은이는 성은이와 함께 인형놀이와 소꿉 놀이를 하고 형민이는 한 쪽에서 사전 만들기를 하는가 싶더니... 어느 새 세 아이가 칼 싸움을 하며 뛰어 다니다가... 숨바꼭질 한다며 안 방 창문을 넘다드는게 하루 일과였습니다.

 

그 방학 기간 동안 두 아이의 생일도 지나갔습니다.  12월 28일이 시은이의 생일이고 1월 15일이 성은이의 생일이었죠.

형민이(2000.10.5)와 시은이(2002.12.28)는 2년 2개월 차이이면서 두 살 차이나지만 시은이(2002.12.28)와 성은이(2004.1.5)는 이렇게 거의 12개월밖에 차이가 안 나는 두 살 터울입니다. 그래도 밖에 나가면 형민이와 시은이를 연년생으로 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시은이의 덩치가 큰 편이죠.

 

겨울 방학 기간 중 아이들에게 찾아 온 가장 큰 변화는 교회 학교였습니다. 2007년부터 형민이는 동생들과 떨어져 유년부로 가야 하고 성은이는 영아부가 아니라 유치부에 당당히 진입하기 때문입니다. 형민이는 유년부에 가는 게 내심 좋은가 봅니다. 충진교회 마당에서 노는 형들이 대부분 유년부 형들이거든요.

새해 첫 주일 아침..."오늘부터 성경책 가져가야 되요..."

형민이는 아빠가 보는 성경책을 챙겨 갔고 이 후로 표준새번역 성경책을 들고 교회로 갑니다. 얼마나 기특하고 뿌듯한지...

지난 성탄절 행사 때 충진교회 유치부 아이들이 찬양하는 모습입니다. 형민,시은,성은이의 모습이 다 보이네요.

유치원이 방학하자 아이들의 공식 외출은 '교회 가는 일' 입니다. 주일 오전, 오후는 물론 수요일까지 언제 교회 가냐며 기다립니다. 교회에 가면 함께 놀 수 있는 또래가 많기 때문이죠. 포항충진교회는 700명 정도의 출석 성도에 비해 유년주일학교 출석인원이 많습니다. 유초등부가 450명 정도 되고 유치부도 50여명 가량 되니까요. 그러니...아이들로선 아이들이 우글거리는 교회로 가고 싶어 합니다.

사진에는 시은이와 성은이가 무척 좋아하는 '연주' 언니가 나오네요. 연주 언니는 형민이 또래입니다.

 

  방학 때마다 아이들이 자주 찾는 곳은 외갓집입니다. 외갓집이 있는 양산(상북면 소토리)은 시골 풍경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곳이죠.

여름에는 개울에서 하루종일 물놀이를 할 수 있고 봄, 가을에는 산에서 여러 가지 식물들과 열매들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울에도 춥지만 않으면 들판과 산, 개울을 여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곳이죠. 남쪽이라 눈이 오지 않는 것만 빼면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형민이는 TV 일기 예보에서 중부 지방에 눈이 온다고 예보하면 왜 부산이나 포항에는 이렇게 눈이 안 오느냐고 불평하죠. 심지어 강원도에 가서 살자고 아빠에게 조릅니다. 사실 저도 옛날에는 형민이와 같은 생각을 했지만...아스타나에서 일년에 6개월씩 눈 구경하며 살았었기에 눈 안 오는 따뜻한 지역도 좋습니다. 눈 보고 싶어지면 또 아스타나로 가야 겠지요?

 

올챙이가 놀던 개울에는 살얼음이 얼었습니다. 아파트에만 사는 아이들에겐 이런 자연의 변화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세 아이가 한데 뭉쳐 미끄럼을 타고 있네요.

 

 며칠 전에는 양산 인근 해운자연농원에 아이들이 갔었습니다. 바로 이곳에 눈썰매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못 가고 외할아버지,외할머니와 선화와 함께 갔던 모양입니다.

형민이는 작년 산성교회 선교원에 다닐 때 부산 벡스코에 있는 눈썰매장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스키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형민이로선 눈썰매장도 대단한 경험이었죠.

 해운자연농원의 눈썰매장은 벡스코 보다 훨씬 컸던 모양입니다. 다녀와서 아빠에게 자랑을 늘어 놓습니다.

"아빠, 벡스코 눈썰매장보다 훨씬 길고 커요.."

 오후 3시 넘어 갔기에 사람도 별로 없었나 봅니다. 아이들이 타기 딱 좋았겠지요?

형민이는 외할아버지와 한 두어 번 타더니 금새 혼자 썰매를 끌고 타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런데요..아빠, 진짜 눈이 아니고...만든 거래요.."

"눈썰매를 탈 때 눈이 막 얼굴로 날아 와요..."

 아빠에게 신나서 얘기하는 형민이를 보고 있으니 아주 오래 전 내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눈미끄럼을 탔으니..얼마나 좋았을까...

 겉으로는 선이 굵고 대범한 시은이...그런데 겁은 좀 많습니다. 이렇게 외할머니에게 끌려 다니면서 눈 밭을 돌아 다니기만 했다네요. 나중에 집에 갈 때쯤 되어 발동은 걸렸지만 별로 많이 타 보질 못했다네요. 성은이는 뭐 그냥...내내 울었다고 하구요...

 "아빠, 벡스코는 종이로 만들어진 썰매(아마도 종이 박스를 탔나 봅니다.)였는데...여기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손이 좀 베였어요."

"장갑 안 꼈나?"  

"처음에는 그냥 탔거든요..."

 

눈썰매장을 다녀 온 형민이는 방학 내내 두 번밖에 안 쓴 일기장을 꺼내 뭔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에게는 오늘 일이 퍽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방학 일기를 이제서야 적으면 어떡해...다음 주가 개학인데...한 달치를 어떻게 다 쓸래?"

"매일 쓰는 거 아니예요. 선생님이 쓰고 싶을 때만 쓰라고 했어요."

 

그 옛날 개학을 앞두고 그림 일기 몇 주치를 쓰던 내 모습이 생각이 나서 픽 웃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개학하면 선화는 방학을 합니다. 방학을 해도 선화는 여전히 바쁩니다. 올해부터 포항 인터콥 여성 월드미션 반주와 종족 기도회에 매주 참석하니까요.

한 달 남짓의 방학....아이들은 이렇게 지냈습니다.      2007.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