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이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오늘은 우리 삼남매 중 둘째 시은이 얘길 해 볼까 합니다. 첫째 형민이야... 수 많은 글들이 홈을 통해 소개되었지만 시은이는 상대적으로 소개가 적었죠. 첫째가 누리는 프리미엄에 시은이의 매력이 그동안 가려져 있었던 셈입니다.  

요즘 시은이를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첫째 형민이와 셋째 성은이는 둘 다 스타일이 비슷합니다. 똘망똘망하고 침착한 편이며 뭘 하더라도 꼼꼼한 편이죠. 성격만 보면 저 보다는 선화를 닮았습니다. 글도 빨리 배우고 글자에도 관심이 많아 학습 능력도 빠른 편이죠.

그런데 시은이는 다르냐구요? 예...시은이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정이 갑니다.

시은이를 보며 우리 부부가 떠 올리는 단어는 '화통한 시은이', '선이 굵은 시은이' 뭐 그런 것들입니다. 시은이는 차분하고 꼼꼼한 면이 적습니다. 뭘 자꾸 흘리고 떨어뜨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저 오빠와 휩쓸려 노는 걸 가장 좋아하지요. 글자도 배워야 하는데 아직 영 신통치 않습니다. 시은이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려고 책을 펴 놓고 함께 단어를 읽다 보면 금새 시은이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책을 보질 않거든요. 아마도 시은이는 자기가 아직 잘 모르는 단어를 아빠가 가르쳐 주려고 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쪽으론 쳐다 보지도 않고 외면해 버립니다.

언젠가 시은이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려고 책을 펴 놓고 앉은 적이 있습니다.

아빠가 시은이에게 뭘 가르쳐 주고 있으려니까 어느 새 형민이가 옆에 붙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낱자로 한글을 배우지 않고 글자 전체로 익힙니다.  그래도 "가,나, 다...."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몇 번 가르쳐 줘도 도저히 '입력 불능'입니다. 옆에서 지켜 보면 집중해서 기억하는 거 자체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낱말 카드를 사용하더라도 그림만 보고 글자는 애써 외면하더라구요. (물론 시은이는 힐끔 힐끔 단어를 보기도 합니다. '언젠가 저 단어를 익혀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겠지요?)

시은이의 또 다른 특징은 잠을 못 참는다는 겁니다. 형민이와 성은이는 잠투정도 부리고 잠 오는 티를 내는데...시은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잠이 오면 눈빛이 흐려지고 동작도 쳐지면서 이내 "잠이 와요" 라든가 "나 누울께요" 라는 말을 남기고는 그냥 소파나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않든지 엎드려 잠을 자고 맙니다. 아무도 옆에 없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자는 경우도 많아서 심지어 화장실 변기 위에서 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간혹 어딘가에 쓰러져 있는 시은이를 집 안 곳곳에서 발견합니다. 시은이 소리가 한 동안 안 들린다 싶으면 어디서 자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또 시은이는 아주 기발한 발상의 대가입니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데... 창의적이고 틀에 매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오늘 형민이와 시은이는  유치원에서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을 받았다고 합니다. 모두가 신이 나 산타 클로스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시은이가 한 마디 했습니다.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는 결혼 안 했어요... 물어 봤거든요. 스무 살이라고 했어요..."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거나 어른들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도 가만 있다가 한 마디씩 던지는 게 압권입니다. "엄마, 할아버지가 왜요?(할아버지가 왜 저러시냐는 말입니다)"

 

아무도 안 하는 일인데...비닐 튜브를 뒤집어 쓰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뭔가 우스운 단어를 발견하면 그걸 반복하며 호탕하게 웃는 아이죠. 웃음 소리도 우습죠.."아하하하...." 하고 웃으니까요.

시은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이 맘 때의 형민이보다 뛰어나지요. 지난 8월부터 형민이와 함께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이것도 시은이가 "저기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바람에 보낸 겁니다.

시은이는 12월 28일이면 네 번째 생일을 맞게 됩니다. 2002년 12월 28일...시은이가 태어나던 날은 아스타나에 심한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이었습니다.

 시은이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시은이가 얼마나 예쁘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은이가 만 2개월 되었을 때 모습입니다. 아스타나 말라죠즈니에서 살 때 모습이죠. 아스타나는 바다에서 수 천 Km  떨어져 있어 바다 생선이 귀한데..겨울철이라 냉동 고등어가 시장에 나왔었나 봅니다.

 

2003.3.21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집, 시은이가 만 3개월 무렵

 

2003.8.22 카자흐스탄 알마티 아타켄트 호텔 앞에서, 시은이가 만 8개월 무렵

 

2004.2.9 양산 집에서, 시은이가 만 1년 2개월 무렵

 

2004.6.26 양산 집 앞, 머리카락이 없어 한창 '황비홍' 이라 불리던 시기, 시은이가 만 1년 6개월 무렵

 

2004.11.15  부산 대연동 집, 시은이가 만 1년 11개월 무렵

 

시은이의 옛날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시은이가 자랄수록 점점 예쁘고 사랑스럽게 변해 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혼자서 머리 방울을 묶을 수 있을 만큼 머리카락도 길어 졌습니다. 혼자서 빗질하고 방울을 달고 머리핀을 꽂는 걸 보고 있으면 얼마나 사랑스럽고 감사한지...

이제 이 시은이가 만 네 살이 됩니다. 8개월 전 포항에 와서 시은이는 유치원에 다니길 시작했습니다. 전까지는 그저 오빠가 2년 동안 어린이집, 선교원 다니는 걸 보며 마냥 부러워만 했는데 오빠와 함께 유치원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합니다.

시은이는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특히 낯선 사람 얼굴은 잘 쳐다 보지 않기에 말 없고 심각한 아이로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여리고 조금만 (마음이) 건들려도 펑펑 우는 아이죠. 그래서 시은이에게 글자 배우자는 얘기를 자주 하면 안됩니다. 형민이 오빠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삼남매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밖에 나가면 동생 성은이 보호자 노릇까지 톡톡히 하는 언니죠.

올 해 들어 아빠를 무척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는 엄마를 따르다가 조금 나이 들면 아빠를 더 좋아하다고들 하지요? (형민이는 확고부동한 아빠 편입니다.) 시은이도 아빠를 많이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때도 아빠랑 같이 잔다고 침대 밑으로 내려오는 시은이는...다름 아닌 바로 제 성격을 닮은 것 같아 더 정이 갑니다.

어떻게 하필 시은이만 아빠의 성격을 닮았는지... 차분하기 보다는 덤벙거리는 주의력 결핍 증상과 생각하기 싫은 건 그냥 넘겨 버리는 호탕한(?) 성격을 타고 난 바람에 시은이를 쳐다 보는 아빠의 마음은 남다르기만 합니다. 그래서 선화는 모두 다 야단치더라도 아빠만은 시은이를 늘 안아줘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아빠 만 이해할 수 있는 사고를 자주 치기 때문이죠.

 

자라면서 사랑스러워지고 독특한 매력이 풍기는 시은이... 훗날 시은이가 커서 이 글을 보면(글자를 배워서) 아빠가 얼마나 시은이를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겠지요? 이제 조금만 더 자라면 지금의 형민이처럼 세상 물정 다 아는 '다 큰 아이'로 변할 것이기에...아직도 아이같고 세상을 다 알지 못하는 시은이의 네 번째 생일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여태껏 시은이가 이렇게  자랄 수 있도록 돌봐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남지와 양산의 할아버지,할머니 그리고 주변의 많은 분들께 소식을 전합니다.   200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