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의 퇴원

성은이의 입원 소식을 홈에 올리고 난 뒤 전국 각지의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00 검사를 해 보지?" 라는 조언도 들었고 "하나님은 그렇게 쫀쫀한 분이 아니시란다." 는 위로도 받았습니다. 병명과 치료법...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는 현실은 글을 올리고 난 뒤에도 여전히 계속되었습니다.

6일간 계속되던 클라리시드 정주 요법은 월요일 아침 X선 검사를 보고 경구 아지쓰로마이신 요법으로 바꾸기로 했었는데 다행히 월요일 아침 X선 소견이 좋아져 아지쓰로마이신이 아니라 클라리시드 먹는 약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클라리시드로 이만큼 흉부 방사선 소견이 좋아졌기에 굳이 약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입원 7일째부터 성은이는 이제 클라리시드를 복용해야 했습니다. 60 mg 을 하루 두 번 먹는 요법인데...워낙 소량이라 가루약으로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이 ,클라리시드,라는 약이 얼마나 쓴지... 약을 먹을 때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울어대는 성은이를 달래야 했지요.

먹는 약으로 바꾸었기에 굳이 수액을 달지 않아도 되지만 아직 고열이 지속되고 있어 포도당 주사는 당분간 맞기로 했습니다. 월요일 점심, 계속되는 투병으로 인해 몸도 지치고 밥맛도 없는 성은이에게 뭔가 맛있는 것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담당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외출을 하기로 했습니다. 잠시동안이라도 그 지긋지긋한 수액을 떼 버리고 성은이를 데리고 선화와 함께 육거리에 있는 죽집으로 갔습니다.

 성은이를 데리고 병원을 나서는 모습입니다. 모자도 쓰고 목도리도 둘렀습니다. 아침 수액도 떼 버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어디론가 간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진 성은입니다.

 포항에서 꽤 유명하다는 죽 집에 갔습니다. 언젠가 북한 기도회때 온 강사님 아침 접대한다고 가 본 적이 있는 곳인데 전복죽이 참 맛있습니다.

 입원 7일째 성은이와 선화의 모습입니다. 전복죽을 먹고 있네요.

 

 전복죽 색이 좀 다르지요? 이 곳에서는 전복 내장도 다 사용하기에 이렇게 초록 빛이 돈다고 합니다. 다행히 성은이 입맛에도 맞았습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먹은 날이었죠. 며칠 간 병원에서 나오는 밥을 제대로 먹질 못해 선화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다행이었습니다.

병원에는 저녁에 들어가기로 하고 집으로 가 안방 침대에 눕혔습니다. 성은이는 하루 3번씩 고열을 보이다 입원 6일째부터 하루 2번 정도로 간격이 늘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열이 나기 전에는 "엄마..추워" 라고 얘기하며 힘이 쭉 빠집니다. 집에 온 성은이는 잠시 움직이다가 이내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따끈따끈한 미열을 보이며....

다음 날 밤에는 밤 늦게 병원에 있는 선화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갑자기 배탈이 났는지...배가 아프다는 것이었죠. 성은이가 아픈 마당에 선화마저 아프면 큰일이다 싶어 자정 쯤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복통은 잦아 들었지만 이렇게 오래 끌다가는 아이도 엄마도 너무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입원 9일째... 퇴원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지금처럼 먹는 약으로 치료한다면 집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싶었습니다. 혹시 계속 열이 안 떨어지고 상태가 안 좋아지면 다시 올 각오를 하고 결심한 퇴원이었습니다. 선화는 열이 다 떨어지고 발열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퇴원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보다 안정적인 집에서 성은이를 돌보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의견에도 동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래서 우린 아직 열이 떨어지지 않은 성은이를 데리고 지나 11월 8일(수) 퇴원한 것입니다.

집에 온 성은이는 계속 자기만 했습니다. 오빠, 언니가 없어서 그런지...밥도 제대로 먹질 않고 그냥 자꾸 누우려고만 했습니다. 집에 와서도 쓰디 쓴 클라리시드는 계속 먹어야 했습니다. 새파랗게 질려 가면서  억지로 클라리시드 가루약을 먹는 성은이를 보는 부모 맘도 함께 파랗게 질려 갔지요.

그런데 집으로 온 그 날...이상하게도 38도 이상되는 열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에는 형민이와 시은이가 외갓집에서 돌아 왔고... 언니, 오빠가 나타나자 성은이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기침 나고 기운이 없지만, 언니, 오빠와 노래 틀어 놓고 춤추기도 하고 수다 떠는 평범한 일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성은이가 퇴원하자...이렇게 삼남매는 다시 뭉쳤습니다. 동생이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 온 것이죠.

이 때부터 성은이는 미열 조차도 잦아 들기 시작했습니다. 언니, 오빠가 없는 집은 그저 조용하기만 했었는데...아이들의 소리로 가득해지자 성은이의 기분도 최고였습니다.

 

 퇴원 후 2일째 외래를 방문해서 찍은  X선 입니다. 열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자 담당 과장님도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흉부 X선은 아직 완전히 좋아지지 않았지만 열도 떨어지고 증상도 좋아지고 있으니 곧 정상화 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때부터 성은이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 섰습니다. 미열도 나지 않고, 짜장면도 잘 먹고 언니, 오빠와 열심히 뛰어 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입원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식사량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성은이가 퇴원한 지 3일째...선린병원 직원 등반대회가 열렸습니다. 마음 같아서 성은이도 데리고 가고 싶지만 좀 무리겠다 싶어 형민, 시은이만 데리고 등반대회에 참석했습니다. 성은이는 엄마와 집에 있었구요. 등반대회 장소는 내연산에 있는 경상북도 수목원입니다.

 수목원에서 높은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유치원 조끼를 입은 형민이와 시은이와 함께 5개의 코스로 이어진 등반대회 '천로역정' 코스를 돌았습니다.

 저 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입니다. 높은 전망대 까지 두 아이와 함께 올랐습니다.

등반대회가 마친 뒤에는 구, 항도여중에서 삼겹살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구, 항도여중 땅과 건물은 선린병원이 새 병원을 추가로 건설하기 위해 매입한 것입니다. 이 자리에는 선화와 성은이도 합류했습니다.

 보이시죠? 스티로폼이 깔린 바닥에서 열심히 삼겹살을 먹는 선화와 성은이의 모습이...

 이 순서가 마친 뒤...우리 가족은 포항 온천으로 갔습니다. 짠 맛이 나는 유황 온천이죠.

포항 온천의 야경/ 국화빵도 하나 사 들고...

 

 여탕 입구에 선 모녀의 모습입니다. 승리의 V 자를 그리는 성은이는 불과 3일 전만 해도 선린병원 6층에 입원해 있던 아이였지요.

 

 우리 아파트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안입니다. 시은이의 입 주위에는 국화빵의 단팥이 묻어 있네요. 모자를 눌러 쓴 성은이는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퇴원 후 1주일 째 X선 사진입니다. 이제 완연히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네요.

 

성은이의 담당 과장님은 입원 당시 성은이의  X선 사진이 최근 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중 가장 심한 소견이었다고 얘기합니다. 내색은 안했지만 많이 걱정했다고 하시더군요. 퇴원 후에도 "기도 좀 해...아빠가 기도해야지..." 하며 다그치셨죠.

9일간의 입원 생활을 거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음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심정도 겪어 보고...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돌아 보게 했습니다.

곧 사라질 안개와 같은 우리 인생, 하나님이 그 얼굴 빛을 가리우시면 아무 것도 아닌 우리 삶...

겸손한 맘으로, 감사한 맘으로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눈을 의식하지 말고... 내 삶의 유일한 청중이신 하나님만을 만족시키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오늘도 가져 봅니다.

그 동안 기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국내외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 가정을 안타까운 맘으로 바라 보시는 하나님 그 분의 이름을 높이기 원합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하라 (사 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