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밖의 아스타나 행

다음 달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갑니다. 사실... 올 해는 아스타나로 갈 계획이 없었는데 하나님은 이번에도 내가 예상치 못한 일로 인도하셨습니다.

카자흐 자매들이 와 있던 지난 8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올해는 까밀라, 자미라 초청에만 전념하고 내년에 있을 카자흐스탄 의료선교팀을 준비할 생각이던 제게 '10월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 의료팀을 파견해달라는 협조 요청이 들어왔는데 가지 않겠느냐' 는 병원 해외선교팀의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카자흐스탄요? 감사합니다. 갈께요..." 두 말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곳이 어느 도시인지... 협조 요청을 한 선교사가 누구인지... 자세히 모르는 상태에서 카자흐스탄을 간다는 말만 듣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선린병원에 의료팀을 요청한 선교사는 올 초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 정착한 예장 통합 파송 김경일 선교사님이셨습니다. 한민족복지재단 지부장으로 우즈벡스탄에서 15년간 지내다 최근 추방되었던 이 분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사역지를 옮겨 교회 개척을 시작했는데 아마도 한민족복지재단 등의 일을 하시면서 얻게 된 네트워크를 통해 초기 사역에 필요한 협력팀들을 국내에 요청했나 봅니다. '한국-카자흐스탄 우정의 행사' 를 기획하고 국내의 기독예술인과 의료팀을 요청한 것입니다. 진흥아트홀 유명애 권사님을 통해 음악인,미술인 들이 준비되고 의료팀은 국제문화교류재단 손동아 목사님을 통해 선린병원에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김경일 선교사님의 사역지 : 최근 시작했다는 시내의 교회(교회당 겸 오피스로 사용하는 곳)

도시 외곽(쩰로쁘리예츠노예) 지역에 개척을 시작한 교회 건물(맨 왼쪽)와 인근 학교 (출처: 김경일 선교사 기도편지)

 

선린병원은 매년 20여차례의 단기의료팀을 파송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1년 전부터 미리 기획되고 준비된 팀들입니다. 예상하지 않은 팀의 파송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데... 이렇게 외부에서 병원에 의료팀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선별적으로 협력 단기팀을 파송하기도 합니다.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사실 국제문화교류재단의 손동아 목사님은 지난 2004년에도 우즈벡스탄으로 의료팀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데 이 때도 이와 유사한 '한국-우즈벡스탄 우정의 예술제'가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이번도 그와 똑같은 사업을 카자흐스탄에서도 하겠다는 것이죠. 당시 우즈벡 측 파트너는 한민족복지재단이었습니다.

그런데...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아스타나는 우리 가정이 2년 반동안 살았던 곳입니다.(2001-2003) 그 후에도 단기의료팀과 함께 두 차례나(2003,2005) 그 곳을 찾았습니다.  아스타나에서 살았을 때나, 단기팀과 함께 들어갔을 때나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는데...그것은 아스타나의 특정 선교사 하고만 동역하는 것이 아니라 아스타나에 계시는 많은 선교사님과 교제하고 동역하기 원한다는 사실입니다. 선교사님들도 이를 기쁘게 받아 주셔서 우리가 아스타나로 갈 때마다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 자매로 묶여져 감을 체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새로 지은 아스타나 시청입니다. 아랍계 자본의 도움으로 건설된 것인데 현대식 건물에 이슬람을 상징하는 뾰족한 돔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2005년 8월 촬영)

그런데 이번 건의 경우에는 협력 요청한 특정 선교사 하고만 동역을 해야 하는 제한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추진한 일이 아니라 그 쪽의 요청을 병원에서 응하는 식의 협력 선교가 되다 보니 협력선교사의 요청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맞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선교사님들께도 괜히 미안한 맘이 있고, 요청한 선교사님에게는 이런 저런 상황을 자꾸 설명하게 되고, 2003년 우즈벡 행사를 참석했던 참가자들은 나름대로 견해를 밝히고...2006년 10월에 아스타나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들을 지나며 하나님께서 내게 내 경험과 지식, 선입관을 내려 놓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네가 하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

하나님 없이 열 가지 일을 하는 것보다 하나님과 함께 한 가지 일을 하는게 백 배 천 배 낫습니다. 이번 일을 진행하며 내가 걱정하고 내가 염려하는 것을 보며 이 일을 내 열정, 내 생각으로 진행하려는 내가 모르는, 숨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웠습니다. 그 분의 일이고 그 분이 이끄시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그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나서면 되는데 말이죠.  

모든 것에는 기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냊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

주님 안에 속해 있느냐...그 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돈이나 명예나 다른 필요가 아니라 오직 예수님 그 분만으로 감사하고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것,  본질이신 하나님 그 분 앞에 내 삶을 내려 놓고 항복하며 만족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의 부르심입니다.  그 다음이 나의 평범한 매일의 삶을 살면서 평범한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며 그 분이 이끄시는대로 그 분을 높이며 경배하며 사는 삶입니다. 주님은 이 삶 속에서 그 분의 형상을 빚어 가십니다. 사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단기의료팀이 가고 안 가고는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쓰시고 안 쓰시고는 하나님 마음입니다. 보내시면 가서 일하고 안 보내시면 안 가면 되는 겁니다.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안 놓쳤으면 좋겠습니다. 카자흐스탄 단기의료팀은 매 주 모임을 갖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더 자주 기도 모임을 가지려고 합니다. 기도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 경북의료선교훈련원에서 죠지 뮬러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많은 기도 응답을 받고 많은 일을 했던 그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가장 먼저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 앞에 내어 놓고 그 안에서 기쁨을 누리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자고 일어나면 말씀 묵상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안에서 넘쳐 나는 기쁨을 가장 먼저 구했고 자신에게 그러한 기쁨이 넘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러했으면 합니다. 기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겠습니다.  어거스틴은 말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Love God and then Do whatever you want to do"

'belong to GOD>being>doing' 이 순서가 내 삶에 바뀌지 않는 부등식입니다. 아직도 연약하고 주님이 내 삶에 전부이기를 구하기 원하는, 약한 내 모습이지만 그 분만으로 기뻐하고 찬양하렵니다.  

2006년 10월 9-16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돌아 갑니다. 아스타나는 저와 우리 가족에겐 특별한 곳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생활을 경험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하나님과 더 가까와지고 더 깊이 교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00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