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98일째

 

오는 2000년 1월 24일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이제 이틀 남았군요.

아직 햇병아리 부부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소개합니다.

 

1. 택시 기사와 신혼 부부

 

그 날은 결혼한 후 처음으로 우리 두 사람이 밤 늦게까지 시내에 있었던 날입니다. 기독 학생회

친구들과 함께 모임을 마친 뒤 충무동 육교에서 택시를 타고 학장동 도개공 아파트로 가려던 참이

었고  시간은 자정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택시가 구덕 운동장 앞에서 정신없이 질주하다 급제동할 때까지 우린 택시 기사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 날 따라 유달리 밖은 어두웠고 가로등도 드문드문 꺼져 있었습니다.

 

택시 운전 기사는 황색불이 적색 불로 바뀌는 때에 교차로에 접어들었다가 급제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를 태우고 있는 기사는 아주 젊고 호탕한 아저씨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성훈 : 아저씨, 그렇게 급히 달리시지 않아도 되는데요....

Taxi driver : 우하하하.....안 급하십니까?  늦으실 것 같아서......천천히 가지요....하하하.....

 

아저씨의 여러 가지 얘기를 들으며 재미있게 달렸습니다.

택시는 어느 덧 구덕 터널을 지나........U 턴을 하고 도개공 아파트 진입로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선화 : 아저씨, 저기 입구가 보이지요? 저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성훈 : 선화야, 300원 있나?

Taxi driver : 한 분만 내리실 거죠?

성훈 : 아뇨... 둘 다 내릴 건데요..

Taxi driver : (웃으며) 에이....한 분만 내리셔야지.........

성훈 : (이상하고 어리둥절해서)....아니요... 우리 집인데요...

Taxi driver : 에이...그러니까 한 사람은 집에 가야지......

선화 : 아저씨....저기 우리 집인데요....우리 결혼했는데요.......

Taxi driver : 하하하.......에이.......

성훈 : 진짠대요....

Taxi driver : (약간 놀라며) 그래요?....아이...나는 또 젊은 연인들인줄 알았네....우하하하...

                    그냥 두 사람이 한 집에 들어가는 게 마음에 걸려서..... 미안합니다.....우하하하

 

택시는 우릴 내리고 총총히 떠났습니다....떠나가는 택시의 미등을 멀리하고....우린 서로의 얼굴을

멍하게 보다가 웃고 말았습니다.

'참 이상한 아저씨다....... '

우리가 아직 처녀 총각으로 보이나 봅니다. 누가 뭐래도 우린 부분데....

 

2. 알러지

 

1월초에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난 후로 선화는 얼굴이 가려우면서 작은 뾰록지 같은 것들이 잘 생기는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전혀 그런 증상이 없었는데.....

 

선화 : 오빠....또 그래요...

성훈 : 뭐가...

선화 : 얼굴에 도돌도돌하게 작은 게 나면서....막 가려워요....여기 귀 하고 귓볼하고 턱있는 부분에

         특히 심해요....손이 자꾸 가요..

성훈 : 손은 올리지 마라....얼굴에 손 대는 거 아니다....

선화 : (계속 가려워 한다.)......이상하다...옛날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 한 주 동안 성훈이 오빠는 서울에 가 있었습니다. ---------------------

 

그리고 그 다음 주...........

 

선화 : 오빠......또 그래요...

성훈 : 뭐가...

선화 : 얼굴 가려운 거.....

성훈 : 얼굴이 빨갛네......니 어디 알러지 있는 거 아니가..... 뭐 집진드기 라든지....아니면 이 집의

           어떤 물질이 알러지를 일으키는 거 같다. 사상 공단 공해가 심한데.....

선화 : 전혀 그런게 없는데..... ( 좀 생각하다가....) 그런데......지난 주에는 괜찮았었거든요....

          이상하다.....오빠가 오고 나니까......(히히히....)

성훈 : ??...............

 

그 후로도 나는 계속 얼굴이 가려웠습니다. 오빠가 스테로이드 연고를 자주 얼굴에 바르면 얼굴이

상한다고 해서 그것도 바르지 못하고 계속 가려워만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오빠의 턱에 있는 짧은 수염이 아무래도 ........알러지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게 닿기만 하면 막 간지럽습니다.

 

선화 : 큰일이다.

성훈 : 진짜 큰일이다. ..

선화 : 오빠....아침 저녁으로 면도 안 할래요?

 

그 뒤로 오빠는 수시로 면도를 합니다.  

알러지의 비약물적 치료는 알러지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멀리하는 회피요법(Avoidance)과

오히려 자주 접촉해서  탈감작(Desensitization)요법이  있는데.....

우리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연고도 자주 못 바르고 이래 저래 큰 일 났습니다.

큰 일이다..........

 

3. 오빠가 물건 사는 법

 

오빠와 나는 교회에 사용할 마이크를 사러 갔습니다. 오빠가 국제 시장에 있는 전자 골목이라는 곳에

데리고 갔습니다. 오빠는 늘 거기서 산다는군요...

 

아저씨 : 어서 오세요....뭐 찾습니까?

성훈 : 마이크요.

아저씨 : 어떤 걸로 줄까요?

성훈 : 으응.......만 오천원, 이만원 뭐 그렇습니까?

아저씨 : 야.......딱 맞추셨네요....어쩜 그렇게 잘 알죠?..... 만 오천원, 이만원이 있습니다.

성훈 : 만 오천원 짜리 주세요....

 

  - 물건을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

 

 

선화 : 오빠..... 미리 가격을 얘기하면 어떡해요.....아저씨가 얼씨구나 하고 맞장구치는 거 봤죠?...

        만 사천원이나 만 삼천원에 살 수 있는데.....괜히 만 오천원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다 주고

        사 버렸어요.... 미리 가격을 얘기하는 게 아닌데.......

성훈 : 그래 말이야.....항상 이렇거든..... 꼭 그렇게 말 안해도 되는데..........손해보는 게  많다...

선화 : 오빠....다음부터는 대답은 내가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