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등학교 6학년 일기

 

1986년에 나는 초등 6학년이었다.

그때부터 중요한 것들은 간직하고 있어야겠다는 개념에 눈을 떴는지, 그때 이후의 일기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

6학년때의 일기장.... 여기에는 날짜, 날씨 쓰는 란, 오늘의 중요한 일, 오늘의 착한 일, 잠자는

시각 등을 적는 란도 구분되어 있고  큼지막한 연필 글씨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씌여있다.

중간 중간, 사투리와 틀린 글들도 보이고, 담임 선생님의 사인과 comment도 보인다.  후후후...

시와 그림들도 있고  특별한  일이 없었던 날에는 종종 시를 적었었다.

 

이 글들을 쭉 옮긴다. (틀린 글자들은 고치지 않고 그대로.)

아주 소중한 기억들을 그대로....

 

 

1986년 3월 4일 화요일  맑음

<새 선생님>

예상대로 1반이 되었다.

친구들은 모두 좋게 보였지만 선생님은 좀 무서워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하실 때는 늘 벙글 벙글

웃으셔서 좋다. 선생님은 무섭게 보였지만 자상하시게도 보였다.

이번 6학년때는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

 

1986년 3월 5일 수요일  맑음

<입학식>

오늘은 1학년이 입학하는 날이다.

귀여운 꼬마들이 대답할 때, 노래 부를 때는 무척 귀여웠다.

5년 전 나도 엄마, 아빠  손잡고 입학 했다고 행각하니 그 때가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처음 입학했을 때 학교 생활이 서툴러  6학년 언니들의 도움을 받았듯이 이제부터는 내가

1학년을 도와 주어야겠다.

그래서 학교 생활에 빨리 익숙해 질 수 있게끔 하겠다.

 

1986년 3월 6일 목요일 맑음

<그리기>

4째, 5째 시간에 그리기를 하였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을 그렸는데 뭘 그릴 지 생각 중에 5학년 소풍갔을 때를 그렸다.

점심먹을 때를 그렸다.

그런데 아이들이 앉은 모습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웠다.

잘 그리는 친구들은 아주 잘 그렸다.

나는 그리기에 소질이 좀 없다.  그리기를 많이 해서 미술 솜씨를 늘여야겠다.

다른 친구들을 따라 내고 싶다. 노력해 보겠다.

 

1986년 3월 7일 금요일 맑음

<질서 운동>

4째, 5째 시간에 체육을 하였다.

오늘은 질서 운동에 대하여 배웠다.

차려, 열중 셧 자세를 배운다니 좀 이상하였다. '그냥 하면 되지 뭘 또 배운담.' 하고 투덜 거렸다.

그러나 하나하나 자세히 배우니 무척 어려웠다.

보통 때는 그냥 스쳐 버리는 일도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사소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다음 체육시간에도 계속 할텐데 그때는 더 열심히 잘 배우겠다.

지금까지 체육 점수가 좋지 않았는데, 이번 학기에는 잘 해 보겠다.

 

1986년 3월 8일 토요일 맑음

<봄 옷>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어머니께서 얇은 옷을 사자고 시장에 데리고 가셨다.

원피스같은 예쁜 옷이 있었지만 어머니께서는 바지, 치마, 티-셔츠를 사 주셨다.

무척 고마웠다.

두터운 옷을 벗고 새옷을 입어보니 정말 봄이구나하고 느꼈다. 몸에 꼭 맞았다.

기분이 좋았다.  무척 감사하다.

 

1986년 3월 9일 일요일 흐림, 비

<봄 비>

오후부터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아침부터 날씨가 흐려 비가올 줄 알았다.

나는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어쩐지 비가 많이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봄비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일거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오늘 밤에 꼭 봄 비가 내려 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봄은 역시 좋은 계절인가 보다.

 

1986년 3월 10일 월요일 맑음

<퐁퐁>

오후에 책 빌리러 양선해 집에 갔다가 퐁퐁을 탔다.

뭐라고 말해야 될 지 모르지만 하여튼 퐁퐁 뛰는 것이다.

나, 선해, 현주랑 탔다. 5학년 때 친구와 같이 놀게되어 즐거웠다.

100원에 15분 타야 되는데 아저씨가 30분이나 태워 주었다. 우리는 퐁퐁을 타면서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즐거운 한 때였다.

 

1986년 3월 11일 화요일 맑음

<저금>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은행에 저금하러 갔다.

한 달 용돈이 얼마남지 않아 다 써 버릴까 싶어 저금하였다.

영실이와 같이 갔다.

은행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국민학생도 더러 있었다.

1000원을 저금하였다. 이제 15000원이 다 되어간다.

오는 도중 영실이와 도나스를 사 먹고 왔다. 집에 와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칭찬해 주셨다.

기분이 좋았다.

 

1986년 3월 12일 수요일 맑음

<지도위원>

둘째 시간에 지도위원 선거를 했다.

후보자에는 올라갔다. 지금까지 후보에는 떨어진 적이 없다.

작년까지는 별로 떨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너무 떨렸다.

그런데 지도위원이 되고 보니 마음이 후련했다. 말로는 좋은 학반, 깨끗한 학반을 만들자고 했지만

실천은 어떨지 걱정이다.

하지만 끝까지 노력은 해 보겠다.

그래서 가장 추억에 남는 6학년이 되게 노력하겠다.

 

1986년 3월 13일 목요일 흐림

<날씨>

요즘 날씨가 맑았다 흐렸다 한다.

비가 좀 왔다. 날씨가 이랬다 저랬다 하니 좀 싫다.

계속 맑은 날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날씨가 흐리니 내 마음도 좀 좋지 않다.

하지만 마른 땅을 적셔 주니 고맙기도 하다.

동생과 같이 오후시간을 보냈다. 동생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1986년 3월 14일 금요일 흐림

<선거>

공부를 마치고 회장, 부회장 선거를 하였다.

후보자는 6학년 지도위원 전원이었다. 나도 나가게 되었다.

소감 발표할 때 내가 제일 못한 것 같았다.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여서이다.

그때 기분은 무척 떨렸는데 이유는 모르겟다.

결과는 회장은 배성호, 남자 부회장에는 이명춘, 여자 부회장에는 이나연이 되었다.

꼭 되고 싶은 심정은 없지만, 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한 구석에 있었다.

회장, 부회장을 도와 열심히 일하겠다.

 

1986년 3월 15일 토요일 맑음

<자기의 이익만을...>

친구들 네명 그리고 나는 오후에 목욕탕에 갔다.

서로 등 밀어주기를 할 떄 일이다.

사람이 많아서 때미는 침대에 가서 밀었다. 선애가 씻고 있을 때 일하는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느그는 여서 씻으면 안된다.'하면서 우리를 쫒으셨다.

우리는 투덜거리며 나왔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가 뭐하는 지 보았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편하게 누워만 있었다.

우리는 서로 투덜거렸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를 쫒았다는 것이 너무 미웠다.

나는 나의 이익만을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

 

1986년 3월 16일 일요일 맑음

<찬송 율동>

교회에서 찬송 율동 경연대회를 하였다.

반별로 나가서 했다.

우리 반은 나와 선아, 둘이서 나갔다. 다른 친구들은 부끄러운지 나가려 하지 않아서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네'라는 제목의 노래로 하였다.

막상 나가니 마음이 두근 두근거렸다.  하지만 끝까지 하고 들어왔다.

등수에는 들지 못하였지만 즐거웠다.

그리고 2명 나온 우리보다 많은 아이들이 나와 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1986년 3월 17일 월요일 맑음

<늘임봉>

6째 시간은 체육 시간이다.

오늘은 늘임봉 올라 가기를 하였다.

평소에 연습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도 그 속에 끼었다.

두 번째 할 때 나 외 두명만이 못했다.

양말을 벗었으면 잘 되었을 텐데....

다음 할 때는 신 신고도 할 수 있게끔 연습하겠다.

 

1986년 3월 18일 화요일 비

<우주 도시>

미술 시간에 상상하여 그리기를 하였다.

나는 우주 도시를 그렸다.

그런데 너무 공간이 많아서 그림이 좋지 못했다. 잘 그린 아이들은 무척 잘 그렸었다.

나는 우주에서 살아보고 싶다.

내 그림보다 훨씬 아름다운 우주에서 말이다.

 

1986년 3월 19일 수요일 맑음

<해 질 무렵>

학원 갔다 와서 퐁퐁 타러갔다.

그 동네에 사는 선해와 현주와 탔다.

타는 동안에 해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였다. 해가 질 모양이었다.

붉으스름한 빛깔이 너무 아름다웠다.

매일 이런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1986년 3월 20일 목요일 맑음

<시험>

5학년 때 시험을 쳤다. 대부분 어려웠다.

그 중에 산수는 무척 어려웠다. 계산 방법을 몰라서 이상하게 한 것도 있다.

시험지 매길 때 세어보니 점수가 엉망이었다.

이번 6학년에는 산수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셈이다.

그래서 5학년 때 못한 분을 꼭 채우겠다.

 

1986년 3월21일 금요일 맑음

<목표 달성>

체육시간에 선생님께서 다음 금요일까지 남자는 턱걸이 5개 이상, 여자는 매달리기 30초 이상

하라고 하셨다.

작년 체력장에서 나는 매달리기 13초밖에 못앴다. 그런데 이번에 반이나 더 연습해야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열심히 연습해 지난 늘임봉할 때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겟다.

열심히 연습하겠다.

 

1986년 3월 22일 토요일 비

<역사>

3달 전에 역사책을 샀는데 어려워서 아버지께서 6학년 때부터 읽으라고 하셨다.

오늘부터 읽기로 하였다.

맨 앞에 나오는 지구의 지각 변동에 대한 것은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뒤에 단군이 나오는

이야기부터는 무척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빨리 빨리 읽고 싶다.

 

1986년 3월 23일 일요일 맑음

<고래>

오전에 오르카라는 영화를 보았다.

고래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한 선장이 암놈 고래를 잡아 수놈이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암놈 고래가 너무 비참하게 죽었

으므로 내가 수놈 고래라도 그 선에게 복수할 것 같았다.

고래들에게도 사랑이 있었나보다.  수놈 고래가 복수한 데에서 알 수 있다.

나는 이영화를 보고 작은 벌레 하나라도 생명이 있는 것이면 죽이지 않기로 했다.

 

1986년 3월 24일 월요일 맑음

<합창부>

작년에 합창부를 했다고 올해에도 합창부 선생님이 계속 하라신다.

합창부가 싫다.

애일 집에 늦게 들어가고  어떨 때는 신경질까지 난다.

오늘 파트를 정했다.  작년 그대로 소프라노이다.

합창부보다 문예부가 하고 싶다.

 

1986년 3월 25일 화요일 맑음

<일>

둘째 시간에 관찰원에 가서 일을 했다.

돌멩이 파고 줍는 일을 했다. 나는 호미를 들고 돌멩이를 팠다.

하러 갈 때는 '학교에 일하러 오나'하고 투덜거렸지만 할 때는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돌을 파는 것이 재미있었다. 조금 솟아나온 돌을, 파고 보면 큰 돌이어서 모두 웃곤 하였다.

웃으면서 일하니 투덜거리던 내가 부끄러웠다.

다음부터는 모든 일을 열심히 해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1986년 3얼 26일 수요일 맑음

<개나리 꽃>

  노오란 개나리 꽃

  피기 시작 했어요.

  봄이 왔다 알려주려

  피기 시작 했어요.

 

  사람들은 좋아라

  개나리꽃 보고서

  봄이 왔다 하는 걸

  알 수 있지요

 

1986년 3월 27일 목요일 맑음

<작업>

3째 4째 시간에 작업을 했다. 결명차 심을 밭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쉬워 보였다.  그런데 하고 보니 무척 어려웠다.

다리도 아프고 힘이 없었다.

농부 아저씨들의 수고를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조금만 일해도 짜증이 나는데 농부 아저씨들은 하루 종일 일하시기 때문이다.

 

1986년 3월 28일 금요일 흐림

<동화책의 바닷속>

  동화책의 바닷속엔

  뭐가 있을까?

  용왕님, 인어공주

  살고 있겠지

 

  동화책의 바닷속은

  어떤 곳일까?

  동물들의 낙원

  낙원이지요.

 

1986년 3월 29일 토요일 맑음

<약속>

오늘 3시에 교회 친구들과 모여 선생님 집에 가서 친목회를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나는 학원에 갔다가 교회에 갔다. 친구들이 와 있었다.

좀 기다리고 있는데 집사님께서 우리에게

'선생님께서 아파서 못가게 되었으니까 내일 만나서 이야기 해라.'고 하셨다.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그렇게 되니 좀 섭섭했다.

적은 약속이지만 지키지 못하면 실망을 준다는 것을 배웠다.

 

1986년 3월 30일 일요일 맑음

<시간>

오늘은 하루종일 놀기만 했다.

아버지께서는 공부하지 않았다고 꾸중하셨다.

내가 생각해 봐도 오늘 하루는 너무 헛되이 보낸 것 같다.

다음부터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

알차고 보람있게 보내겠다.

 

1986년 3월 31일 월요일 맑음

<주번>

이번 주는 우리 반이 주번이다.

두 주로 갈라 나는 이번 주에 하게 됐다. 나는 보도 블록 교통이다.

그 쪽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좀 추웠다.

우리말을 잘 듣는 아이도 있고 듣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40분 동안 서 있자니 지겹기도 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