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여행 (신혼 여행)

                             - 첫번째 이야기

 

시간이 많이 흘렀다. 흔한 표현이지만 정말 '꿈같은 신혼여행'을 갔다온 지 2주가 지났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하얀 웨딩드레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드레스를 입고 멋진 신랑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많이 그려 보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꿈은 빨리 이루어졌고 그 순간에는 온통 긴장과 떨림속에 공주가 된

날에는 만끽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아직도 길거리를 지나다 웨딩샾을

윈도우의 예쁜 드레스를 보게되면 다시금 마음이 설레인다.

 

여행- 결혼에 대한 환상만큼이나 신혼여행에대한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나의 꿈의 신혼

여행지는 두곳-스위스 아니면 프랑스였다. 스위스 융프라우를 올라가는 기차에 몸을 기울

여 눈 덮인 산을 함께 바라본다든지, 파리 몽마르뜨를 함께 걷는 것을 상상하곤 했었는데...

제주도를 다녀온 지금은 스위스의 멋진 산도 프랑스 파리의 화려함도 부럽지 않다.

너무나 즐겁고 좋은 것들로 가득찬 시간들이었기에, 그 어떤 것도 (파리의 노상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도)대신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

 

여러 가지 이유로 월요일 오후 2시 비행기로 김해공항을 떠났다. 역시 비행기를 타는 기분은

괜찮았다. 낯선 곳에 대한 동경과 설레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성훈이 오빠나 내게 두 번째 제주도 방문이다. 약간은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동안 부산에서

결혼식, 폐백, 인사드리기등으로 지친 우리에게 생각을 돌리게 할 만큼 충분히 맑고 상쾌한

공기가 우리를 감싸주었다.

 

비행기에서 성훈이 오빠가 이런 말을 했다. '선화야, 일생에 단 한번 뿐인 결혼과 신혼여행

인데 이 시간을 마음껏 누리렴.' 이 말이 참 좋았다. 평생에 다시 없는 좋은 시간을 온 가슴

으로 느끼고 만끽하는 즐거움. 많은 감탄사를 나누고 행복의 표정을 나누는 시간. 단 1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일상에서 멀리 떠나와 특별히 예비한 이 곳에서 아름다

운 자연과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기쁨을 맘껏 느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우리는 바로 성산 일출봉을 향해 떠났다. 우도로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

우도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다시 만난 성산일출봉은 멋진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95년 봄 졸업여행때 친구들과 이 성산일출봉에 올랐을 때 힘들었지만 신기하게 생긴 봉우

리에 다들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정상에서 예기치 못했던 큰 분화구를 만난 것도

그렇고....

 

그런 좋은 추억의 장소로 성훈이 오빠와 다시 가는 즐거움도 참 컸다. 우리가 연애할 떄

(이제는 이 단어가 좋다. 그 전에는 연애라는 단어보다 교제한다. 만난다.등의 우회적 표

현을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연애라는 말이 좋다. ) 각자 좋은 것을 보거나 하면 늘 서로를

떠올리곤 했었는데....  

 

결혼의 좋은 점은 나의 경험과 감동의 사건들이 이해해 주는 한 사람으로 인해 더욱 풍성

해 진다는 것이다. 사춘기 시절에 적은 작은 글귀들을 함께 나누며, 혹은 좋아했던 찬양

을 함께 부르는 것은 그를 더 잘 알게되는 장점도 있고 또 나의 열정을 나눌 수 있는 장점

도 있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른다.

 

첫날 우리의 우도행은 배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날로 미루어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도로 갔다. 갔다 온 사람들에게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역시나,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소의 머리모양의 섬이라하여 붙여진 이름이

라고 하는데, 언덕에서 보면 한눈에 사방이 눈에 들어오는 손 바닥만한 섬이다.  멋진 해변

들이 많았는데, 부서진 산호로 가득한 흰모래 해변, 화산으로 인해 모래가 검게 타 버려

흑사장을 이루고 있던 해변....

우리는 반나절 동안 열심히 돌아다녔다. 성훈이 오빠가 이때 얼굴을 많이 그을린 것 같다.

작은 섬이어서  오전 한때에 섬을 다 둘러보고 우도를 나왔다.

 

둘째날 우리의 숙소인 파라다이스 호텔--- 모든 신혼부부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무리 돈이 없어도 하루쯤은 특급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좋겠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를 이 곳에서 만끽했다. 옛날 이승만 대통령 별장으로 쓰였던 곳을 개조

한 것이라 하는데 세심한 손길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서 우리를 흐믓하게 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는 정장을 하고 멋진 양고기요리를 먹었다. 저녁내내 주변 정원을 돌아

다녔는데 걸음도 차분해지고 말도 차분해지면서 정말 궁전속의 왕자와 공주가 된 것 같았다.

아름다운 건물과 조경이 주는 편안함도 참 크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중에서도 오빠는 롯데의 한국 시리즈 진출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다행히 이날

롯데가 이겨서 오빠가 너무 좋아했고 나도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