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민이와 광등이

지금.... 친구 태성이가 준 CD를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형민이와 저의 귀가를 축하한다면서 좋은 MP3 곡들을 두 장의 CD에 나눠 담아 보내 왔습니다. 배려가 깊은 친구인 태성이는 학생때부터 좋은 찬양들을 테잎에 담아서 새벽별 지체들에게 선물하곤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의 Gospel 자료들을 수집해서 우리들에게 알려 주기도 했고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음반과 악보를 직접 구해서 보여주기도 했지요.학생 시절..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고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추억입니다. 앞으로 형민이에게 태성이라는 멋진 삼촌이 있다고 일러 줘야겠습니다.

제게는 태성이와 같은 친구가 있듯이 형민이에게도 광등이라 이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full name은 형광등..... 형민이는 어제로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귀는 많이 열려서 '형민아!'하고 부르는 소리도 듣고 반응합니다. 하지만 눈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뭔가를 보려고 큰(?)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 거리지만 물체를 정확히 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형민이를 안았을 때, 형민이는 누워서 가만히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그게 꼭 절 보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자세히 보니 저를 보는 게 아니고 제 뒤에 비치는 형광등 불빛을 보는 게 아니겠어요.... 빛과 어둠은 느낄 수 있으니까 형민이가 유일하게 볼 수 있는게 형광등이기도 하지요. 형민이를 안고 방안을 이리 저리 걸으면 형민이는 광등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연신 기웃거립니다. 그리고 광등이가 비치는 거울, 액자, 유리들도 형민이의 관심의 대상입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투명하고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우리부부는 형광등을 형민이의 친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형민아, 광등이 저기 있네. 울지마.." "형민아... 광등이 자는데... 형민이도 자야지...." "어! 여기 다른 광등이 친구가 있네...."이런 대화는 저희들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머리를 뒤로 제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밝게 빛나고 있는 광등이를 보는 형민이...앞으로의 삶에서 형민이의 관심사는 또한 우리의 관심사가 될 것 같습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로 가면 아무 소리도 안 내고 밖에서 밝은 빛을 보내는 뭔가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형민이....우린 햇님을 응시하는 형민이를 보며...태양이도 형민이의 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지요.. 광등이와태양이..... 모두 형민이의 친구들입니다.

 

 밤이 무서워.....

어른들과 함께 있으면 옛날 그분들이 아이를 기르던 경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중.. 낮밤이 뒤바뀐 아기의 이야기는 누구나 하시더군요. 낮에는 푹 자고 밤만 되면 깨어 놀려고 하는 아기.... 모두들 그 때를 회상하시며 그럴 적엔 잠 한번 실컷 자 보는게 소원이었다고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요즘 저희들의 소원도 밤에 잠 한번 실컷 자 보는 것입니다. 형민이는 주로 낮에 잘 잡니다. 한번 잠이 들었다 하면 흔들어도, 때려도, 목욕을 시켜도 깨지 않습니다. 그리고 놀때는 아무리 재우려고 해도 자지 않습니다.

친정에 있을 때는 친정 어머니께서 봐 주셨기 때문에 전 나름대로 잘... 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학장동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성훈이 오빠나 저는 밤에 푹 자지를 못합니다. 잠이 들면 아주 푹 들어 버리는 오빠는 그런데로 잠이 듭니다. 전 길면 새벽 3-4시 까지 형민이를 붙잡고 거실을 왔다갔다 하다가....다시 자리에 눕혀 보고...그래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가 울기 시작하면 다시 안고 불이 꺼진 작은 방으로 가서 앉아 있어 보고....형민이는 안고 이리 저리 걷는 게 편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형민이를 안고 앉아 있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밤새도록 아이와 씨름을 하고 새벽녘에 제가 잠이 들면 그때는 오빠가 형민이를 돌보지요... 새벽녘에 잠이 깬 형민이는 절대 누워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안고...얼르고...함께 걷고... 요즘에는 꽤 힘이 세져서 다리를 뻗어 차기도 하는데 안고 있다가 전.. 배를 많이 맞았습니다.

어제는..... 최악이었습니다. 주일인 어제는.... 형민이가 처음으로 교회당에 간 날이지요. 성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형민이는 내내 잤습니다. 다행이었지요. 오후 예배때도 깨지 않고 계속 잘 잤습니다. 그게 이어져서 저녁까지 정신을 잃고 자더군요... 저희 부부는 걱정이 태산이 되어 깨울려고 했지만 역시나 마음대로 안되더군요.. 밤 11시 30분 저희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잘 자던 형민이.... 그런데 11시 40분경 '애-앵-'하는 소리와 함께 형민이가 일어났습니다. 그때 이미 성훈이 오빠는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예배후 청년들과 아미초등학교에서 함께 축구경기를 한 탓에 너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전...형민이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각오는 단단히 하고.... 눕혔다가 안았다가,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하고 그냥 울도록 내 버려 두기도 하고.... 그러기를 3시간...... 3시 가까이 되어서 형민이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6시에 형민이는 깨어나 울었습니다. 전날 너무 많이 잔 탓에 밤잠을 얼마 자지 않아도 되나 봅니다. 그때부터는 성훈이 오빠의 몫입니다. 전 거의 비몽사몽이거든요.

휴..... 이래서 저희들은 밤이 무섭습니다. 그런데 양가 어머님들도 밤이 무서웠다고 하십니다. 시어머님께서는 남편(성훈 오빠)이 그렇게 어머니를 괴롭혔다고 얘기하십니다. 오빠를 보며 어머니는 '30년 전에 너도 안자고 그랬다." 하시고 저희 친정 어머니도 "너?.... 밤새 기저귀를 10개 넘게 갈아줬다."고 하십니다. 집안 어른들은 한 100일까지는 아이들이 낮밤이 바뀐다고 하시더군요...이제 약 2달 정도만 참으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있겠다 싶어 안심이긴 하지만 언제 2달이나 기다리나.....

형민이는 지금 아빠 품에서 놀고 있습니다. 오늘 밤도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잠은 잘 못 자지만 아이를 보고 있으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참 이것도 큰 병인가 싶습니다.

한 번 잠이 들면 좀처럼 잠이 깨지 않는 형민이... 

잠이 들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형민이를 뒤로 제껴 보고 있는 제 모습입니다. 깊이 잠이 들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