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민이의 세상

형민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은 자고 먹고 그리고 배설하는 것입니다. 보통 신생아들은 18시간에서 22시간을 잠으로 보낸다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이렇게 잘 자니까 옆에서 돌보는 사람도 쉬울 것 같지요? 하하... 그러나 그게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2시간 마다 깨어서 자기의 기본 욕구를 충분히 채우기까지는 아기가 얼마나 보채는지 모릅니다. 울고, 다리를 차고 팔을 나부대는데 그때는 얼굴도 벌겋게 됩니다. (벌겋다못해 거의 검게 되지요.) 더군다나 그 욕구가 뭔지 정확하게 알아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요합니다. 배가 고픈건지(이건 일차적으로 추측하는 것), 목이 마른 지, 기저귀가 축축한 건지, 안아달라는 건지....

내일이면 형민이가 태어난 지 딱 3주가 됩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삼칠일이 되는 거지요.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는 아이.... 자고 있는 형민이를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형민이가 경험한 세상은 뱃속에서의 10달과 세상에서의 21일밖인데, 그 표정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찡그리고, 웃고, 때론 한없이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하거든요. 도대체 무엇들이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 지 궁금합니다.

형민이에게는 모든 것이 낯섭니다. 아직 물체를 정확하게 보지는 못하지만 소리에는 상당히 반응을 하는 것으로 봐서 귀는 차츰 열리는 것 같습니다. 가끔 부엌에서 나는 큰 소리나 밖에서 나는 차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거나 다리를 만져주는 느낌도 새로운가봅니다. 우스운 건, 형민이는 자기가 내는 소리나 자극에도 놀란다는 것입니다. 형민이는 방귀를 많이 낍니다. 그런데 큰 방귀에는 자기도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버둥거립니다. 처음엔 소리에 놀라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까 방귀가 나올 때 양 엉덩이게 느껴지는 느낌에 놀라는 것입니다. 변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때는 막 울기도 합니다.

형민이의 세상은 분명 지금 내가 있는 세상과는 다릅니다. 아주 작은 세상이지요. 많이 알수록 세상은 넓어지지만.... 그러나 큰 세상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요. 전쟁과 기근과 질병이 그치지 않는 세상.... 형민이도 곧 이 세상을 만날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이런 세상에서 무엇이 우리의 진정한 의지이며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을 잘 섬기며 사는 것입니다. 형민이가 이러한 것을 잘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부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동안도 형민이는 많이 자랐습니다. 힘도 세어졌구요. 앞으로 형민이와 함께 할 삶이 기대됩니다.

 

혼자 사는 남자는 불쌍하다

아기를 낳기 전에 우리 부부는 산후 조리에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른들의 전통적인 경험담과 신세대 엄마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요.

어른들은 한결같이 산후조리를 잘 못하면 나이 들어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첫아이(저희 남편이 되네요)를 낳고 충분히 쉬지 못하셨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지금 몸이 약한 것 같다고 늘 말씀하시지요... 성훈이 오빠는 그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인지 '산후조리는 반드시 6주 이상'이라고 고집했습니다. 저도 여러 책들을 보고 충분한 조리 기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6주동안 친정에 있을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10월 4일 이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쳐온 입원과 출산의 과정은 생각보다 분주히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그나마 가만히 병실에 있다가 친정으로 왔지만 성훈이 오빠는 여러가지 뒷 처리를 한다고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퇴원할 때 쯔음엔 나보다도 오빠의 얼굴이 더 까칠해 보일정도였으니까요.

퇴원해서 친정으로 오기전에 필요한 짐을 가지러 잠시 학장동 집에 들렀습니다. 몇일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서인지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에도 깨끗이 치웠는데도 그 사이에 또 청소할 일들이 생겼더군요. 남은 음식물들, 먼지 앉은 방, 그 동안 오빠가 갈아입은 옷들.... 성훈이 오빠는 자기가 모두 치우겠으니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별로 미덥지가 못했습니다. 성훈이 오빠가 정리를 잘 하고 청소하는 걸 좋아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성훈이 오빠가 피곤한 몸으로 청소며 빨래를 하는 모습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성훈이 오빠는 매일 밤 일과를 마치고 개금에 왔습니다. 와서 형민이 안아주고(형민이는 아빠 품이 편안한가 봅니다.한참을 안고았어도 보채지 않고 가만히 있거든요.)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학장동으로 돌아갑니다. 각종 공과금 영수증도 잘 처리했고 빨래도 2번 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오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로...... 오빠가 불쌍해 보였습니다. 몇일째 같은 바지에 같은 셔츠를 입고 오는 오빠, 싸늘한 밤 공기인데 겉옷을 걸치지 않은 오빠, 폭이 좁아 불편한(그래서 버리려고 했던) 양말을 신고 온 오빠..... 살림을 돌봐주는 사람없이 혼자 사는 남자는 왜 그렇게 불쌍하고 처량할까요?

그렇다고 본가에 가서 생활하거나 처가를 이용할 오빠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저로써는 그저 "오빠..... 잘 챙기세요"라고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집에서 밥먹고 쉬는 것을 좋아하는 오빠, 밖에서 먹는 밥은 아무리 비싼 것이라고 하더라도 집에서 먹는 것만 못하다는 오빠... 그리고 자기의 작업 공간을 옆에 두고 있지 않으면 힘이 빠지는 오빠입니다. 짜투리 시간을 모아서 뭐든지 할 일을 찾아서 해야지 도저히 가만히는 있지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홈페이지 작업에 필요한 컴퓨터, PSB 야구중계를 들을 오디오를 옆에 두어야만 하지요. 그것이 오빠가 어느 집에도 가지 않고 학장동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이젠 제법 날씨도 추워졌는데 늦은 시간, 싸늘한 집에 불을 켜고 들어설 오빠가 불쌍합니다. 이런 오빠가 불쌍해서 "저요 한달만 있다가 다음 달에 집에 갈께요."라고 합니다. 그러면 "선화야 절대적으로 6주동안 bed rest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전 그저 웃어버리지만 정말 11월이 되면 학장동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성훈이 오빠도 6주동안 조리를 해야한다고 고집하지만 마음으로는 얼른 그 6주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선화야, 우리 빨리 같이 학장동에서 살자."라고 여러번 이야기하곤 하니까요. 아이같은 성훈이 오빠.... 다음 달부터는 두 아이를 데리고 살아야할 것 같습니다.

혼자 사는 남자는 불쌍합니다. 지금 성훈이 오빠는 불쌍한 남자입니다.

 

모유수유....

저는 아기를 모유로 키울 생각이었습니다. 가능하다면 6,7개월도 먹이고 싶었습니다. 임신기간을 큰 어려움없이 보낸 저는 수유도 쉽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형민이를 낳고 나서 알았습니다. 너무 늦은 거지요....

출산 후 나흘쯤 지나서 젖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젖은 아기가 빨수록 많이 나온다고 어른들이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우유병 꼭지에 익숙해져 버리면 엄마의 젖꼭지를 물지 않는다고 해서 잠시 퇴원했던 형민이를 병실로 데리고 와서 젖을 물려봤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 젖꼭지가 빨기에 충분이 튀어나오지가 않은 것입니다. 저는 전에 학교에서 함몰 유두에 대해서 배웠었습니다. 유두가 푹 들어간 사람은 미리 교정을 해야한다는 것을.... 그런데 함몰은 아니지만 제게도 미리 교정이 필요했던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처음으로 배고픈 형민이에게 젖병 꼭지가 아닌 제 젖꼭지를 물렸을 때.... 제대로 물지도 못하고 막 울었습니다. 두분 어머니가 보시는 앞인데다가 예상치 못한 일이라 참 당황이 되었습니다.

친정에 와서 여러가지로 애를 썼습니다. 드디어.... 형민이가 젖꼭지를 물고 빨았습니다. 그 느낌은..... 우선은 아프고 그리고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젖의 양이 너무 적은 것입니다. 열심히 빨아도 조금밖에 안나오나까 형민이가 막 울어댔습니다. 그때 저의 실망감 또한 너무 컸습니다. 몇번 더 시도한 후에 저는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친정 어머니께서 돼지 다리뼈를 고아 먹으면 젖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시면서 먹겠냐고 물으셨습니다. 싫었습니다. 돼지뼈도 싫었고 먹고도 효과가 없으면 실망이 너무 클 것같아서입니다.

젖을 먹이지 못하는 게 이렇게 마음을 아프게 할 지 몰랐습니다. 어른들은 "아유, 젖을 먹이면 편하고 아기한테도 얼마나 좋은데....."하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미안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요즘에는 젖이 잘 안나오는 사람이 많대요. 그리고 아기 분유가 얼마나 잘 나오는데요."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 합니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모유수유는 포기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에게 좋은 것을 주지 못하는 것 같고.... 또 아기가 내 품에서 젖을 빠는 그 기쁨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지요.

형민이는 '남양 아기사랑 수'를 열심히 먹습니다. 그리고 하루 두세번 정도 젖병에 모은 모유도 먹습니다. 얼굴도 다리도 통통해졌습니다. 다음 달부터 모유수유는 중단할 예정입니다.......그리고.....'아기사랑 수'를 단계별로 먹일 예정입니다. 모유 수유를 충분히 할 수 없었지만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To be continued)

**형민이 사진을 기다리시는 분이 많은 줄 압니다. 지금 찍고 있는 사진이 36판 짜리라...현상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네요...며칠 후 한꺼번에 형민이의 여러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