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하지 말라...

지금까지 마음에 글에 올라온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리의 결혼생활중에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그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결혼 생활 속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사회 최소단위인 가정을 형성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 생활 모습이나 장, 단점이 천하에 공개되어 있지만 우리에게 결혼 생활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입니다.

지금까지 올라온 글들은 우리의 생활 중에 유쾌했던 기억들을 주제로 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사실 삶에서 꼭 그러한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끄러워서 밝힐 수 없는 일들도 있고, 아니면 우리 스스로 마음이 아파서 쓸 수 없는 글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지금까지 해 온 이야기와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바로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요.우리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이지만  쉽게 이야기하기엔 너무 무거울 것 같고 아니면 너무 사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서 쓰지 않았지만 오늘은 왠지 이 주제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왜냐면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 감격스럽게 다가온 하루였기 때문이지요.

결혼 후에 저는 직장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것은 곧 가정을 좀 더 안정되게 세우고 싶다는 생각과  오빠와 교회생활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고 설사 돈이 좀 부족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을 위해선 관여치 않겠다는 것이 포함된 결정입니다. 결혼하기 전에 오빠와 나는 직장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하는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대학병원 레지던트가 받는 월급은 세상이 다 아는 것.... 그걸로 어떻게 쓸 것인가....미래에 다가올 일을 생각하고  이리저리 분배해  보며  즐거워 했었습니다. 적지만 결코 부족할 것 같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계획과  실제는 늘 틀린 법... 각종 카드는 절대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고 레지던트를 마칠 때까지 예금은 할 생각도 없었는데.... 이렇게 마음을 비웠는데도 ..... 한달 한달이 그냥 순탄하게 넘어가지를 않았습니다. 다 갚은 줄 알았는데 날아온 카드대금 청구서, 뜻밖의 차동차 견인, 혹은 차동차 수리,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산전 진찰비, 거기다가 요즘은 의약분업과 관련된 투쟁에 드는 돈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우리 가정은 비교적 정기적인 지출이 많은 셈입니다. 매달 월급을 받게되면 성훈이 오빠와 함께 지난 달을 결산하고 다음 한 달을 계획하는데 여기 저기 돈을 떼고 나면 보통 30만원이 생활비로 남게 됩니다. 어떤 달은 14만원이 남기도 했지요. 그러면 우리는 하루에 쓸 수 있는 최대 한도의 돈을 계산합니다. 그러면 어떤 달에는 4,000원 이상 쓸 수 없는 달도 있지요. 그러면 성훈이 오빠는 "선화야, 하루에 4,000원으로 살 수 있겠나?" 합니다. 그럼 저는 "그럼요!"하고 자신있게 이야기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저는 또 한 번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실까를 생각해 봅니다.

결혼 전에는 사실 모든 것이 풍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생활비라는 것은 대부분이 친구들과의 교제에 드는 돈이었기 때문에 돈이 궁한 적은 없었지요. 그러나 결혼 후에는 달랐습니다. 당장 대학 동창들과 하는 계에 매달 내는 10,000원이 부담스러워 졌습니다. 어떤 달에는 성훈이 오빠가 터널비가 없어서 차를 가지고 출근하지 못하고 버스로 출근한 달도 있습니다. 밥 한 그릇이 무척 귀해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맘 같으면 쌀을 20kg 사서 넣어놓고 싶지만 목돈이 드니까 10kg 씩 사 먹습니다.

너무 우리가 불쌍해 보이네요.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이런 상황 때문에 힘들거나 슬픈 적이 없습니다. 우선은 적지만 고정적인 수입을 예상할 수 있었고, 또 가계부를 함께 보면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성훈이 오빠의 가계부에 대한 집착? 을 아야기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오빠는 가계부를 꼭 챙겨서 봅니다. 어떤 날은 "선화야 우리 얼마나 남았노? 가계부가 이틀이 밀렸네." 하기도 합니다. 오빠의 정리벽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챙겨보는 사람이 있어서 저는 가계부를 안 쓸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딴 주머니도 찰 수가 없지요. )그리고 결코 우리가 낙심하지 않을 수 있는 한가지, 그건 하나님의 적절하고도 풍성한 채워주심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이 마태복음의 말씀은 오늘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달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반상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1,500원의 벌금을 내야합니다. 아직 한 번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매달 벌금을 물고 있는데 그날 저녁에도 반장 아주머니께서 벌금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얼마지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재활용 쓰레기 수거에 안나온 거 합해서 4,500원 이네요." 라고 하셨습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격 주로 주일 아침에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있는데 그 때 층별로 당번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일 아침은 어떤 날보다도 바쁜 날이기 때문에 도저히 나갈 수가 없지요. 이 것 또한 매 번 벌금으로 대치하고 있는데 하필 그날이 그 벌금을 함께 내야하는 날이었습니다. 순간 내 지갑에 지폐는 1,000원자리 두 장밖에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돈을 찾는 척 하다가 아주머니에게  "잔돈이 없네요. 내일 드릴께요."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갑자기 울쩍해 졌습니다. 큰 돈도 아니고, 거기다가 벌금이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일로 두 번 일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 좀 싫었습니다. 그런 생각 속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성훈이 오빠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선화야 좋은 일 있다." 하면서 돈 30만원을 내 주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가는 파견비 받았다." 라면서요.....  이런 에피소드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는 원래 추석 특별 보너스는 있었지만 설 보너스는 없었는데 올 해는 그것도 받았고,  성훈이 오빠가 내과 40년사를 편찬하고 수고비를 받은 날 또한 감격적이었지요. 이 날 또한 우리 재정이 거의 0인 날이었습니다.  이 날 성훈이 오빠가 전화를 해서 "선화야 저녁먹으러 나올래?" 하는데 '아! 또 채워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렇게 생활비와 여기 저기 들어갈 돈들이 채워졌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더욱 감격적인 날입니다.

7월달에는 휴가 보너스까지 보통보다 재정적으로 풍부해야 하는 달입니다. 그런데 영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보너스로는 지난 달에 지불하지 못한 돈이 있어서 썼습니다. 이번 달에는 특별히 중, 고등부 수련회와 학교 후배들의 봉사에 보조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선풍기가 없어서 꼭 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사고(?)로 많은 돈이 지출 되어 버렸습니다. 바로 장거리 여행에 지친 자동차 수리비가 그것이었습니다. 지난 17일날 남해에 다녀오면서는 견인비가, 중, 고등부 수련회가 열 리는 대구 대학교를 다녀와서는 타이어 교체를 해야했습니다. 거기다가 의약분업과 관련한 의사들의 투쟁에 각 수련의들이 내는 돈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생활은 어떻게 꾸려져 나가고 있었지만 급하게 돈을 쓴다고 떼어 놓은 십일조를 쓴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번에는 하나님이 어떻게 해 주실까?'하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한번도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그냥 보아 넘기신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압니다. 그리고 절대로 이런 일로 우울해지지 않습니다.

지난 주일, 저는 봉사하던 유치부를 그만 두었습니다. 몸이 많이 무거워져서 움직임이 많은 유치부가 힘에 들어서입니다. 그런데 뜻밖에  부장 선생님이 20,000원을 준비하셔서 감사하다고 주셨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인데.... 더 열심히 했었어야 하는데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하나님이 이렇게도 채워 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훈이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 신기하다. 그치... 그런데 이번에는 좀 작게 주시네." 하면서 우스개 소릴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친정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생활비 안 모지라냐면서.... "아빠가 용돈 조금만 보내줄께"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극구(?) 사양했지만 기어이 내 통장 계좌번호를 알아 가셨습니다.  좀 있다가 전화로 잔액조회를 해 보았는데 잔액이 좀 이상했습니다. 27만원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20만원이나 30만원을 주시지...27만원은 뭐지? 참 이상하게 입금을 하셨네....'

그리고 오늘, 궁한 생활비를 채우려고 돈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잔액이 27만원이 아니고 더 많은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한참동안 통장을 들여다 봤습니다. 지난 번 임시로 근무했던 엄궁초등학교에서 27만원의 돈이 7월 14일날 들어와 있는 겁니다. 지난 6월에 학교에서 가족 수당이 중복으로 지원되었다고 12만원 가량을 도로 보내준 쓰라린 기억이 있는데 지금 반대로 돈이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아마 정산하다가 미지급액을 보내 준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아버지가 보내준 용돈까지.... 순간 드는 생각...'7월 14일날 하나님은 우리의 쓸 것을 미리 주셨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감격에 또 감격.... 적게 주시는 하나님이 아니셨습니다.  이번에도 너무나 풍족하게 주셨습니다......

밀린 십일조를 먼저 챙겼습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빈 곳을 채우고 나면 역시 우리에게 최소의 생활비가 남겠지만 그러나 우린 실망하지 않습니다. 이 병아리 부부의 사정을 잘 아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참..... 선풍기는 시아버님이 사주셨습니다. 자동차 수리 이후에 올해는 선풍기 없이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