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족한 사람인데.......

                                                                            본 4 이 성 훈

흰 종이를 대하고 나니 하고 싶은 말은 많아지는데 누가 볼 글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거워져 오는군요.아마 나도 이제 용기도 점점 사라져 가고 좀 덜 정직해지고 덜 투명해져 가나 봅니다.  사실 앞으로 전개할 글의 내용을 아주 밝게 이끌고 갈 수도 있고 그럴 자신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따뜻한 봄 날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춥고 어둡게 이끌게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내 속에 이 두 감정이 공존하며 이를 함께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겠지요. 글은 곧 인격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그냥 솔직하게 얘기를 던져볼까 하는 결론이 서게 됩니다.

끝없이 하늘에서 뿌려주던 빗줄기와 푸르른 신록이 점철된 고교시절을 거쳐, 안타까왔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인해 묵묵히 가야만 했던 20대 전반의 나의 지나간 세월들을 이제 이 PC앞에서 손영진 찬양 테이프를 들으며 생각해 보니 참 한 편의 미니 시리즈 같기도 하고 인생은 연극이라는 말이 실감됩니다.

 얼마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하나가 날 찾아 왔습니다.

"형, 난 순수하게 살고 싶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면 모두 웃어버리고 말아 버려요. 모두들 내 맘을 이해하지 못하나봐요. 정말 그렇게 살 수는 없는가요. 정말 나의 이 생각이 다른 이들의 말처럼 '피터팬 신드롬' 으로만 거치는 그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약자의 생각인가요?"  난 이 아이를 압니다. 내 기억으로는 걔는 국민학교 때부터 어린이 성가대를 거치며 중고등부 회장을 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충성스런 제자의 길을 걸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아이지요. 하지만 그 애의 물음에 난 확실히 답해 주지 못했습니다. 틀리지 않은 10대의 그 하나님 앞에서의 순수함에 다만 용기를 북돋아 줄 뿐... 그렇지 않은 이 세상에 대해 말해 주기는 싫었죠. 하지만  분명 하나님이  아름답게 연단하시고 그 아이를 정금같이 나오게 하실 거라 확신합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니까..... 그런데 한 편으로는 그 학생을 보며 나의 지나간 치열한 전투의 나날들이 뒷모습으로 비춰졌습니다.

하나님께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수없이 자주 슬픈 심령으로 그 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으며 내 뜻을 하나님의 뜻인양 오인하여 그렇게 깎여지고 연단되었던 나의 흐려진 뒷모습이 그 애의 돌아가는 모습 뒤로 비쳐지는 것 같아 보였고 그 아이가 앞으로 갈 길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애에게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여러 얘기를 못 해 주었고..............  

 사실 아무도 누굴 악하게 만들려고 작정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커간다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의과대학 4학년까지 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배우고 사람을 합리적으로 만들어 가지만 역시나 소중한 것들을 잊어버리게 하며 삶을 한 치의 여분도 없는 딱딱하고 메마른 삶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존경하는 선배 중 한분인 내과 오현명 선생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환자에게 뭘 잘해 주려고 애써다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 보호자들에게 곤혹을 치르기 십상이다.그리고 앞으로 이 길을 가려면 맘이 여리면 안 될 것 같다. 모질게 맘을 먹어야 하지...."

세상을 감상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능을 할 수 있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겪어야 할 아픔과 무력감과 실패들이 이럴진대 우리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근원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손영진 2집 테이프에서 가슴을 울리는 찬양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상심한 내 마음 속에서 주님 계획을 보네 이전부터 날 택하시고 큰 일 행하시는 주님.

낙심한 내 마음 속에서 주님 얼굴을 보네 끝날까지 날 잡아주시고 큰 약속 이루시는 주님.

나는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인데 주님 왜 날 사랑하시는지 나는 교-만하고 부족한- 사람인데

주-님 왜 날 세워주-시는지.................. 진정 주님을.... 주님을 사-랑-해-요'

 

흔히 듣는 상투적인 가사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와 같이 난 영혼의 무력감을 느낄때는 찬양을 통해 회복하는 기쁨을 늘 느낍니다. 물론 모든 찬양 테이프가 그런 건 아닙니다. 난 설교시간에 설교자가 정말 그 내용을 가식없는 진심에서 솔직하게 자신을 내려놓고 그 얘기를 하는지 느낄 수가 있습니다.그 설교자가 인간의 무력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맘으로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예로 나타내며 겸손하게 자신의 감정을 듣는 이에게 보일 때면 난 내 영혼의 흥분으로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됩니다.(설교시간은 설교자의 강연을 듣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속성을 다시 발견하고 영광을 돌리는 시간이다.)

찬양도 마찬가지지요. 그 찬양을 들으며 그가 정말 그 가사를 알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듣게 됩니다.(물론 나의 기준으로) 정말 그렇다고 확인이 되는 경우엔 찬양하는 이와 내 맘은 곧 함께 울리게 되고 그리스도에 대한 나의 사랑이 회복될때면 역시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세상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이건 우리의 연인에게서 얻는 감정과는 또 다른 근원적인 Power이며 영원히 우리와 함께 있게 될 하나님이 값없이 주신 Drivilng Force인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고 그와 함께 살아난 생활 속에서, 내가 내 십자가를 지고 그의 길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나에 대한 실망감과 내 앞길을 막는 절망에서 날 끌어 올리는 인도하시는 성령님의 위로가 얼마나 내게 절실한지요.  

이제 얼마 후면 의과대학 6년 과정을 마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뭘 했냐고 누가 내게 물을 때에 대한 답을 요즘 정리하고 있습니다. 웃으면서 '결국 주님이 인도하셨습니다' 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내 맘이........ 이렇게 편하지 않은 것은......... 역시나 내가 하나님 앞에서 더욱 철저하게 순종하지 못했고 내 욕심으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빚을 지게 된 것에 대한 자책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후배들은 선배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도록 기도하며 조심스럽게 하나님의 일을 해 주길 바랍니다. 아울러 지면을 빌어 내 옆에서 날 지켜 봐 준 모든 이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우스개 소리지만 훗날 내가 펴내는 자서전적 소설이 나오면 꼭 한 권 씩 사보면 좋겠습니다.  그게 언제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침에 불어오는 봄바람의 무게가 요즘 들어 훨씬 가벼워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