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는 14분의 교수님을 포함한 17명의 내과 전문의와 41명의 전공의가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혈액종양, 내분비, 신장 내과의 6분과로 나누어져 매일 200명의 입원 환자와 명의 외래 환자를 보고 있는
본원 최대의 과로 각 분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모두 한 내과 의사로서 서로 환자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며 10층의 내과 의국을 중심으로 함께 공부하고 격려하는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질병의 조기 발견과 초기 인체 내 변화에 대한 빠른 자각과 함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적 검사를 할 수 있는 학문적 바탕을 가진 따뜻한 내과 의사는 건강한 이에게도 꼭 필요하지만 이미 체내의 주요 장기에 문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이 발생하며 더욱 문제가 심화되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환자는 그의 생명의 불씨를 연장하기 위해 내과 의사를 찾게 됩니다. 그러기에 실제로 1,2차 병원의 마지막 희망인 이 곳 내과에서는 다른 과에 비해 훨씬 많은 사망자가 있고 가장 치열한 삶과 죽음의 현장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97년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000여명의 사망자가 있음은 그 만큼 생명이 위태로운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는 것이며 그들을 진단하고 도와 주어야 하는 내과는 따라서 많은 괴로움에 젖어 있는 환자
보호자를 접하게 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자의 상태에 촉각을 세우고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말 그대로 죽음과의 최접경에 서 있습니다.
의국의 '꽃'이라고 불리는 전공의 1년차는 6-12주 간격으로 각 분과를 돌아가면서 교수님과 고년차의
지도를 받으며 내과 의사의 길을 시작합니다. 2년차가 되면 4주 간격으로 분과를 돌아가는데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아래 연차가 환자를 주로 보게 되면 외래 진료와 논문 준비,학회 활동,내시경등의 각종
시술의 터득, 연수 강좌와 text를 통한 질병에 대한 이해를 더하게 됩니다. 식도, 위, 소장, 대장, 간,
췌장, 담도계, 심장, 폐, 신장, 뇌하수체와 부신을 포함한 여러 내분비 기관들의 질병이 내과의
영역입니다. 3년차 중반부터는 한 분과의 chief이 되어 교수님을 도와 분과의 일들을 돌보고 각종
시술을 직접 시행하며 1,2년차와 함께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향 설정을 위해 노력하고 공부합니다.
내과는 수술방에서 수술을 하진 않지만 실제로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많은 시술과 검사가
행해지는데 내시경을 이용한 진단과 치료도 다양해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를
바탕으로 하는 각종 내시경적 술기들(E.S.T, E.N.B.D, E.R.B.D...)과 Bronchoscopy(기관지
내시경)를 바탕으로 하는 술기(T.B.L.B, Bronchial dilatation)들이 시행되고 있고 Manometry,
E.U.S., Echocardiography(심에코도), Treadmil test, 24Hr Holter, P.F.T(폐기능검사), Cardiac
catheterization(심도자술)과 P.M.V (percutaneous mitral valvuloplasty), , Kidney Bx(신생검) 등의
시술과 판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체 활동 시간이 많은 외과계와는 달리 환자에 대한 진료가 담당의라는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특성에 따라 내과에는 개성이 다양한 많은 의국원들이 모여 있지만 서로 위해 주면서 서로를 존중해
주는 인격적인 의국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내과 병동인 9병동, 10병동, 13병동 역시 가장 환자의
상태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기민성과 함께 질병에 대한 이해 역시 높아 의국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내과라는 학문 자체는 바다와 같이 넓어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가 필요합니다. 해부 병리과와
임상병리과와 함께 매주 정기적인 tissue conference(조직을 보고 함께 토의)가 각 분과별로 있으며
진단 방사선과와 다른 임상 과와 함께 매주 정기적으로 각 분과별로 함께 film을 보고 토의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아침 초독 외에도 금요일 아침에는 부산 지역의
개업하시는 의국 출신 선배들과 함께 매주 인상적인 증례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는
M.G.R(medical grand rounding)이 있으며 최근에는 각 분과 별로 진행되는 분과 초독이 더욱
많아졌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욱 내과 의사가 알아야 할 지식의 양이 급증함에 기인함인
듯합니다. 많은 첨단 진단 장비가 개발되었고 많은 감시 장치들이 등장하였지만 환자의 인체 내
생리학적인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다룰 수 없기에 내과는 많은 지식들을 요구하게 되고 인체의 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판단하고 질병 경과에
조언을 할 수 있기 위해 인체와 질병에 대한 기초 의학을 포함한 질병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오늘도 환자의 혈압이 잡히지 않아 수액과 강심제를 주고 소변량을 살피고 중심 정맥압을 재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에 응급실에 도착한 간경화 말기의 식도 정맥류 파열 환자의 생체 징후를 유지하느라 식사를 못해도 내과 의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언제 깰지 모르는 인공 호흡기에 의탁하고 있는 환자의 호전된 동맥 혈액 가스 소견에 조심스럽게 마음을 놓으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누구나 내과 의사가 될 수 있다면 내과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실제로 갓 의사의 길을 들어선 젊은이들은 이내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하는 이 길이 얼마나 험한 길인지 쉽게 알게 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리막이 보이는 사경에 헤매는 환자에 대한 우리의 처방을 통한 참여가 실제 환자의 경과에 이제는 별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절망스럽게 생각될 때도 있지만 우리에게 있는 믿음은 우리가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주 찾아가고 애정을 가질 때 그의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또 우리를 얼마나 누르고 있는지 다른 이들은 모릅니다.
막 응급실에 들어 왔거나 입원한지 하루 이틀 밖에 안 되는 환자의 죽음이 아니라 몇 주간 입원하면서
그의 가족들도 알게 되고 그의 몇 살 되지 않는 딸도 보게 되고 그를 밤낮으로 간호하는 시집간
누나나 동생을 보게 된다면 그의 죽음은 가족뿐 아니라 그의 회복을 위해 고민하고 안타까와 하는
담당의 자신에게도 큰 정신적인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들은 너무 많은 인간의 극한 상황에
대면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의사이지만 우리 맘은 쉽게 약해 지고 상처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린 이미 그 빛을 잃어 가고 있는 '소명'이라는 말을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가 세상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위해 부름을 받았다고 한다면 오늘도 응급실에서 심근 경색증에 기인한 부정맥과 의식이 멀어져 가는 환자를 보며 혈전 용해제의 사용을 많은 부작용을 함께 떠올리며 결정해야만 하는 내과 의사의 고민은 소명을 다하고자 애쓰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