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민이가 아파요....(7개월된 형민이)

형민이가 이제 7개월이 넘었습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이 형민이가 태어난 지 만 7개월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형민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 5월 8일까지 전...서울에서 협력의사 국내 직무교육을 받고 있었는데...지하철 양재역에서 내려 숙소로 올라오다 계단에서 아기 장난감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를 발견했습니다. 강아지가 멍멍거리며 고개를 흔들고 앞으로 걸어가는 완구였습니다. 건전지로 작동하는.....보통때같으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났을 텐데....그날 따라 첫 어린이 날을 맞게 되는 형민이 생각이 간절하더군요...그래서 7천원을 주고 그 강아지 장난감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보니...사실...형민이가 3살이나 되어야...그 장난감과 제대로 놀 수 있겠더군요...형민이는 아직 움직이는 걸 따라가질 못하니까....그래도 그 장난감이 형민이의 첫 어린이날 선물입니다.

형민이가 2-3개월 때...형민이의 친구들을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친구는 광등이었지요....광등이가 누군지 다 아시죠? 광등이는 천장에 달려 밝은 빛을 내고 있는 형광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형민이는 그 당시 항상 천장을 올려다보며 광등이는 놀았었지요....이제 7개월이 다 되어가는 형민이의 친구는 다양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는 누가 뭐래도 "노랭이"입니다. 노랭이는 노란색을 가진 새입니다. 이 새가 무슨 종류인지는 모르겠는데...타조같기도 하고....백조같기도 하고...(선화는 펠리칸이라고 하는데...)하여간....눈을 가리는 날개짓을 반복하면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내는 장난감인데...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도망가는 것도 아니라서...늘 형민이 손에 붙들리기 일쑤입니다.

방에 눕거나 앉아서 형민이를 재미있게 해 주는게 노랭이라면.....아빠나 엄마 품에 안겼을 때...어김없이 눈길을 주는 건.....'친구야-들.....'입니다.... '친구야-들'은 '친구들'을 형민이에게 소개하는 말입니다. '친구야-들' (지금부터는 '친구들'이라고 쓸께요...)은 모빌입니다. 주로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인데...구피,미키마우스,도날드...뭐 이런 종류의 친구들입니다. 얘들이 천장에 모빌 형태로 달려서 까딱까딱 거리고 있는데...형민이는 이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모양입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양 팔과 다리를 파닥거리면서...이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싶어하지요....다가가면 뭐하냐구요? 친구들을 어렵게 두 손을 잡아 자기 입에 갖다대는 게 반가움의 표현입니다. 아무리 아파도 '친구들에 대한 신뢰'는 대단합니다.

나중에 얘기드리겠지만...지난 주 중에 형민이는 난생 처음 열이 나고 온 몸이 욱신거리는 병을 앓았습니다. 장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기 때문이지요...입안에 수포가 생기고 헐고 손과 다리에는 발진과 수표가 동반되는 이 질환의 피부 증상등을 일컫어 '수족구병'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수족구병에 걸려 열이 펄펄 나는데도....노랭이를 데리고 와서 음악을 들려 주면....열에 벌겋게 상기된 얼굴에서도 미소가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말도 못하고....손짓만 하는 장난감이지만 형민이는 노랭이에게서 깊은 안도감과 즐거움을 느끼나 봅니다. 이걸 보고 있으면.....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자신의 맘을 열어 두어야 할 누군가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느끼기도 합니다. 노랭이에게 보내는 '무한신뢰'를 보면서.....

그 외 형민이의 친구들은 다양합니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예쁜 모양의 자석으로 된 악세서리도 좋아하고 텔레비젼 리모콘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선화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그냥 안아 주기만 해도 만족해 했었는데...요즘은 그냥 안아 주는 것 보다는 형민이 손에 뭔가 쥐어 주는 걸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노리개 젖꼭지를 직접 형민이 입에 물려 주는 것 보다....형민이 손에 쥐어 주는 게 더 효과적이란 말이죠...물론 형민이는 노리개 젖꼭지를 자신의 손으로 입에 마음대로 넣을 수 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형민이는 이제 물이 담긴 젖병도 자신의 손으로 쥐고 마실 수 있지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형민이가 이번에 큰 병을 앓았습니다.  장바이러스(Enterovirus) 감염입니다. 장바이러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도 있고 이번에 형민이에게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콕사키(coxsachievirus),  에코바이러스(echovirus), 장바이러스(협의,enterovirus) 등이 있습니다. 입이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데....지난 5월 3일 밤부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형민이는 본가에 가 있었습니다. 밤새도록 고열이 나타나고 울며 보챘습니다. 우리도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몸살에 걸리면 온 몸이 쑤시고 열이 나는데...아마 형민이도 고열과 함께 온 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을 느꼈을 겁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이상한 느낌에 처하게 되었으니...얼마나 형민이가 괴롭고 무서웠을까요......

형민이가 처음 아팠을 때(목요일 밤)...전 서울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는데....고열에 시달리는 형민이를 간호하다....병원에 가야되겠다는 생각이 든 선화가 제게 핸드폰으로 연락하려고 했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날이 제가 핸드폰을 분실한 날이거든요....하필 그 날 핸드폰이 없어지는 바람에....서로 연락도 안 되고...열이 펄펄 끓는 형민이를 데리고 선화가 무진 애를 먹었습니다.   서럽고...형민이가 너무 불쌍했기 때문이지요.

이튿날 연락이 되었고 금요일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온 전...형민이가 얼마나 아픈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부모가 내과 전문의와 간호사로 구성된 환상의 의료진이라고 하더라도 형민이의 아픔을 덜어줄 수 없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아파하는 형민이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선화를 안심시켜야 했기에 소아과 교과서를 펴 놓고 괜찮다고 말했지만....그것이 형민이의 괴로움을 경감시킬 순 없는 일입니다.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앓는 게 일반적인데......

선화는 형민이 옆에서...살며서 형민이 손목을 잡고 시계를 봅니다. 잠시 후..."154회......좀 빠르네요.....보통때는 140회 쯤 되는데.....", "평상 시 맥박을 재어 봤니?" , "예...한번 씩 형민이 맥박을 재어 봤어요...." 능숙한 간호사인 엄마는 형민이의 생체활력징후(vital sign)을 재기 위해....집에 있는 수은 체온계를 동원합니다. 38.2도.....하지만 가끔씩 고열이 생기면....40도가 훨씬 넘습니다.  

우린 찬물 수건을 가지고 와...형민이의 이마에 얹기도 했는데...형민이가 싫어했습니다. 이렇게 아기가 열성 질환에 시달릴 때는 두가지에 유의해야 합니다. 하나는 너무 고온에 노출시키지 말라는 거지요...이유에 상관없이 고열 자체가 열성 경련등의 신경계 증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찬물수건을 사용하든지 해열제를 사용해서 무조건 열을 내려야 합니다.

또 하나는 탈수입니다. 열이 오르면....아기는 상당한 탈수를 경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입안이 헐어서 물이나 분유를 마시를 못하면 더욱 문제가 됩니다.

감사한 건...형민이가 평소에 분유를 잘 안 먹는데....아픈 기간동안에는 오히려 분유를 잘 먹었다는 사실입니다...약간의 물과 함께 탈수를 방지하는데 효과적이었습니다. 해열제를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아과에서 받아온 해열제 시럽은 입으로 마셔야 하는데...형민이가 먹지 않으려 하고 토해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날과 주일이 겹쳐...문을 연 약국이 하나도 없더군요...(정말 문젭니다.)...결국 약을 구하기 구했는데....김해 공항 역사에 있는 약국에서 서스펜 좌약을 구했습니다. 아세타아미노펜이 주성분이라....진통효과도 탁월합니다. 해열보다는 진통이 더 작용해서인지....좌약을 넣고 나면....열에 시달려도 형민이는 잠을 조금은 잘 수 있었습니다.  온 몸이 덜 쑤시니까요.....

엄마의 등에 묻어 있는 빨간 게 형민이의 해열제입니다. 형민이가 먹으려고 하지 않고 엄마 등에 뱉어 내기 때문에 선화의 등은 붉게 물들어져 있습니다. 그날 밤....형민이가 아픈 걸 물끄러미 보고 있다.....시간이 되어서 가정예배를 드렸습니다. 아파서 그런지 작은 소리에도 아주 자극적인지 깜짝 놀라고 울어대는 형민이를 위해  찬송가도 작게 불렀습니다. 이튿날 밤에는 형민이가 아파하는 걸 보면서.....우리 부부는 형민이 옆에서 서로 손을 잡고 형민이를 낫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정말....부모가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얼마나 낮아지고 쓰라린 맘인지 알겠더군요.....함께 기도하고 눈을 떠 보니...선화의 눈에는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있었습니다. 형민이 만큼 엄마도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아파하는 아기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무능한  우리들...이 참 안타까운 밤이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갑니다. 부산에 내려와 있는 동안 밤잠을 설치고 형민이의 괴로움을 함께 한 뒤....다시 서울에 올라가 3일간의 막바지의 연수교육을 마친 뒤 5월 8일 오후......형민이가 궁금해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빨리 돌아왔습니다.  '형민이는 어떨까.....' 본가에 있는 형민이는 웃으면서 잘 놀고 있었습니다. "아빠다....." 하고 달려가 안아 주었지요....이제 아빠와 친해진 형민이는.......그 동안의 고생 때문인지...약간 헬쓱해진 얼굴이지만...더 부자간의 정이 깊어졌는지....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하루 하루 지나갈수록 ....형민이가 너무 좋아집니다. 형민이가 아프면....내 생명을 떼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나의 부모님도 그러셨겠지요.....형민이를 기르면서 ....부모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매일 새롭게 느껴가며 살고 있습니다.

"6일만에 수족구병에서 낫게 하신 우리의 든든한 반석....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늘 미안하고 송구스럽지만.....이렇게 큰 일이 닥치면....그 분께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