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꿔진 운명 (두 번째 외박: 4/7-8)

두 번째 외박을 나가기 전 날...선화로부터 예상치 못했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내용인즉...당초 파견되기로 되었던 과테말라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과테말라로의 파견이 취소되었다는 어이없는 소식이었다.

사실 2주 전에도 파견국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렸었지만 불과 1주 전까지만 해도 과테말라의 차관급 공무원으로부터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답신을 받아 예정대로 과테말라 파견이 이뤄질 것이라고 협력단에서는 알려 온 적이 있기에 이번 소식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한 주 동안 얼마나 열심히 스페인어 공부를 했는데.... 허탈한 마음과 함께...국제적인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주 과테말라 대사관과 협력단에 대해 큰 실망감이 생겼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가 아닌가...라는 불쾌감이 들기도 했다.

외박을 떠나는 아침...출근 시간에 맞추어 서울의 국제 협력단으로 급히 연락을 취했다. 사실 유무를 확인하고...만일 그렇다면 어느 나라로 가게 되는지 확실히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파견업무를 담당하는 봉사 1팀 관계자가 없어서 봉사 2팀 담당자에게 확실한 내용을 알아봐 줄 것을 부탁했고 , 2시간 후...과테말라가 아니라 카쟈흐스탄에 파견하기로 결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협력단에서 세운 한-카 친선 병원으로 파견될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완전히 뒤바뀌는 나의 운명...비행기를 타고 동쪽으로 가야 했는데 역으로 서쪽으로 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이 사실을 받아 들이기 위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생각해 보아야 했다.

협력단에서도 이런 일이 처음 발생한 터라...난감해 했고...주 과테말라 대사관만 탓하고 있었다. 이번 일과 관련된 주변 정황과 흐름을 곰곰히 생각해 볼 때..처음부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던 나로서는 이번 사건에 하나님의 철저한 간섭이 있었을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하나님의 초자연적 인도로 마게도니아로 가야 했던 바울처럼 과테말라가 아니라 카쟈흐스탄에 하나님의 섭리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카쟈흐스탄...그 곳은 어떤 곳일까?

부산에 내리자 말자...문우당 서점에 들러 세계지도와 지구본 그리고 배낭족을 위한 책자 중 [구 소련] 편을 집어 들었다. 한-카 병원이 있는 알마티는 위도가 생각보다 낮았고 풍부한 과일과 꽃이 있고 관측되는 기온에 비해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 때문인지 한국 보다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인터넷 서비스가 다양한 편이고 구 소련의 우주센터가 있었고 기술이 발달한 지역이라는 것도 새로 알게 되었다.

집에 도착한 뒤 인터넷을 통해 한-카 병원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는데...내시경실까지 갖춘 현대시설이었고 병실도 좋아 보였다. 알마티에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거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이미 작년에 내과 선생님 한 분을 협력단에서 파견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었다.

선화와 내가 내린 결론은 과테말라보다 훨씬 좋은 주거 및 생활 환경인데다...치안 상태도 양호해서 아침 운동도 가능할 것 같고...특히 인터넷 기반 시설이 과테말라보다 월등하게 좋아서 우리 가정의 또 다른 역점 사업인 홈페이지 활동이 훨씬 용이하다는 긍정적인 결론이었다.

또 한국과 똑같은 채소,양념류가 발달해 있고 탁월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과일 이야기와 사막, 반사막, 스텝, 산악, 강, 호수, 바다 등...모든 자연 지대를 가지고 있는 넓은 나라라는 사실도 매력적이었다.

또 다른 출발임을 다짐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으며 카쟈흐스탄을 위해 더욱 기도하고 준비하기로 했다. 카쟈흐스탄은 이슬람 국가이다. 사람이 아무리 마음으로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볼 수 있었던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님이 보내신 그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경배하며 살 것임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