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와 기생충 알아가기(서울대 감염병 연구소 열대의학 연수교육)

작년까지만 해도 국제협력의사의 직무 교육은 3주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 중 2주간은 서울대 감염병 연구소에서 열대의학 연수교육을 받는데 배당되어졌습니다. 하지만 열대기후대에 속하지 않은 국가(예를 들면 카쟈흐스탄,몽고...)에 파견되는 의사의 수도 상당한 비율이어서 과연 이 교육을 2주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전임 협력의사들에 의해 제기되어졌고 올해는 내용을 집약시켜 이틀만에 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변동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2001년 4월 24-25일 이틀동안 이루어진 강의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강의

연자

1. 열대 질환 소개

채종일(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 주임교수, 대학기생충학회 회장, 서울대 감염병 연구소장)

2. 말라리아

채종일

3. 원충질환

홍성태(서울의대 기생충학 교수)

4. 주혈흡충, 사상충

이순형(전 인제의대 기생충학 교수)

5. 기타 연충 질환

이순형

6. 연충류 충란 실습

 

7. 감염성 설사

오명돈(서울의대 내과 교수)

8. AIDS 및 성병

최강원(서울의대 미생물학 교수)

9. 열대지역의 외상

정문현(인천 길병원내과)

10.세균/바이러스성 발열 질환

김익상

11.해외여행과 건강관리

이준상(국립보건원 원장)

12.말라리아실습

 

강의 내용은 의과대학 시절이나 내과 전문의 시험 공부 중에 여러 번 나왔던 내용들이지만....너무 오래된 기억들 속에서 꺼내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하지만 그 분야의 대가들이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여 가며 각 나라별로 어떤 질환이 많을 거라는 안내를 해 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기에 유익한 강의가 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말라리아의 생활사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실습시간에 현미경 아래에서 말라리아 원충의 여러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협력의사들은 대부분 아직 보건의료분야가 낙후된 나라로 가는 까닭에 수인성 전염병과 기생충 질환이 그 나라에 많을 수 밖에 없고....어쩌면...그 곳에서 직접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검체를 얹고 현미경을 들여다 보아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에...실습시간에 편충이나 주혈흡충의 충란을 확인하는 작업은 이전에 있었던 어떠한 실습보다.....알아야 한다는 목표가 뚜렸했고 따라서 ....살아있는 교육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강의는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강의를 들었다는 것도 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결실은 이 곳에 계신 여러 교수님들의 얼굴을 익힐 수 있게 되었고 그렇기에....앞으로 각 나라의 현장에서 일하다가...알 수 없는 전염성 질환이나 기생충 질환이 의심될 때 즉각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본국의 든든한 후원자를 확보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분들은 우리 나라의 기생충학이나 열대의학을 이끌어 가는 분들이기에 선배 협력의사들도 많은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곳이었거든요....

협력의사 국내 직무 교육의 초반부는 이렇게 서울의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군의학교에서 이미 돈독한 정을 쌓았던 우리 10명의 협력의사들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면서...그리고 강의를 들으면서...이제 서서히 우리가 정말.... 한국을 떠나...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달려가고 있음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요...

이틀간의 연수가 마치게 된 4월 25일 늦은 오후....우린 뜻밖의 수료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내용인즉.... 서울의대에서 실시하는 열대의학 특별훈련 과정을 마쳤다는 인증서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단기간의 과정에 이런 수료증을 받는다는 건 좀 멋적은 일이지만...협력의사 국내 직무교육 과정 중에 이런 연수과정이있고....수료증도 받을 수 있다는 건 이제 근무를 시작하는 협력의사들의 마음을 단단히 잡아 주는데는 효과적이고 유익한 도구였습니다. 모두들...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세계로 나가겠다는 야무진 결의를 잠시나마 할 수 있었으니까요.....

부산에서 병원 생활을 해 온 저로선...학회에서나 볼 수 있는 교수님들의 강의를실제 들을 수 있어 행운이었고...더 나아가 앞으로 만나게 될 희귀한 질환들을 미리 이해할 수 있어 꼭 필요한 강의였습니다.

수료증을 받는 장면을 기생충학 교실의 조교로 보이는 선생님이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서 우리에게 선물로 제공했습니다. 수료증을 받으면서 카메라를 슬쩍 쳐다보는 게 ....영 어색했지만....이제 공무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대학의 연구소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국제협력의사로 지원하는 과정도 그러했지만...하나님은 제가 이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들과 교육을 받게 하시면서 협력의사로서의 길을 준비하게 하시고 계십니다. 서울대에서 연수를 받으면서....더 넓은 세계를 보게 되었고...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상이 내 앞에 펼쳐져 있음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협력의사와 같은 제도는 기독의사로서 당연히 지원해 보아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이 길을 출발했지만.....국내 직무 교육을 받으면서....아니 그 전에......신실한 동기 협력의사들을 만나면서.....나도 모르는 새로운 세상으로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간다는 느낌을 계속 받습니다.

내가 미처 계획하지 않았던 곳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앞으로의 내 삶을 어떻게 끌고 가실지...스스로도 기대가 되는 요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