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목사님과의 만남 - 결혼의 신비

 1999년 9월 22일 수요일

 드문 드문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7시 30분이 넘어서야 개금교회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예배 시간에 맞춰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응급 내시경적 지혈 시술이 생겨 출발이 늦어진 탓이다. 서부산 교회를 두고 개금 교회에 수요 예배를 드리기 위해 방문한 이유는 이 교회 담임 목사님이신 박성호 목사님이 우리 결혼식의 주례 목사님이시기에 인사를 드리기 위함이다.

 박 목사님에 대해선 이전에도 선화교회를 몇 번 방문한 탓에 부드러운 인상과 열정을 가지신 분이란  걸 느끼고 있었지만 막상 결혼을 앞두고 대하려니 설레이는 맘과 기대감이 밀려왔다. 예배 설교는 갈라디아서 본문이었고 이 교회 부목사님이 말씀을 강론하셨다.

 개금교회당은 강대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폭이 큰 교회당이고 스크린으로 설교자의 모습을 비추는  최근에 지어진 교회당이다. 목사님은 제일 뒤에 앉아 계셨고 우린 살그머니 우측 뒤쪽에 앉았다. 교회가 큰 데다 수요 예배라 인원이 적은 탓에 찬송 소리는 차분했고 중앙에만 전통적인 길다란 예배당 의자가 2-3줄 놓여 있었고 그 좌우로는 대학교 강의실 같이 책상을 자신의 앞으로 펼칠 수 있는 의자로 채워져 있었다.

 두 가지 인상 깊은 점이 있었는데 하나는 설교 마치고 온 회중이 3-4가지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회를 가진다는 점이다. 서부산교회는 예배후 교사 기도회로 모이는데 .....개금 교회는 온 성도가 같은 기도 제목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었다. 두 번째 인상 깊은 점은 설교자의  솔직하고 열정적인 강론 내용이었다.

 예배를 마친 후 우린 뒤로 물러 서 있었다. 예배 시간 중에도 간간히 고개를 돌려 우릴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예배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아마도 선화가 결혼한다는 것을 온 교회가 알고 있기에 그 곁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척 알아 챈 모양이다. 한 집사님은 내게 "착하고 이쁘게 생겼네...." 라고 말씀하셔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이쁘다니.....

 예배당은 2층이다. 1층에 내려가니 박 목사님이 계셨고 목양실로 우릴 인도하셨다.

7층 목양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목사님과 우리 외에도 여중학생 한 명이 타고 있길래 선화에게 '목사님 따님이니?' 라고 물었는데...그게 아니라 부모님이 다 안 계셔서 목사님이 챙기고 있는 학생이라고 일러 주었다. 웬지.......목사님이 귀하게 느껴졌다.

 목사님은  그 학생과의 잠깐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잠시 우릴 기다리게 하셨고 우린 목사님을 기다리며 목양실 내부를 둘러 볼 수 있었다. 책으로 빽빽하게 둘러 싼 공간이었다. 잠시 후.......목사님이 들어 오셨고 우린 마주 대하게 되었다.

 난 청첩장을 먼저 목사님께 드렸다. 이름도 알려 드릴 수도 있기에 잘 드린 것 같았다.

목사님은 내가 교회에 오래 다닌 성도란 걸 아시고.......이내 편안하게 말씀하셨다. " 성훈 형제, 축하드립니다. 결혼식장에서는 모든 걸 다 말하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함께 말씀을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목사님이 우리에게 주신 본문은 에베소서 5장 22절부터 33절까지였다.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됨과 같음이니 그가 친히 몸의 구주시니라 그러나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아내들도 범사에 그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라 이는 곧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 자기 앞에 영광스런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 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려 하심이니라 이와 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같이 할지니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니라 누구든지 언제든지 제 육체를 미워하지 않고 오직 양육하여 보호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보양함과 같이 하나니 우리는 그 몸의 지체임이니라 이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그러나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같이 하고 아내도 그 남편을 경외하라  

 잘 알고 있는 말씀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은 좀 더 심각하게 말씀을 대하게 되었다. 주례 목사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역사적이고 의미있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오래 된 번역이라 어색한 곳이 많아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기에 표준 새 번역으로 풀어진 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내이신  여러분, 주님께 순종하는 것같이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이심과 같이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그 분의 몸인 교회의 구주이십니다.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같이 아내들도 모든 일에서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남편이신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교회를 위하여 자기를 내주신 것같이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신 것은 교회를 물로 씻고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여서 거룩하게 하시려는 것이며 티나 주름이나 또 그와 같은 것들이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교회를 자기 앞에 내세우시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를 자기 몸과 같이 사랑하여야 합니다.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자기의 육신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기르시고 돌보시는 것처럼 사람은 자기의 육신을 가꾸고 보살핍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서 자기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이 비밀은 큽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를 두고 이 말을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각각 자기 아내를 자기 몸과 같이 사랑하고 아내도 자기 남편을 존중하십시오.

 

목사님은 한 절 한 절 풀어 주시면서 특유의 선한 표정과  자연스러운 대화로 우리에게 이 사실을 주지시켜 주셨다.

" 선화 자매는 성훈 형제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복종이 무엇이지요?......

   어떤 자매들은 남녀평등에 어긋난다고 말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범사에 남편에게 순종할 때 결혼의 비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결혼의 비밀을 알 수 없습니다. 선화 자매는 예수님을 섬길 때 자존심 상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요?      이제 결혼을 하고 나면 성훈 형제는 선화 자매의 예수님입니다."

 " 성훈 형제........오늘 여길 잘 방문했다는 생각이 들지요?..............그러나 사실은 성훈 형제의 일이 더욱 힘이 듭니다. 형제는 자매를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한 것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백성들이 그를 거역하고 불순종하고 떠났을 때  바로 우리들을 위해 죽으셨습니다. 형제도 선화 자매가 형제의 맘을 아프게 하고 화나게 하고 힘들 게 하더라도 주께서 하신 것처럼 끝까지 선화 자매를 사랑해야 합니다. 선화 자매는 이제부터 형제의 몸입니다. 형제도 몸이 피곤하고 지치면 자신의 몸을 위해 자기도 하고 회복하기 위해 애쓰지요?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티나 주름 없이 아름답게 자기 앞에 세우시기 위해 물과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시고 위해 죽으신 것 같이 지금부터 형제는 자매를 그렇게 정결하고 흠이 없게 세워지게 하도록 사랑해야 합니다. 바로 자기 몸을 아끼듯이 사랑해야 합니다.

 들어 보세요....어느 쪽이 더 힘들겠어요? ...... 그냥 순종만 하는 것보다  방향을 정하고 바로 세워지도록 이끌어야 하는 형제가 더욱 수고해야 합니다.

저는 결혼을 한지 이제 오래되었지만 이것이 힘든 일인 걸 잘 압니다. 하지만 ....... 이렇게 했을 때에만 결혼의 신비를 알게 됩니다. 결혼은 그리스도와 교회를 보여 주는 일입니다. 결혼을 통해 우린 그리스도와 교회가 나누는 그 오묘한 신비를 알 게 됩니다."

 목사님은 이 후 우리의 결혼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 보셨고 챙겨 주셨다. 대화하는 도중 난 목사님의 표정을 계속 볼 수 있었는데  항상  인자하고 자상한 웃음을 가지고 말씀하고 계셨다.  우린 짧은 시간이었지만 평생 간직해야 할 좋은 말씀을 마음판에 새기고 돌아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사님께 인사드리고 1층으로 내려왔을 때 교회당은 모두 불이 꺼진 캄캄한 어둠이었다.

목사님은 불을 켜시고 우릴 교회 입구까지 배웅하셨다. 인사하는 우리에게 손을 흔드시면서 행복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 감사합니다. 목사님"

 개금시장을 지나고 철길을 지나 선화집까지 걸었다. 아파트 단지 입구의 쉼터에 앉아 우린 여러 얘길 나누었고 목사님의 말씀이 우리 속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도 선화도 서로에게 이 말을 빼 놓지 않았다.

" 선화야, 오빠가 죽을 때까지 선화를 우리 예수님이 교회를 사랑하신 것같이 다듬고  사랑할께...."

" 저도.....끝까지 오빠에게 순종하고 복종할께요...."

 어둔 밤 하늘에는 노오란 나트륨 등 불빛이 떨어지는 빗줄기를 비쳐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