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학교같은 군대)

 2월 27일 화요일(#4)

이곳은 국군 군의 학교라고 불린다. 이곳에선 위생병도 교육시키는 것 같고 의료관계 군기관에서 일하게 되는 장교들도 교육받는다. 어제 입교식이 있었으니 오늘부터는 우리도 정상적인 군의학교 수업을 받게된다.

우리가 이 곳에 와 잇는 이유는 국민의 기본의무인 병역의무를 지기 위해서이다. 의대에 들어온 그 해 3월, 난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분류되었고 지금까지 군입대가 연기되어 왔다. 그렇게 연기되어 온 많은 젊은 의사들이 일단 군에 입대하면 그 중 현역 군의관으로 일하게 될 8백여명은 경북 영천 삼사관학교에서 훈련받고 대위로 임관해서 전국 각지 부대에 배치된다. 그 외 8백여명은 이곳 대전 군의학교에서 훈련받고 대휘로 임관하자마자 현역이 아닌 예비역으로 제대하면서 보건복지부 소속의 공중보건의사가 된다. 나와 같이 국제협력의사로 타국에 파견될 사람은 외교통상부 소속이 되고 어떤 이들은 법무부 소속의 징명검사 담당의사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 역할은 다르다 하더라도 이 곳 교육의 목적은 의무사관(군의관)을 배출하는데 목적이 있고 이렇게 배출된 예비역 군의관(대위)은 유사시 (전쟁시) 의무중대장이 되어 여러 소대를 지휘할 지휘관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군대의 체계, 명령계통, 지도 보는 법, 군법등의 이론과 총검술, 군인 기본 제식훈련등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병을 지휘할 지휘관이 될 수 있기에......(대위이상의 계급에 지휘관이라는 말이 붙는다.)

국군도수체조 5번 등배운동을 하다가 우연히 흐린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파란 하늘은 아니지만 맑고 시원하다. 순간 내 마음도 밝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어두워진다. '언제 이 생활이 끝나려나....'

자꾸 걷고 뛰다보니 군복에 목덜미가 자주 스치게 되어 많은 후보생들의 뒤복에는 일회용 반창고가 붙어있다. 계속 '차려'자세를 취하다보니 허리가 불편하고, 국군도수체조를 15차례 이상 하다보니 온 몸이 쑤신다.

오후에는 군법 2시간, 예방의학 2시간의 수업이 있었다. 백합강당에 모두 모여 우리의 학과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을 받아보니 여기도 학교라는 생각이 들고 이렇게 수업 받으며 지내면 시간도 빨리 갈 거라는 기대를 해 본다.

식당앞에서 줄을 지어 서 있는데 5시 30분경 애국가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의 '우향우'라는 구령이 들렸다. 멀리 운동장 앞 국기 게양대의 국기가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뭐랄까.....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인이 되기위해 훈련을 받고 있는 중에 본 붉게 물든 석양속에 비친 태극기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우리 내무반을 도우는 병장이 한명 있다. 훈육병이라는 병칭으로 배치되는데 그 친구에게 간식이나 필요한 물품을 살짝 부탁했다. 인상도 깨끗하고 밝아 모두 '이쁜이 병장'이라고 부른다.

오후에는 비가 온다. 본격적인 훈련 첫날이라 그러지 맛있는 반찬이 나온다. 소세지, 오징어....

저녁 7시 30분 정신훈련 시간이란다. 우리 4소대가 포함된 대대장인 소령의 강연이다. 의무사관 후보생은 가장 짧은 훈련을 받고 장교가 된다고 한다. 법무사관 후보생은 9주, 학사장교는 12주, ROTC는 20주, 삼사관하교는 2년, 육(해,공)사는 4년이지만 우리는 8주다.

군의학교에서는 이 8주간의 훈련과정을 준비하기 위해 전 의무사를 통틀어 유능한 대위급 장교를 뽑고 우리가 입영하기 전, 1월달에 1주간 영천 삼사에서 지내며 우리들의 교육계획을 새로 수립했다고 한다. 예를들면..... 미사일로 공격하는 현대전에서는 이젠 현실성이 떨어지는 총검술 시간을 16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고, 입교 초기에는 군화가 적응이 되지 않기에 첫주에는 구보를 안하고..... 이런 식으로 작년보다 효과적인 훈련이 되도록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영천에서 훈련받는 현역 군의관이 될 의무사관 후보생들은 대전 군의학교에서 훈련받는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한다. 훈련도 편하고 8주후면 군생활 끝내고 자유인이 되는게 부럽다고 한다.

 

3월 1일 목요일 (#5)

군대도 빨간 날에는 쉰다. 군의학교도 삼일절에는 수업이 없다. 기상시간도 1시간 늦은 7시인 그야말로 휴일이다.

현국, 원택, 익진이와 커피 한잔에 담소도 나누고 몰래 공중전화박스로 달려가 선화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 보았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 집에도 전화를 안 받고...... 아깝지만 할 수 없다. 더 반가운 통화를 기다리는 수 밖에.....

오후에는 군가가창경연대회를 찬 바람부는 시멘트 바닥에 앉아 참가했다.

여기는 식사하는게 너무 힘들다. 식사하려면 운동장에 소대별로 집결해서 인원점검을 한 뒤 줄줄이 행렬을 지어 군가를 부르며 식당앞으로 가서 다시 정렬한다. 분대별로 순서를 기다려 식당으로 들어가 식판에데 음식을 담아 6명 단위로 식탁에 앉아 식사한다. 6명이 앉으면 맨 나중에 앉은 후보생이 -식사에 대한 감사의 묵념-바로-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쳐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식사후 다시 식당앞에 소대별로 정렬한 뒤 군가를 부르며 숙소로 돌아와 정렬한 뒤 내무반으로 들어간다.그야말로 식사는 고달픈 작업이다.

 

3월 2일 금요일 (#7)

오늘부터는 하절기 일과표가 적용되어 6시 기상이다. 오전에는 제식후련 4시간(집총각개훈련), 오후 5,6 교시 '정신교육'(총 28시간) 7,8교시가 '지휘와 통솔'(총 10시간)이다.

정신교육시간 교관은 대구교대 출신의 학사장교였다. 이제 전영을 앞둔 대위였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5분 분량의 글을 모두 적어 한 사람씩 발표하라고 한다. 3,4소대 90명이 앉은 교실에서 오늘은 스무명 정도가 발표했는데 발표내용속에 -예수그리스도-하나님-십자가 군병-등의 단어를 사용해 가며 자신의 신양관을 내비치는 후보생이 2명이나 보였다. 그중 한 명은 나와 같이 국제협력의사로 떠날 사람이고 또 한명은 의료 선교사가 꿈이라고 한다.

오후 2시, 이곳 군의학교와 붙어있는 간호사관학교 졸어 및 임관식이 있는 관계로 많은 외부 방문객들이 보인다. 학과 출장(수업)을 위해 줄 지어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고 있을 때 우릴 바라보며 속삭이는 외부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우리가 누군지 모를테지.....'라는 외부로 단절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1주 전만해도 난 민간인이었는데.....'

그동안 추운 날씨 탓에 입술이 부르터서 고생했는데 사병을 통해 입술에 바르는 립그림을 구입할  수 있어 어려움을 덜게 되었다.

 

3월 3일 토요일 (#8)

여기 들어온 지 1주가 지난다. 처음에 비해 어느덧 적응되어 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쓴 웃음이 절로 난다.

오전 1,2교시는 '군사보안'과목이다. 유사시에는 의무중대장 역할을 수행할 대위 계급장을 달 것이기에 이런 곳도 배워야한다. 강의동 3층 강의실에서 웅성거리고 있을 때 뒷문을 통해 들어온 교관은 놀랍게도 여자였다. 아직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교관은 30이 훨씬 넘은 아저씨들의 경례를 당당히 받고는 자기를 소개한다.

친숙한 대구 사투리의 교관은 영남대 제약학과 출신으로 학사 장교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졸업 후 바로 지원해서 여군학교에서 훈련받고 소위로 임관해 3년이 지난 지금 대위를 달고 있다고 한다. 좁은 약국에서의 생활보다는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군생활에 매력을 느껴 지원했다는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녀를 통해 의무사 산하에 군의, 치의, 수의, 의정, 간호 등의 의무 병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곳 군의 학교에서 의사가 아닌 장교들은 의정 장교로서 의무사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음도 새로 알게 되었다.

요즘 국방부는 경상비를 줄이는 10% 인력 감축등의 구조 조정이 한창이다. 그래서 군의관 수도 많이 줄였고 (상대적으로 공보의 숫자가 늘어났다) 대구에 있던 간호사관학교와 여군학교도 올해부터는 신입생을 받지 않고 폐교시킨다고 한다.

또 내가 훈련받고 있는 여기 대전 자운대(행정 구역상 대전시 자운도에 위치하고 있어 여기 모인 군시설을 자운대라고 부른다)에는 종합 군수학교, 육군 통신학교, 육해공군대학, 간호사관학교가 모여 있음도 알게 되었다.

주말 오후라 수업이 없는 줄 알고 내무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침구 중 모포를 들고밖에 집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나가보니 모포속의 먼지를 없애기 위해 모포를 터는 작업을 3인 1조가 되어 하라고 한다. 모든 것을 통제받는 호보생의 딱지는 언제 뗄 것인가? 어깨가 아프도록 12개의 모포를 한쪽 귀를 잡고 먼지를 떨면서 빨리 이 훈련의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