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일기

 2월 24일 (입영 첫날)

아침 7시 무궁화 열차를 타고 대전 군의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10시가 다가오는 때였다. 군의학교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과 승용차가 모여 있었고 훈련병의 부모, 아내, 아기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학교로 들어가려는 젊은이들을 붙잡고 아쉬워 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날씨가 춥고 눈도 내리기 시작하는 입영의 첫날. 30이 훨씬 넘은 사람들이지만 낯선 세계로 향하는 관문에서 지급받은 운동복 차림으로 일렬로 줄을 서서 차렷, 열중쉬어를 반복하고 행진하면서 군의학교로 들어가니 왠지 초라하게 느껴진다.

눈이 손등, 얼굴에 떨어져 차가운 느낌이 들고 차디찬 바람이 내의만을 걸친 채 운동복을 입고 있는 옷깃 사이로 스며든다. 익숙하지 않은 군생활..... 서투른 거수경례에서 별 세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 든다.

우리에겐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제 겨우 8주 중 첫날일 뿐..... 아직 55일이 남았는데..... 멀게만 보이는 8주라는 기간이 더욱 낙망스럽게 만든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선화.... 형민이..... 부모님.....주훈이.....영훈이....

'군대는 항상 춥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여긴 너무 춥다. 저녁식사 후 더운 물이 잠깐 나오고, 저녁 8시에 간식이 나왔다. 요구르트 1병.

점심, 저녁밥은 김치, 오이, 무나물이 주반찬이고 간혹 맛없는 고기 반찬이 섞여있다.

첫날..... 그저 모든게 서글픈 것 뿐이었다. 10시 취침점호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집을 생각하며 잠을 청한다.

 

2얼 25일 주일 (#2)

휴일은 7시 기상, 평소에는 주일 날 종교행사라고 해서 교회에 가도록 하지만, 어제 입영한 터라 하루종일 딱딱한 마루에 장판을 깔아 놓은 내무반에서 새로 지급받은 물품을 확인하고 지시사항을 듣느라 교회에 가게 하질 않았다.

새로 지급받은 군복, 체육복, 군화, 운동모....... 거기에다가 옷에 명찰을 다는 작업까지...... 여긴 모든게 철저하고 확인에 확인을 거쳐 반복하는 생활이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아침에 기상나팔 소리를 듣고 운동장에 나가 인원보고 하고..... 애국가를 부르고..... 복무신조를 암기하고.....고향을 향하여 고개를 숙여 묵념한다. 이때 난 기도한다. "오늘은 2일째..... 조국아 염려마라......" 오늘이 2일째라는 말에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이제 겨우 이틀째.....

식사전에도 반드시 6명이 되어야 식사를 시작할 수 있고 마지막 사람이 "식사에 대한 감사의 묵념"이라고 외치면 눈을 감도록 되어 있다. 이때도 기도할 수 있다. 묵념이 마치면 "식사 시작!"이라는 구령에 맞춰 다같이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쳐야 한다.

아침은 햄버거...... 점심은 보리밥이었다.

우리는 '후보생'이라고 불린다. 의무사관 후보생을 줄여 부르는 말이고 우리를 지휘하는 대위 계급장을 단 장교는 '훈육장교'라고 불린다.

오전에는 단독군장 갖추는 법을 배웠다. 단독군장이란 방탄모자(철모는 10년전에 사라졌다) 탄창, 물통, 탄띠를 착용한 차림이다. 오후에는 군의 학교 교가를 포함한 군가를 배우는데 시간을 보냈다. 오후가 되자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고 아지랑이가 보인다. 먼 산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차가운 바람이 귓전을 맴도는 저녁 식사 시간...... 줄을 지어 식당으로 들어가서 식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제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첫날에는 1시간 이상 걸렸는데...... 이제 만 하루가 되는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된다. 하루가 지나도 이렇게 적응이 되는데 한 일주일 지나면 익숙해질거라고 위안해 본다.

난 1훈육대 4소대에 배치되었다. 한 소대에는 45명 가량이 포함되고 15명씩 세 분대로 나누어져 있다. 현국이는 1훈육대 1소대이고 원택이는 2소대, 익진이는 나와 같은 4소대이다. 우린 처음 만나 인사도 나누고 자주 만나기로 했다.

 

2월 26일 월요일(#3)

본격적으로 군의 학교의 정상일과가 시작되는 월요일......6시 30분, 기상 나팔 소리와 함께 스피커를 통해 낯익은 노래가 힘차게 흘러 나온다.

"휘날리는 태극기는 우리들의 표상이다. 힘차게 약진하는 우리 대한 민국이다......."

덜 깬 잠을 깨우며...."집함 7분전"을 외치는 훈육 장교의 소리를 들으며 급히 이불을 개고 전투복 차림으로 밖에 집결한다. 이제 3일째..... 아침 점호시간...... 애국가........고향을 향해 묵념.......

아침 식사에 걸린 시간도 몇분되지 않는다. 아침 식사는 감자 조림, 무채...... 완전 식물성이다.

오전은 찬 바닥에 앉아 1시간 이상 군가를 부르면서 보낸다. 6개의 곡을 배우고 10시부터는 밖으로 나가 제식 훈련을 받았다. '큰걸음'을 걸을 때는 손등을 위로 해 앞으로 90도, 뒤로 30도 손을 흔들어야 한다. 행진하면서 군가를 부르고 손을 휘젖다보면 어깨와 겨드랑이가 아프다.

점심은 짜장면.....

오늘은 입교식이 있지만 강당이 협소해 우리 소대는 입교식에 참석하지 않고 5개의 군가를 더 배워 총 11곡의 군가를 배우게 되었다. 2시간 동안 반복에 반복...... 군가를 불러댄다.

월급이 입급될 국민은행 통장을 만들라고 해서 만들고 (3월 10일에 군인 월급이 나온다고 한다)...... 자유시간을 이용해 살짝 숨겨놓은 책 '여호와 신실하신 하나님'을 줄을 그어가며 읽는다.

원래 사물을 휴대하고 못 들어오지만 신앙서적은 관대하게 대해 준다고 한다. 우리 내무반은 15명인데 훈육장교 몰래 PX에서 사탕, 과자, 쵸쿌릿을 사기로 하고 돈을 모아 한 사병에게 살짝 부탁했다. 원래 입교후 2주까지는 PX 출입금지, 공중 전화 사용 금지이다. 물론 휴대폰은 반입 금지이다.

하지만 우린 8주후,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임관하게 되고 바로 전역하면서 예비역 장교로 공중 보건 의사, 국제 협력 의사 등으로 보무하게 되어 있어 실제 현역 군의관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에 심한 강도의 통제와 군기를 싫어한다. 8주만 있으면 민간인인데.....

사병이 사온 간식거리를 먹으며 모두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자유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군의 학교에 들어올 때의 결의대로 체중도 줄이고 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간식 먹는 걸 자제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사탕을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건강을 위해 자제하고나면 더 행복하다.

입대한 지 3일째....... 일반 사병보다는 편한 생활이다. 간혹 연병장에서 만나는 이등병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다. 장교 후보생의 계급장을 단 채 약간의 불평에 불만인 우리에 비하면 헬쓱한 이등병의 모습은 너무 서글프다.

우스개 소리고 우리를 '국군 건의 부대'라고 부른다. (우리끼리) 워낙 건의 사항이 많다는데서 유래한 것이란다. 그래도 하루종일 제식 훈련에 교가를 불러댔더니 어깨가 아프다.

밤 8시, 특식으로 빵, 밀감, 요구르트가 나온데다가 숨겨 놓은 간식 쵸코파이, 사탕, 후렌치 파이를 먹는다. 이러다가 살이 더 찌겠다.

밤에는 여기와서 처음으로 샤워를 했다. 찬 물에...... 1시간에 45명이 샤워를 해야 한다고 해서 들어갔더니 찬 물이다.

(p.s.  현국이와 원택이가 근무하는 1,2 소대는 군기가 세어서 사병을 통해 살짝 간식을 사 먹는게 힘들다고 한다.)

                                                                                                             병영 일기는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