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23일이 된 형민이....(4개월 6일째)

 매주 교회에 나가면 많은 분들이 형민이를 사랑해 주십니다. 어떨 때는 너무 황송해서...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을 정도니까요... 대부분의 성도님들은 형민이를 매주 보실 때마다 "지난 주보다 많이 자랐네..." 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처음에는 그냥 하시는 얘기인가 보다...생각하고 넘겼는데..요즘 들어서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더욱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하고 계시고..저희 부부 역시 최근 들어 형민이가 그 동안 안 했던 행동들을 하고 있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되니까요..

 형민이의 머리카락은 출생 이후 한 번도 자르지 않았습니다. 형민이의 머리카락은 특징적입니다. 일단 태어날 때부터 1달이나 빨리 나왔는데도...머리 카락이 많았었고....그 이후로는...지난 사진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추억의 사진)...머리 카락이 차분하게 내려 앉지 않고...그냥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습니다. 그래서 전 코뿔소 같다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기를 옆으로 보게 해서 재우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했는데...다른 아기들을 보니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내과 4년차 부부 동반 모임에 갔을 때 6-7개월 된 아이들이 머리를 예쁘게 한 쪽으로 넘기고 있는 것을 본 우리는 형민이의 헤어 스타일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부모가 너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시도한 것이 이발입니다. 옆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선화가 형민이의 위로 솟아 오른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습니다. 귀를 덮고 있는 머리 카락도 싹둑...뒷머리도 싹둑....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한 것은 뒷 머리를 자르고 난 뒤였습니다. 이발을 한 뒤 새롭게 단장한(?) 형민이의 모습을보면서 우린 이내 사고를 쳤다는 걸 알았지요.. 머리털이 쥐 파먹은 것처럼 없어져....마치 만화에 나오는 꺼벙이 처럼...동그랗고 허연 땜빵이 여러 군데 생겼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형민이 헤어 스타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제 외가에도 형민이를 보이고 이모들에게도 보였습니다. 모두들...도대체 이 아이 헤어 스타일을 누가 이렇게 망쳤느냐며....혀를 차셨습니다.

하지만...선화에게는 아무런 질책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제가 형민이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어른들께 얘기하고 덮어 썼기 때문입니다. 그것 때문에 선화는 제게 아주 고마워 했습니다. 이번 일로 확실히 알 게 된 것은 아무리 조그마한 사람이라도...이발을 할 때는 미장원에 가든지..아주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교훈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재미로 촬영한 것인데....이게 숨길 수 없는 증거가 되 버렸습니다.

 형민이가 이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최근에 하는 게 있습니다.

1. 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어른 처럼 깔깔 거리며 웃기도 하고...괴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가끔 텔레토비들이 하듯이 작고 귀여운 소리도 섞어서 냅니다. (앞으로 제가 이런 것들을 모아 CD로 저장할 예정입니다. 홈에도 작은 용량으로 만들어 올려 볼 겁니다.)

2. 윗 입술을 부르르 떨기도 합니다. ...일부러 입으로 바람을 불어 윗입술을 떨게 합니다. "부르르...." 이런 식입니다. 또 아랫 입술을 자주 깨물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도 있지만...얼마 있으면 젖니가 나려고 하는지 아래 입술을 계속 움직입니다.

3. 자기 손가락을 입에 넣고 열심히 빨고 있다가 손가락을 너무 깊이 밀어 넣어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기침을 합니다. 가끔씩 제 손가락을 빨기도 하고 깨물기도 하는데...마치 강아지가 손가락을 깨물고 햩는 기분이 듭니다.

4. 전에는 2개의 빨간 목욕통에 들어가서 물을 끼엊고 세수를 시켜 주면 좋아했는데..요즘은 얼굴에 물이 닿는 걸 별로 좋아 안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목욕통에 들어가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발로 물을 내리 치기 때문에 목욕을 시키는 엄마, 아빠의 옷이 흠뻑 젖게 됩니다.

5. 계속 먹고 있던 분유가 싫어졌나 봅니다. 그동안 아기 사랑 수 1단계를 먹였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이게 맛이 없어 졌나 봅니다. 이유식 가루를 조금 섞어도 안 먹고....눈을 뜨고 있을 때는 이 분유를 절대 안 먹지요...그래서 5200원 비싼....임페리얼 이라는 분유를 먹이기도 해 봤는데...여전히 잘 안 먹습니다. 그래서 새로 개발한 '형민이 우유 먹이기 작전' 은 일단 형민이를 재우는 겁니다. 잠이 들고 나서 젖병을 물리면 잠결에 분유를 먹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잠결에....분유맛도 모르고 그냥 삼키는 것 같던데....이런 걸로 봐...입맛이 바뀌었나 봅니다. 이번 기회에 그냥 고기 반찬에 미역국을 먹여 버릴까요?

 

6. 형민이에게는 집안 어른들이 선물해 주신 전기로 작동하는 흔들 침대와 보행기가 있습니다. 흔들 침대에는 절대로 누워 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형민이는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자세를 싫어 합니다. 허리를 꼿꼿하게 90로 세우고 앉는 자세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사람이 안아 주는 걸 원하지...전기로 침대가 흔들리는 건...취향에 맞지 않나 봅니다. 그냥 울어댑니다. 가짜를 치우라는군요...

형민이는 뒤집기도 아직 못하면서...보행기에 앉아 있는 건 좋아합니다. 보행기에 앉으면 허리가 90로 반듯하게 되는데...아마 그 자세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보행기 앞에는 각종 놀이 기구가 붙어 있고....각종 소리가 나오도록 지정된 버턴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형민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뻐꾸기 소리입니다.  양손을 파닥거리다가...뻐꾸기 버턴에 손이 닿으면 보행기 앞의 스피커에서 "뻐꾹....뻐꾹..." 소리가 나옵니다....그러면 형민이는 어김없이 "히히...."하고 웃습니다. 우리가 뻐꾸기 버턴을 눌러도 여전히 싱긋이 웃고 잠자리처럼 양팔을  파닥이면서 좋아합니다.  확실히.. 뻐꾸기를 좋아하나 봅니다. 왜 한 번도 안 본 뻐꾸기 소리를 좋아하는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7. 형민이는 곤하게 자고 있다가 가끔씩 아주 슬프게 울며 잠을 깹니다. 그걸 보면서 우린 형민이가 나쁜 꿈을 꿨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평안하게 자고 있는 형민이를 울게 만드는 꿈은 대체 뭘까요? 아기가 꾸는 꿈....그 내용이 궁금합니다. 한 번씩 형민이가 천장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전 문득...아기는 천사를 볼 수 있다는 누군가의 근거없는 얘기를 떠 올려 봅니다. 사실 유무를 떠나....천진난만한 이 아기가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갑자기 방 한쪽을 응시하는 것이나....자다가 아주 슬프게 울며 일어나는 것을 보면....천사를 보느니...악마를 보느니...하는 일반 사람들의 속설이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민이....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형민이는 이 세상에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선화와 저...이 두 사람 만으로도 충분했던 우리 가정은 형민이의 등장으로...세 사람이 있어야만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정이 되었습니다.

  형민이와 지낸 최근 몇 주 동안의 생활에서....내가 아빠 라는 실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형민이를 앞으로 안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을 때였습니다....형민이가 위로 고개를 젖혀 그 맑고 까만 눈동자로 제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곤 빙긋이 웃습니다. 엄마와 아빠를 이제 알아 보니까...저나 선화가 옆에 있는 걸 좋아하나 봅니다. 이맘때의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서 "신뢰-불신뢰"의 과정을 경험한다고 하는데...형민이가 절 그렇게 올려볼 때면 형민이에게 따뜻한 안정감을 주려고 저도...활짝 웃습니다. 그런 느낌은 지금까지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입니다. 자고 일어 나서...눈을 비비는 형민이게 살며시 다가가 제 얼굴을 보여 줄 때....수줍어 하듯이 웃으며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는 형민이의 모습을 대하는 내 맘은 이제...형민이에게 당당해야 하는 아버지로서의 자존감과 기쁨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여름성경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 이런 곡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몰랐어요...하나님이 사랑이신 줄.....나는 이제 알아요....저 하늘 나라 내 집인 것을...."  정말 요즘....예전에는 몰랐던 아버지로서의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공부하고 형민이를 자주 접할 때가 없던 시절에는 그저...형민이가 신기하고 좋을 뿐이었는데....형민이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며...울고 웃다 보니...이제 어디 가더라도 늘 마음에 품고 다니고...그 미소만 보더라도 마음이 풍성해지고...든든해지는 아버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형민이를 기른다고....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형민이에게 분유를 먹이기 위해 적어도 수면 중에 2번은 일어나야 하거든요...) "오빠..정신이 몽롱해요..." 라고 말하는 선화에게 고마운 맘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 지내 보니...아기를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이 필요한 일인지 알겠더군요...선화는 자신의 가장 좋은 것을 소모시켜 ..형민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사실 형민이로 인해...출산의 고통도 겪었고..여유있는 생활과 여가를 모두 포기한 채..(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이지만)...집 안에서 형민이에게 모든 좋은 것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요즘 선화의 생활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형민이를 잘 맡아 기르는데 열중하는 것이 최상의 과제입니다.

 나이 31살에 군대에 오라는 영장이 나왔습니다. 물론 전...8주간의 기본 군사훈련만 받고 바로 예비역 장교로 제대하면서...공무원 신분으로 국제협력의사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14일에 대전 군의학교에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올라갑니다. 그리고 열흘 뒤인 24일....전 아마도...경북 영천에서 군사훈련을 받으며...형민이와 선화의 곁을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빨리 이 시기가 지났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나의 일...국제협력의사의 길이 기대가 되는 면도 있지만...그것 보다는.... 그 시기가 빨리 지나...계속 형민이의 모습을 보면서 선화와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아기를 (네 맘에서) 버려라.(너무 애지중지하지 말라는 뜻입니다.)..아기를 너무 사랑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하나님보다 앞서 가면 절대 안된다....."  참 이상한 얘기지만...어머니는 제게 이런 얘기를 자주 하십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아기를 기르고 겸손한 마음으로 아기를 대하라는 말씀이십니다. 굳이 이삭을 바친 아브라함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질투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삶의 곳곳에서 물으실 게 분명합니다. 그걸 알면서도....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그런 마음을 가진다는 건... 힘들겠구나...' 라고 생각해 봅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사랑이 이렇게도 강하고 질긴 것인데......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은 도대체 얼마나 큰 사랑이란 말입니까? 어머니는 자식을 버릴지라도...우리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시지 않으신다는데...도대체 그 사랑은 얼마나 큰 사랑이란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