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현교회를 방문하고

시험 준비로 인해 서울에서 생활하던 1월 7일...2001년 첫 주일 예배는 서울에서 드려야 했습니다. 7일 주일 아침은 사상 유례없이 큰 눈이 서울에 내린 날이었습니다. 르네상스 호텔 방의 최대의 단점은 밖과 환기할 수 있는 창문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뭐가 겁이 나서 창문 하나 안 달았는지는 모르겠지만....창문 하나 없는 유리 안에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습니다.

아침 김밥을 먹고 전...교회에 가야된다는 맘으로 설레었습니다. 오늘... 몇 번 보기만 하고 지나쳤던 큰 교회 중 하나인 충현교회에서 예배드릴 작정입니다...먼저 114에 전화를 걸어 충현교회 전화번호를 안 뒤..교회로 전화해서 예배를 몇 시에 드리는지 알아 보았습니다. 오전 7시,9시 11시,오후 1시,3시,5시...이렇게 6번 예배를 드리더군요...전 현국이와 아침 9시 예배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안타까운 건...예배 드리려 갈 때 만난 하얀 세상..온 골목길이 두껍게 쌓인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서입니다. 점심 시간에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촬영한 풍경은 이미 여러분들께도 보여 드렸지만...이른 아침...하얀 골목길은 부산에만 살던 제겐 또 하나의 놀라운 세상이었지요.. 눈을 맞고 즐거워 하는 강아지처럼 ...교회탑이 보이는 쪽으로....흰 눈이 소복하게 싸인 골목길을 달렸습니다. 뽀드득..뽀드득...한 번도 밟지 않은 눈을 밟고 교회로 가는 즐거움...늘 말로만 듣던 북구..어느 나라의 소년처럼....눈길을 헤치고 교회로 향했습니다. 꿈만 같더군요...

5분쯤 달려 가자...어마어마한 교회당 건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이 하얗게 내린 교회당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현국이와 전....예배가 아직 시작하지 않은 걸 확인하고 안내를 받아 앞 쪽 좌석에 앉았습니다.

정면에는 강대상이 있었습니다....서울에는 강대상을 치워 버리고 간단한 지휘대 같은 단상만 있는 큰 교회들이 많다던데..(작년에 가 본 온누리교회도 그렇더군요...) 충현교회는 제법 큰 강대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직 장로교단은 이런 부분은 고수하고 있나 봅니다.  강대상 좌우로 성가대가 나눠 앉고 있는데....각각 50명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전 어느 교회든지 가게 되면...성가대원들을 유심히 쳐다 봅니다. 저 역시 성가대원이기에 테너 파트 한 쪽에 앉아 있는 저 청년들이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들이겠거니...하고 애정어린 눈빛으로 더 살펴 봅니다....게다가 교회 한 구석에 드럼이라도 놓여 있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언 사회를 보더군요...무언 사회란 ..말 글대로....사회자가 말을 한 마디도 안 하고 예배를 집전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찬송가 130장을 부르겠습니다." 라든가..."다 같이 기도하겠습니다." "교독문 13번입니다."  이런 말들을 하지 않고 다음 순서를 맡은 사람이 말 안해도 조용히 나와 진행하고 성도들도 교독문이나 찬송가가 몇 장인지는 주보를 통해 알고 찾는 거지요... 물론 이미 부산 시내에도 많은 교회들이 무언사회로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확실히 무언 사회가 예배에 더 합당한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존귀한 예배 시간에 인간들이 나와 한 마디씩 하고..주위가 어수선해 지는게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배 시간에 광고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광고는 축도가 마치고 난 뒤 하는 게 더 좋겠지요....언젠가 제가 예배 순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이르게 되면 꼭 이런 것들을 서부산교회에 도입할 생각입니다.

설교 하시는 목사님은 충현교회의 위임목사님이셨습니다. 주보에도 위임목사라고 적혀 있더군요..보통은 '담임목사' 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좀 특이했습니다. 새해 첫 주일...충현교회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신년 예배를 드리는 오늘....성찬식을 베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1,2,3부 예배 모두를 다른 부목사님이나 초청 목사님이 하시지 않고 담임 목사님이 직접 인도하시더군요.....

새해 첫 주일...우연히 들른 한 교회에서 성찬식에 참여하게 된다......제게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성찬식 전 설교도 성찬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젊고 민첩한 젊은 목사님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훌륭한 강해라기 보다는....연세가 있으신 목사님의 신앙고백과 같은 설교였습니다. 목사님은 울부지는 듯한 톤의 음성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너무 기도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하여간 제 마음을 두드리며 호소하시는 목사님의 음성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성찬식에서 떡을 돌리고 난 후 잔을 돌리기 전...우리 교회와 다른 순서를 또 하나 보았습니다. 그건 사도신경으로 신앙 고백을 하고 난 뒤 잔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잔을 받을 만한 신앙 고백이 자신에게 있는지 돌아보게 한 뒤...잔을 주는 것...참으로 합당한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금 시간이 되었습니다. 큰 교회라 그런지 헌금시간에 항상 누군가가 나와 특송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보에 특송자 이름이 있더군요. "엘토 이 00"...헌금을 거두는 동안 우측 성가대 앞 쪽에 앉아 있던 한 자매가 우측 단에 살짝 올라서더니 두 손을 가슴 앞에서 모으고 찬양을 시작했습니다. 찬송은 483장이었습니다. "너 예수께 조용히 나가 네 모든 짐 내려 놓고 주 십자가 사랑을 믿어 죄 사함을 너 받으라 주 예수께 조용히 나가 네 마음을 쏟아 노라 늘 은밀히 보시는 주님 큰 은혜를 베푸시리......."

서울에 올라온지 나흘째...힘든 생활을 보내던 제게 그 자매의 찬양은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습니다. 성악 전공자인 것 처럼 보이지만...목소리는 어떤 기교나 꾸밈이 없이 깨끗하게 울려 나오는 목소리였습니다.  

헌금을 마친 뒤....수금 위원들이 나와 앞에 서고 헌금 기도가 이어졌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부산 영락교회의 헌금 순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제가 가 본 몇몇 교회의 헌금 순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었지요.....수금 위원들이 헌금을 가지고 강대상 앞으로 나와  회중을 바라 보며 서고 나면....온 성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찬양을 합니다. "나의 생명 드리니 주여 받아 주셔서 세상 살아갈 동안 찬송하게 합소서..." 요즘도 그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처음 영락교회 헌금 시간에 참여했던 그 날...이 순서만으로도 참 감격적이었습니다. 헌금을 하고 난 성도들이  일어서서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제가 너무 예배 순서에만 정신을 팔았는지는 모르겠지만...예배를 드리는 우리의 마음을 담는 그릇인 예배 순서나 형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세요...전...형식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우리와 다른 순서로 예배를 드리는 다른 교회에서 더 자주 하곤 합니다. 물론 저희 교회의 순서가 더 좋을 때도 있지만....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빨간 자켓을 입은 분들이 안내도 하고...교회 계단에 쌓인 눈도 쓸고 계셨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오른 쪽 가슴에 "장로 000" 라고 씌여 있더군요..역시 장로님들이 교회 눈도 정리하시고...성도들을 향해 솔선 수범하며 봉사하고 계셨습니다.

이 날 후..선화가 서울로 올라왔을 때.....위 사진을 찍었습니다. 교회 한 쪽 벽에 이런 글귀가 있더군요.."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그 곳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옆 사진은 교회 앞에 선 제 모습을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탁해서 촬영한 것입니다. 서울을 떠나가 3일 전...달려가서 찍은 겁니다...이 곳에 왔었다는 좀 더 확실한 흔적을 남기려고 했습니다. 이 날도 주일이라(16일..) 교회 앞 마당에 버스가 가득했습니다. 이 날은 서울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벌벌 떨고 서서 찍은 사진입니다.

당회장 세습 문제로 충현교회는 일반 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큰 교회입니다. 어떻게 보면 문제나 야기하는 큰 교회(?) 라는 선입견으로 바라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비록 한 번의 주일 예배 지만.....제가 들은 목사님의 설교...찬양대원의 특송, 장로님들의 수고... 교회가 이렇게 성장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르네상스 호텔 13층에서 지내는 동안 ...저의 룸메이트인 김태오 선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야...여기서 보니 정말 교회가 많다....." 정말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역삼동 일대에도 붉은 십자가 등이 여기 저기에 보였습니다. 서울에도 수 많은 교회 십자가가 있고...이렇게 큰 교회들이 즐비하지만....일간신문 사회면과 정치면에 비친 우리 나라의 모습은 참 크리츠챤들이 도대체 몇 명이나 살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하는 현실입니다. 서울에서.... 많은 교회 건물을 바라보니 이 사실이 더 실감나더군요...우리나라의 수도니까요.....

충현교회를 나오면서....참 교회는 어떤 교회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100년 전 대동강에 뿌려진 선교사의 피의 흔적이 ....이 시대의 교회에 어디딘가에도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자란 교회...내가 섬기는 교회인 서부산교회가 더욱 교회되는 일에 매진해야 함을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