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보내며.......

이 글을 쓰는 시간은 2000년 12월 31일 0시 26분입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새해가 다가 옵니다. 올 해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저희 가정은 여러 위기들을 무사히 넘기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선화가 출산하던 당시....선화와 태아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던 그 순간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지나가...잔잔한 호수처럼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았지만...가끔씩 출근하는 절 배웅하기 위에 문밖으로 나온 선화를 보면서....전 분만실의 그 급박한 상황 속에서 선화의 손을 꼭 잡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던 제 모습과 땀으로 온통 뒤범벅이 되어 고통 속에 있던 선화를 떠 올려 보곤 합니다. 정말 한 순간이라도 잘 못 되었으면....지금 우리 가정의 모습은 어떨지...그저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사랑의 하나님께서는...저의 허물을 보지 않으시고...올해에도 아침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주의 자비하심을 보여 주셨고...다가오는 새해를 맞게 해 주셨습니다.

올 한 해 가장 큰 사건이라면 형민이의 출생일 것입니다. 저희 홈에 늘 출입하시는 분이시라면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잘 아시겠지요....형민이가 세상에 나타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쭉 되돌아 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꿈만 같고.....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너무나 기묘하고 놀라와서 지나간 사진만 계속 쳐다 보게 됩니다. 옛날 하나님의 백성들이 왜 아이를 낳고 나서...그 아이의 이름을 통해 신앙 고백을 하게 되었는지...그 이유를 알 듯 합니다. 형민이는 하나님이 저희 가정에 하신 일들을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하신 또 하나의 믿음의 방편입니다.

 

처음.... 임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임신 반응 검사 결과입니다. 지금 자라고 있는 형민이를 생각하면서 이 hCG 키트를 보고 있으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얼마나 오묘한지 깊이 깨닫게 됩니다.......

처음에는 눈에도 잘 보이지 않고 그저 심장 박동만 깜빡 거린다고 붙여진 이름인 "깜빡이" ......깜빡이로 처음 저희에게 다가온 것은 그저 9m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물체였습니다. 초음파 사진 속에 보이는 표시가 눈에 들어오십니까?

태중에 있을 때부터 우리를 아시고 부르셨다는 하나님을 생각해 봅니다.

 

처음 형민이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게 된 초음파 사진입니다.

머리도 보이고 손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3차원 초음파로 본 생후 35주의 형민이의 모습입니다. 지금도 입에다 손을 대고 있는 걸 보면서 선화와 전.....이 초음파 사진 얘기를 합니다. 그 때 본 인상과 지금 모습이 비슷하다는 얘기도 주고 받지요...

그로부터 3주 뒤....이 뱃 속에 있는 아이는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형민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난 지 3일째 찍은 사진입니다. ...지금과 비교해 보아도 그 동안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선화와 제가 울었었지요....왜 울었냐구요? 참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었습니다.

'이제 다 끝났다....걱정하지 마라' 는 안도의 눈물에다가...'만나서 반갑다' 는 눈물에다가....'이렇게 나오면 되는데 왜 그렇게 속 썩이고 쉽게 안 나왔느냐' 고 넋두리 하는 눈물........'하나님 감사합니다' 의 눈물.....

그 당시 이 사진을 보고...아빠를 닮았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전 이해가 잘 안되지만....

 

형민이는 요즘 많이 착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사는데 힘이 전혀 안 드는 건 아닙니다. 어제 our story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선화는 어제도 마구 울어대는 형민이를 보면서...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기가 막 울고....아기의 필요한 것을 제대로 채워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습니다. 아직은 누가 뭐래도 엄마가 돌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아기이기 때문입니다.

형민이는 밤에 자다가 가끔씩 슬픈 듯이 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선화는 어김없이 아마 나쁜 꿈을 꿨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전...."형민이가 무슨 꿈을 꾼다고....." 얘기하면서도...형민이의 생각이 어떤 세상일지 참 궁금합니다. 혹시 지금도 자궁 속의 따뜻한 환경을 그리워 하는지.....혹시 뭔가 무서운 존재에 대해서 알고 저렇게 슬프게 우는지.........어떤 것을 느끼고 저렇게 우는지.....

알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지만.....이 아기는 하나님께서 키우고 계심을 압니다. 아이를 데리고 사는 건 저희들이지만....아기를 키우시는 분을 확실히 주님이심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우리 세 식구의 앞 날을 누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지난 해가 그러했듯이 다가올 한 해도 하나님의 세밀한 인도하심을 바라보며....마치....형민이가 엄마인 선화를 의지하고 살아가듯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아가기 원합니다.

때로는 우리에게 미칠 시련이 크고 험난하더라도...죽음 앞에서 우리 가정을 지키시고....새로운 계획과 꿈을 주셨기에....다가올 한 해도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적은 사명을 안고 가려고 합니다. 이제 며칠 후면 전문의 시험을 보게 됩니다. 이 시험을 통해 더욱 더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1년....국제협력의사로 나갈 지 모르겠습니다. 연약한 저....그리고 선화.....그리고 형민이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가끔....어디 가야 할지 알지 못하고 간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민감하며...그 발 아래 엎드려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하나님...지난 해도 스스로 서 있다고 생각하면서...내 의를 내세우는 죄를 범하며 살았습니다.

날 위해 죽으신 그  보혈을 생각할 때....일만 달란트 빚을 탕감받은 채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할 때.....내게 주신 것으로 더욱 열심히 베풀고 섬겨야 함에도 게으르고 악한 종처럼 살았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다가 오는 2001년.....주께 보여 드린 나의 첫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가게 해 주시고....선화와 형민이를 주 날개 아래 품어 주시고...우리 가정이 갈 길을 지시해 주세요...주님...당신 외에 그 어느 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내 맘 속 어둡고 그늘진 곳에 오셔서 주와 함께 세상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은혜를 입혀 주세요......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