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유아세례

결혼하고 두번째 맞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갔습니다. 작년 이맘 때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는 좀 우울했었습니다. 저희 홈의 마음의 글에서 작년 첫 성탄절을 보낸 뒤...이맘 때 적은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윤동주가 그리운 밤'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었는데... 그 글의 앞 부분에 성탄 연휴가 좀 힘들었다는 얘기가 살짝 나옵니다.....자세히 적진 않았더군요...

작년 성탄절...막 결혼한 우린... 많은 일들을 계획했었습니다. 교회 내 힘든 분들께 성탄 선물을 드리자는 계획....2청년회 회원들을 이브 저녁에 초대하고....둘 만의 오븟한 시간도 가지자는 계획...양가를 방문하고 선물을 드리자는 계획.....하지만 이런 많은 일들 속에서 선화는 처음으로 힘든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성탄 당일 날...친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을 시댁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던 일....이브 날 밤 늦게까지 교회에 계신 몇몇 분들께 드릴 양말을 준비하지 못해 닫힌 상점 사이로 헤매던 기억.....교회 안팎의 다른 사람들을 챙겨 주긴 했지만...정작 오빠와의 개인적인 시간을 오래 가지지 못해 섭섭해 하던 선화의 모습......많은 사람을 초청하고 배려 했지만 정작 저희 부부만을 위한 시간이 없었던 아쉬운 성탄절이었지요.......

올해는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하고....성탄을 준비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첫 주가 되자...선화는 어김없이 성탄 트리를 거실에 만들어 반짝거리게 했습니다. 이 트리는 연애시절...웬지 성탄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선화를 데리고 남포동에 나가... 함께 고른 것입니다. 나무는 2,000원에... 깜빡이 전구는 8,000원에 구입한 것입니다. 이게 이제 3년째 깜빡이고 있는 셈입니다. 트리에는 선화가 가지고 있는 작은 소품들도 걸려 있습니다. 트리 옆에서 두 사람과 형민이를 찍은 사진 아시죠?

성탄 전날은 주일이었습니다. 오후 예배가 마친 뒤...기관별로 성탄 축하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중고등부 학생들이 준비한 연극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제가 중고등부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연극을 보면서...한 해동안 몰라보게 자라 버린 우리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뿌듯하고 대견했습니다. 축하 순서가 마친 뒤...청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떡국을 먹고...올해로 8년째가 되는 '나의고백 나의노래' 를 교회 본당에서 가졌습니다....함께 찬양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원택이에게서 빌린 베이스 기타는 이 시간에 사용되어졌습니다. 정말 좋은 기타더군요...

모든 순서가 마친 뒤....저희 부부는 부민동에 맡겨진 형민이를 데리고 학장동 보금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선화가 "오늘은 트리의 불을 꺼지 말고 잡시다......"  라고 말하더군요...아마 성탄 트리는 예수님의 오신 성탄 새벽에도 깜빡거렸을 겁니다. 깜빡...깜빡.....

성탄 주일 아침....우린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성탄 주일..이 날은 우리 가정의 뉴 리더...형민이가 유아 세례를 받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3달도 안 된 형민이지만 당당히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 교회는 매년 성탄절에 유아 세례 의식을 행합니다.....전 유아세례를 부민교회에서 받았습니다. 서부산교회는 부민교회에서 개척해 나온 교회랍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제 어린 기억에 유아세례 받았을 때 기억이 생생하다는 겁니다. 아마 제가 3-4살 정도 되었겠지요? 당시 세례를 베푸시던 목사님이 김주오 목사님이셨는데....목사님이 생각나고....저랑 옆으로 한 줄로 줄지어 앉아 있던 다른 아기들도 기억이 납니다....신기하지요?

사실 유아 세례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재세례파와 침례주의에서는 유아세례를 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칼빈은 그의 기독교 강요 4권 16장에서 유아 세례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제도와 표지의 본질과 부합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가 유아세례니까.... 칼빈이 밝히는.... 아기에게 세례를 베푸는 이론적 근거를 조금만 얘기해 보지요...

1. 세례의 의미는 외적인 형태보다 약속의 의미가 강조되어야 합니다. 즉 우리의 죄가 씻어진다는 것...옛 사람이 죽고 그리스도 안의 새 사람이 산다는 것...공식적으로 그리스도인이 됨을 알리는 예식입니다. 그 약속 안으로 그리스도인의 자녀도 들어온다는 거지요...

2. 유대인들이 할례를 받는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유아들은 세례를 받습니다. 할례시에 언약을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고 세례도 하나님의 언약 하에 행해집니다.

3.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신 직후 유아들에게도 그 언약을 인치라고 명했습니다.(창 17:12)

4. 하늘나라의 주인은 어린이들이고(마 19:13-15) 유아들을 그리스도께 데려가는 일이 옳은 일이라면 세례를 받는 건 왜 안되는가?

5.성경에 한 가족이 다 세례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데(행 10장) 그 때 유아들은 빼놓고 세례를 주었을까?

6.인과 같이 어린이들에게 전달된 하나님의 표징은 경건한 부모에게 주신 약속을 확증하며 주께서는 부모들 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들에게도 하나님이 되실 것임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아 세례에 대해 처음 언급한 사람은 서기 185년 경의 이레니우스였고...4세기 경 신학자 어거스틴에 의해 당위성이 설명되었지만....여러가지 반론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신약 성경에는 유아 세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주장이지요... 간접적인 증거 제시로 사용되는 유대교의 할례 의식, 사도행전의 "그 권속이 다 세례를 받고" 에서 추론한 것, 교회 사에서 사도 요한의 제자라고 알려진 교부 폴리갑이 "내가 86년동안 그의 종이 되었다" 는 고백에서 그가 유아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 등이 설득력이 없는 억지 주장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습니다.

어쨋든 마음의 중심을 보는 하나님이시기에...논란을 떠나...우리 형민이가 하나님의 언약을 받은 백성으로 자라가길 소망하는 맘으로 이 유아세례를 받았다면....하나님이 싫어하시진 않으시겠지요? 장로교의 전통에 따라 형민이는 서부산교회의 유아 세례 교인이 되기로 했습니다.

선화와 전...교회 본당의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 사이에 형민이를 눕혔습니다. 형민이는 예배 전까지는 잘 자더니...예배가 시작되자...눈을 번쩍 뜨더니..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오전예배땐 계속 잤었는데...이건 돌발 상황이었습니다. 만일 형민이가 한 번씩 발휘하는 그치지 않는 울음과 몸부림을 그 자리에서 보인다면....2000년 성탄예배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게 될 것임이 분명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성탄 찬송가를 듣고는 제 품에서 다시 자더군요...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 설교 말씀이 시작되기 전.....문답이 시작되었고 저와 선화는 서서 "예..."하고 크게 대답했습니다. 잠시 후 형민이를 데리고 성찬대 앞으로 가서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목사님의 물에 젖은 손이 머리에 닿는 순간....형민인 몸을 움찔하면서...약간 이상한 소리를 냈지만.....이게 웬걸....특별한 상황없이 무사히 일을 종료되었습니다. 이후로는 팔베게를 하고 계속 자더군요....

저희 가정의 2000년 성탄의 하이라이트는 성탄 예배와 함께 있었던 형민이의 유아세례식이었습니다. 성탄 예배를 마친 뒤....함께 모여 점심 식사를 교회에서 하고...전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이제 시험이 두 주도 채 남지 않았거든요.....선화는 형민이를 데리고 김해에 계시는 할아버지를 뵈러 아버지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올 성탄절은 작년처럼 우울하고 슬프고...아쉬운 성탄절은 아니었습니다. 저희 가정으로선....참 기쁜 성탄절이었습니다. 하지만....우리를 둘러싼  많은 일들은 성탄절을 맞는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9시 뉴스 시간에는 성탄절을 맞아 시내 번화가에서 산타 클로스 복장의 홍보요원이 선물을 나눠 주는 화면을 내 보냅니다. 이유없이 즐거운 성탄절은 올해도 반복됩니다. 범어사와 통도사 주지가 성당을 찾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종교 다원 주의의 극치를 달리는 성탄절.......경제 지수는 떨어져 가고 경기는 나빠지고....노동자들의 파업은 5일째 이어지고.....도시의 극빈자들은 더 추워지는 성탄절이 되었습니다.

어느 해 보다 교회들마다 성탄 장식이 줄어든 이번 성탄절....어쩌면 향후 2-3년은 대한민국의 성탄절을 보지 못할 저로선....우릴 위해 죽으러 오신 그 분의 나심에 대해 함께 더 많이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모임과 기회가 없었음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또....2000년의 첫 성탄절...낮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돈과 시간을 더 사용못했음이 뒤늦게 후회되는 성탄절입니다. 지금도 안 늦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