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될 사람들에게......

아빠가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얘기하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게 될 많은 총각들에게 결혼하지 말라거나 아기를 가지지 말라는 의도에서 쓰는 글은 아닙니다. 물론 엄마가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하는 건 분명합니다. 초보 아빠에게도 아기를 기르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이 있음을 알려 드리려는 겁니다.

제 경우에는...결혼하기 전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선 많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남편이 된다는 게 우선이었지....좋은 아빠는 웬지 금방 다가올 일로 비쳐지지는 않았습니다. 형민이의 출생을 대하면서도.. 너무 기뻐하기만 했을 뿐....의외로 제가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해선 자세히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갑작스런 변화이기에 준비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2달이 막 된 형민이와 지내면서 겪는 어려움들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적어도 전...누군가로부터 이런 일들에 대해 미리 듣지 못한 것이 아쉬울 때가 있었으니까요....

요즘은 집에 들어가면 밤 10시 반이 넘습니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시험(자세히 안 적어도 아시겠지요?)이 코 앞인지라.....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저녁도 집에서 먹지 못합니다. 1월 5일...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막바지 수험생입니다. 공부하느라.. 바짝 긴장해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목도 저리고...무엇보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공부방이라 두통이 찾아옵니다....그래서 하루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긴장이 풀리고 푹 쉬고 싶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문을 들어서자말자 제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건....형민이가 잠을 자고 있느냐 아니냐는 사실입니다. 만약 형민이가 자고 있다면....그야 말로 숨 죽이고 집 안을 움직여야 합니다. 말을 할 때도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조용하게 해야 하고...걸을 때도 형민이가 깨지 않도록 발끝으로 걸어야 합니다. 상전이 따로 없습니다. 요즘은 형민이가 최고 상전입니다. 형민이가 좀 깨면 안 되냐구요? 물론 깨도 되지요.....하지만 눈을 뜨고 깨어 있는 형민이가 도저히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없다고 생각을 바꾸기만 하면! ... 형민이의 보채는 울음 소리가 어김없이 시작되고...약속이나 한 듯이 저의 모든 시간은 형민이 안아주기에 쏟아 넣어야 합니다.

처음 며칠은 형민이를 쉽게 안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그게 몇 달간 계속 되고 하필 그  시기가 며칠 남지 않은 중요한 시험 기간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집에 들어와서 형민이가 깨게 된다면...형민이는 1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고 경우에 따라 2시를 넘길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형민이를 품에 안고 선화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형민이가  조용히 잔다면 사정은 훨씬 나아지지만 대부분의 경우 울어 대는 형민이를 달래느라...선화와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도 못합니다.

형민이를 품에 안고 가정예배를 드린 지도 1달....사실 선화와 저...두 사람이 가정예배를 드릴 때는 말씀을 읽어도 여유롭고....적용할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형민이를 품에 안고 예배를 드리게 되면...마음이 급해 집니다. 처음 찬송을 부를 때는 형민인 비교적 가만히 있습니다. 의외로 찬송 소리를 들으면 조용히 듣고 있지요. 뭔가  멜로디가 있는 소리는 좋나 봅니다. 하지만 찬송이 끝나고 말씀을 읽을 때는 상황이 시작됩니다. 가만히 있지를 않지요....사지를 쭉 뻗으면 뒤틀고....손발을 바둥바둥 거리면서...품을 빠져 나가려고 합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바로 세워 주길 원하고  바로 세워 준다고 해도....조금 서 있다가는 이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지난 달의 성경 본문은 욥기였습니다. 아시다시피...성경 정독집을 가지고 말씀을 본 뒤....본문에 담긴 의미를 분석하고 주요 구절을 찾는 시간을 가지는데....형민이가 바둥거리기 시작하면...오른손에 볼펜 한 자루 잡기가 힘들어집니다. 선화가 옆에서 성경 본문을 찾아 주고...정독집 날짜를 표시해 주고...답도 대신 달아 주고......이러다 보면..가정 예배를 드렸는지...전쟁을 치뤘는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됩니다. 몇 일 전...이제 욥기서가 끝나고 에스더서가 시작되었는데....욥기가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형민이가 얼마나 도와 주냐에 따라...에스더서 말씀 보는 시간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가정 예배가 끝나면...형민이는 놀아 달라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몸을 움직여 댑니다. 사정이 이 쯤 되면...저희 부부도 비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면제를 먹이느냐구요? 그럴 수는 없지요.....그냥 한 사람이 먼저 자는 겁니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공부해야 하는(?) 제가 먼저 이부 자리에 듭니다. 밖에서는 형민이의 울음소리...어떤 날에는 괴성을 지릅니다...가 들립니다. 전 이불을 머리 위로 덮고 장롱을 쳐다 보고 눈을 감고....잠을 청해 봅니다. 그리고 몸을 움츠려 봅니다...이러면 울음 소리가 좀 안 들릴려나.....거실에서 선화가 아기에게 물 먹이는 소리가 들리고...아기를 엎고 여기 저기 다니는 듯 보이고....그러다가...그러다가....잠이 들어 버립니다.

아침 7시 반....형민이가 가장 먼저 일어납니다...물론 밤 중에도 2-3번 깨지만...선화가 보채는 형민이 입에 젖병을 물리고 재우기 때문에 전...잘 깨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침은 제가 담당이지요....선화를 자게 두고...형민이를 따로 거실로 불러 냅니다(사실 안고 나가는 거지만....)..그리고 거실에서 다리도 주무르고 팔도 주무르고....땅을 걷게 하기도 하고...안고 걸어다니기도 하고....그러다 보면 시간은 8시 반이 넘고....결국 아침 식사를 정신없이 하고 나오는 시간은 9시 반이 넘어서야 나옵니다. 요즘 아침 시간은 그래도 좀 나아진 편이었지만....오늘 아침에도 형민이와 전.. 거실에서 단 둘이 오븟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간밤에 잤다고는 하지만....개운치 못한 것이...아무래도 형민이 이 녀석이 제가 자는 동안 제 귀에다 대고 울어댔나 봅니다. 비록 깨지는 않았지만....밤중에도 형민이에게 시달린 것이 분명합니다. 몇 주 전부터는 아침마다 코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제 생각으로는 집에 와서 제대로 휴식을 못 취하고 다시 병원으로 가는 탓에... 축적된 피로가 제 코 속의 모세 혈관을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최근 월요일 마다...심한 몸살에 시달 리는 것도 이전과 달리 주일 일과 후...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도록 형민이가 공작(?)을 펴기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에는 형민이보다 몇 살 위의 아기를 가진 엄마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 엄마들의 남편도 있지요......어느 날...전 두 아들을 가지고 있는 형에게 가서 물어 보았습니다. "형..도대체...2달 된 아기가 있으면 어떻게 자야 되요?", "야....(안타깝다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그냥 도망치는 거야....다른 방으로 가서 일단 눈 붙이는 거지....애 붙잡고 달래 볼거라고 씨름 하고 있으면 밤새도록 한 숨도 못잔다니까......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자야 움직이지....(쯧쯧쯧)...." 모두들 아기가 울 때는 엄마에게 맡겨 놓고 도망치라는 결론을 내려 두고 있었습니다. 하긴 누구는....벌컥 화를 내면서 아기를 대문밖에 버리라고도 했다니까.....

생후 2달째에 접어 들면서 형민이의 배변 간격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번 변을 봤는데....2-3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기를 처음 키우는 탓에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봤지만....대부분 하루에 한 번은 봐야 하는데....라고 얘기하면서 아기에게 먹이는 분유에 타는 물을 더 줄여 보라는 말 이외에는 특별한 묘안을 내 놓진 않았습니다.

지난 주.....목요일....4일째가 되어도 형민이가 변을 보지 않자....온 집안이 비상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식구들은 소아과에 가 봐야 되는게 아니냐고 난리고....간 밤에 열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와  함께....혹시 선천성 거대 결장 같이 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제기되었습니다. 그 동안 변도 잘 봤는데...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그래도 제 맘은 분주해 졌습니다. 선화가 형민이를 부민동 본가에 데리고 갔고....우린 형민이에게 락툴로즈(Lactulose: 고삼투성 물질로 장관 내로 들어가면 장내로 수분이 이동하게 만들어 변을 보게 만듭니다.) 를 몇cc 먹여 보기로 했습니다. 3cc를 먹이고 기다려 보았습니다. 약전에는 영아에게는 3cc만 먹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아마도 과량의 설사로 인해 탈수를 염두에 두고 적어둔 것이겠지만...아무런 효과가 없자....우린 하루 3번 계속 이 약을 먹이기로 했습니다.

소아과를 찾아가자는 식구들의 말을 듣고...전 선화에게 익진이에게 전화해 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익진이는 이번에 소아과 전문의 시험을 보는 친구입니다. 뭐...소아과의 최신 지견은 익진이가 훨씬 많이 알고 있을 거니까.........

익진이에게 전화를 거는 선화의 통화 내용은 혹시 우리 아기가 특별한 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을 익진이에게 쏟아 붓는 것이었고..익진이는 좀 더 약물을 사용해 변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조언을 했고....나쁜 병이 아닐 거라는 위로를 보내 주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수많은 예비 내과 전문의들에게도 조언을 구했습니다. 모두들...무슨 육아 잡지에서 봤다느니...무슨 베이비 가이드에서 봤다느니 하면서....어린 아기에게 사과나 귤을 갈아서 즙을 먹이라는 비방을 가르쳐 주더군요...아마도 섬유질을 먹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아직 이유식을 시작하지 않은 형민이에게 그걸 먹여도 되는지 좀 생각해 보다가...... 선화에게 전화를 걸어 형민이에게 과일 즙도 먹여 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오전 내내...형민이에게 매달려 있을 순 없는 일.....전...병원으로 갔고..형민이와 선화는 부민동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기다리고 기다리던 변은 오후 4시나 되어서 나왔고....이 소식은 우리 부부에겐 큰 희소식이었습니다.  

아기가 변을 잘 못 봐도 이렇게 난리를 치고 걱정할 수밖에 없는 건......형민이가 제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밤 늦게 집에 와서....잠을 제대로 못 자고 출근하더라도 그 괴로운 몫을 모조리 차지해야 하는 이유는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선화가 형민이를 안고 거실에서 걸어다니면서 형민이에게 노래를 들러 주고 있습니다. 성탄노래(캐롤)을 부르는데 혹시나 형민이의 외국어 구사능력에 향상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영어 찬송가를 들고서 열심히 밑줄의 영어 가사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선화가 엄마이기 때문에 펼치는 법석입니다.

왼쪽 사진은 형민이를 데리고 사상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의 까르푸에 갔다가 그 곳 지하 주차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날짜가 11월 19일이니까...두 달도 안 된 형민이를 데리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 매장에 간 셈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형민이를 가슴에 안고 선화 뒤를 따라 다니는 절 쳐다 보더군요...아마 저보다 제 품에 있는 형민이가 더 흥미로왔겠지만요.....

우린 서로 '우리가 너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왔나?' 라고 물으면서.....장을 급하게 봤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작은 아기는 아무데도 없더라구요....그리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 와서 차 앞에 선 사진입니다.

형민이는 제 품에 안겨 자고 있습니다......아........아무리 형민이가  제 잠을 깨우고.....코피가 나게 하고....몸살이 나게 하더라도 제 아들이기에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그 울어대는 소리가 제 두통을 악화시키기도 하지만.....형민이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총각 여러분! 2달 된 아기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는 잠을 잘 못 잡니다. 이걸 유념하시고......결혼과 출산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짜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을 모질게 먹고 아기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냥 쉽게 쉽게 아기가 자라는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