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장동의 세 식구...

형민이가 태어난 지 52일째입니다. 올해가 지나고 2001년 1월 13일이 백 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형민이와 살아온 지난 50일 간의 세월이 참 길게 느껴지는군요..아직 50일밖에 안 지났다니....

선화랑 저랑 둘이 살 때는 식사 후...조용히 앉아 분위기 좋게 차(tea)도 마실 수 있었고 아침 출근 시간도 여유 있고...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었는데...형민이가 나타나면서부터...생활 방식이 많이 달라 졌습니다. 일단 집에서는 소리를 낮춰 얘기해야 합니다. 특히 형민이가 옆에 있을 때에는 속삭이듯 얘기해야 하지요...왜냐 하면...형민이는 뭔가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면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안아 달라고 보채기 때문이지요. 식사할 때도 번갈아 가면서 먹어야 음식이 위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먹을 수 있습니다....퇴근한 뒤 집에 와서도 이제 아마 7-8kg는 될 거라고 느껴지는 형민이를 안고 계속 거실을 왔다갔다 움직여야 합니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움직이면..아무리 힘이 좋은 부모라도 지치게 마련이지요...

선화도 한 번씩 지칠 때가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뭘 좀 정리하고 있다가 형민이 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계속 들리면... 안방으로 가 봅니다. 거의 백발백중 '이제 포기다...' 라는 식의 지친 선화의 얼굴을 볼 수 있고 허공을 향해 계속 팔을 휘젓고 있는 형민이를 만날 수 있지요

그래서 우린 일 주일에 하루는 본가에 형민이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더욱 더 형민이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특히...선화가 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형민이를 돌보다 보면....잠도 모자라게 되고...아무리 피곤해도 형민이가 보채면 안아 들고 여기 저기 움직여야 하기에 우리에겐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수요일 저녁에 형민이를 맡기기로 했습니다...어차피 수요일 저녁에는  수요예배 드리기 위해 저희 세 식구가 외출하는 날이니까....나온 김에 형민이를 본가에 맡기고 돌아오는 게 계획이지요...

형민이를 처음 맡기고...학장동으로 돌아온 날...형민이가 없는 집 안으로 들어 오면서......"야.....해방이다..." 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조용하고 편안한 이전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출산 후 영화 구경도 한 번 할 여유도 없었는데...비디오도 한 편 보고....여유도 즐겼습니다. 함께 인터넷 세상에도 들어가 보고....정말 여유가 있는 생활이지요....그런데....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허전한 감이 느껴졌습니다. 선화의 기분에 변화가 생기더군요..."오빠...형민이가 보고 싶어요....." "뭐?....방금 떼 내 버리고 왔는데... 보고 싶다니...." 형민이와 떨어진 지...하루도 못 되어 선화는 형민이가 보고 싶다면서 섭섭해 했습니다.  "형민이가 보고 싶다....형민아........"

주일인 오늘... 중고등부 총회도 있었고...바쁜 하루였습니다. 요즘은 지난 2000년을 한 가지씩 정리해야 하는 시기라...더욱 분주합니다. 형민이를  안고 교회당에 다녀 온 우린....형민이를 성령의 보자기에 싸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면서 서로에게 물어 봅니다.

"오빠...이젠...형민이가 없는 우리 가정은 상상할 수가 없어요...형민이가 없다고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선화는 형민이가 없다면 우리도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래..."


 

이제 형민이는  뭔가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며칠 전부터는 제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눈동자를 굴리면서..절 쳐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이전보다는 훨씬 영문을 모르는 항의조의 울음소리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뭔가 눈에 보이기도 하니까...들리는 것과 함께 주변의 상황 변화를 조금씩  읽어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수저가 움직이는 소리나...텔레비젼 소리....우리의 작은 얘깃 소리 정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눈을 감고 있습니다. 아마 이제는....'이건  날 위협하는 소리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드나 봅니다. 이젠  웬만큼 큰 소리를 질러야 눈을 휘둥그레 뜨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밤새 자고 있다가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형민입니다. 이 날도 형민이는  일찍 일어나서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밥 달라는 시위지요...선화가 일어나서 젖병을 물렸습니다. 분유를 다 먹고 난 뒤에도 형민이는  놀아 달라고 하면서...제 새벽잠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전 40일 된 형민이를  데려다가 제 옆으로 데려 와 눕혔습니다. 못 움직이게 한 손으로는 형민이를 받쳐 두고....그렇게 잠을 청했습니다.

신기하게도 형민이와 전..그 날 아침...이런 식으로 단잠을 잤습니다. 나중에 보니...선화가 사진을 찍어 두었더군요...이렇게 형민이와 저는 부자의 정을 싹 틔우고 있습니다.

 형민이를 목욕시키는 것도 행사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선화 혼자 낮에 목욕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그래도 두 사람이 함께 형민이 목욕에 동원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목욕 대야와 작은 세수대야가 필요하지요...좀 뜨겁다 싶을 정도로  더운 물을 담아다가 안방으로 가지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선화가 형민이의 몸통을 잡고 머리만 목욕 대야 가까이로 가져다가 머리부터 감깁니다. 눈에 비누 안 들어가도록 조심해서...베이비 비누 조금 가지고 얼굴과 목....머리카락을 비빕니다. 이 때...형민이가 제일 많이 우는 편입니다. 눈에 비누가  조금 들어갔다든지...코에 물이 들어갔다든지...갑자가  머리에 물을 끼얹는다든지....뭐...그런 이유로 울어 대지요...

머리를 세수대야로 가져다가 행구고...이제는 아래 그림처럼 온 몸을 목욕 대야에 담구고 물을 뿌립니다.  이 때가 형민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인데..."히히..."하고 웃을 때도 있고...아무리 울더라도...이 때만은 뚝 울음을 그치고 아빠가 뿌리는 따뜻한 물의 촉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 아직 ...엄마 뱃 속 양수 속에 떠 있는 기억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비누를 가지고 몸 여기 저기를 깨끗하게 씻고 나면 ......"목욕 끝..."......형민이를 다시 세수 대야로 옮겨 행궈 내고 흰 목욕 타올로 닦아 주면 형민이 목욕 행사는 마치게 됩니다. 물론 전 할 일이 있지요......목욕이 끝난 대야들을 욕실로 옮기고 방안에 흘린 물을 닦아 내기 위한 걸레 제공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아기를 기르는 것은 많은 노력과 수고를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육체적 노동 뿐만 아니라 ....끊이지 않는 사랑을 붓는 작업입니다.

이 아이가 자라서....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사귀고...신앙을 가지고...또 다음 세대에게 믿음을 보이고....

참 하나님은 위대하십니다. 마침 저희 가정은 욥기서를 공부하는 중입니다. 어제는 엘리후가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얘기하는 말씀을 읽었습니다. 형민이를 기르는 요즘.....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제 하늘에서 빛나는 빛이 눈부십니다. 바람이 불어서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북쪽에는 금빛 찬란한 빛이 보이고 하나님의 위엄찬 영광이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하나님의 권능이 가장 크시니 우리가 전능하신 그분께 가까이 나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을 대하실 떄에 의롭게 대하시고 정의롭게 대하여 주십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하나님을 경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하는 사람을 무시하십니다." (욥 37:21-24, 새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