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르세요....

이제 결혼한 지도 1년 1개월이 지나갑니다. 소꿉 장난 같이 시작한 결혼 생활...벌써 시간은 이만큼 흘렀습니다. 선화와 가끔씩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몇 십년 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얘기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물론 1년이나 살았으니 지루하다...라는 말이 아니라...아주 오래 전부터 함께 지내온 부부처럼 이제는 자연스럽고 많은 기억들을 나누고 있음이 실감난다는 얘기입니다.

아직 소리내어 다투어 본 적은 없지만 작은..아주 미묘한 감정의 변화로 인해 당황한 적은 있습니다. 물론 아주 사소한 일이지요...그래도 우린 이런 문제들을 감추어 두려고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편입니다. 저 역시 될 수 있으면 선화와 많이 얘기하려고 합니다....병원에서 돌아오면 오늘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다 얘기해 주려고 합니다. 뭐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그 날의 감정이나 주위 사람들의 일들을 얘기하고...우리가 가진 희망이나 꿈들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하고...

가정 예배 시간 역시...두 사람의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기도 제목을 찾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할아버지가 입원하시고 난 뒤...우리의 기도 시간이 더 길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그래서 선화의 제안대로 예배를 드리고 난 뒤...기도 제목을 나누고 서로 각 방으로 헤어져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말씀을 읽은 뒤..선화의 생각을 들으면서 전...우리가 어떻게 가고 있는가를 되짚어 본곤 합니다.

지난 11월 19일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교회에서는 가족별 성가 경연대회를 개최하기로 되었고 저희 부부도 당당히 한 가정으로서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는 결혼한 지...한 달 남짓 되어서 이 행사가 있었는데...그냥 구경만 했었지요...아직 부부라고 나서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 해가 지나면 군복무 문제 등으로 교회를 떠나야 하기에 이번 해에는 꼭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자유곡 발표인지라.... 우린 먼저 곡명을 골랐습니다. 곡은 쉽게 선정되었지요...둘 다....주찬양 3집의 '사랑의 주님을'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곡은 제가 고등학교 때 열심히 부르고 좋아했던 곡들 중 하나입니다. 이런 곡을 부르면 언제나 이전 날의 따스한 추억을 돌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 주지요..선화 역시 학생 때...이 곡으로 친구와 이중창을 했다기에...우린 의기투합이 되어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이 곡의 앞부분...그러니까 도입부에는 남녀가 함께 하모니를 이루는 애드립이 먼저 나옵니다....문제는 그 부분을 제대로 해내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선화는 이 전에 불러 봤던 곡이라 쉽게 할 수 있었지만...전 곡 앞부분에 나오는 애드립은 늘 전주로 여기고 무심코 들어 왔기에...막상 그대로 해 보려고 했을 때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전 두 개의 대칭된 멜로디 중 아래 쪽의 Male part의 "pa - " 로 시작하는 멜로디를 따라 가야 하는데 그게...잘 되지 않았습니다. 금요일에 30분 정도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하고 또 하고....잘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이 과정이 참 즐거웠습니다. 결혼 후 선화와 제가 함께 그렇게 어이 없다는 듯이 많이 웃어 본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한 번씩 가정 예배 시간에 제가 찬송가 음을 다르게 내면 이상하다고 박장대소하든지 킥킥 거리든지 했지만...이번에는 정말 눈물날 정도로 웃으면서 즐겁게 연습했습니다.

나름대로 악보를 읽을 줄 안다고 생각하던 제가 그렇게 자꾸 박자를 못 맞춘다는 것도 웃겼고... 두 사람이 이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면서...어렵게 피아노 앞에 앉아 서로의 소리를 들어가며 안간힘을 쓰는 것도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다보니...우리가 함께 피아노에 앉아 노래를 불러 본 지도 두 달이 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첫 달은 선화의 출산과 함께 병원생활, 친정에서의 생활이었고...그 후로도 이 곳으로 와서 형민이에게 얽매여 사는 바람에 선화가 피아노에 앉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으니까요.....

형민이는 안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우린 오랜만에 함께 피아노에서 찬양하면서.....마치 막...신혼 생활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과 오렌지 맛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혼 후...13개월...늘 처음과 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겠지요...하지만 이렇게 가끔 피아노에 앉아 결혼 전 교제 할 때처럼....찬양하고 함께 화음을 넣어가며 노래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밀려 왔습니다.

결국 저희 부부는 서부산교회의 성가경연대회에서 2등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물론 주일 날에도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여전히 아래 부분의 멜로디를 제대로 해 내지 못했습니다. 심사 위원이나 성도님들이 눈치채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우린 태연히 찬양을 계속 이어갔지요....그런데 마지막 마무리 부분에서 다시 그 어려운 애드립을 구사하면서 마치게 되는데.....서로 얼굴을 보고 열심히 박자를 맞추다.....그만 "히..히.." 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성도님들도 뭔가 이상한 걸 둘이서 하다가 웃으니까 ....모두 즐거워 하시며 웃으시더군요...우린 아무리 해도 틀리길래 웃음을 참질 못했는데.......

하여간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열정이 있다는 것....새로운 것을 함께 만들어 보는 과정을 나눈다는 것....결혼 한 두 사람의 생활이 항상 즐겁고 생산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있어야 할...또 하나의 조건인 것 같습니다. 저희 둘은 결혼하기 전에도 많은 찬양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결혼 후.....가정 예배 시간은 물론이고 특별하게 서로가 부르고 싶은 곡을 정하고 .....또는 새로운 곡을 연습하면서...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왼쪽 사진은 주찬양 3집 악보를 놓고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선화입니다......선화와 피아노의 인연은 참 길지요...

초등학교 때 학교 합창부 반주로 시작해서....중학교 시절 개금교회 피아노 반주를 하기도 했고....결국 기독학생회에 들어 와서...피아노 반주자로 저와 처음 만나게 되어...이렇게 지금도 함께 피아노 앞에서 함께 찬양을 하는 부부가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