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보자기

옆의 사진은 태어난 지 35일 되는 형민이의 모습입니다. 11월 5일 주일부터 서부산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형민이는 벌써 교회에 3번이나 다녀왔습니다.

형민이를 교회에 데리고 가게 되면서부터는 주일 아침.. 우리 부부의 몸동작이 빨라져야만 했습니다. 보채는 형민이를 달래야 하기에 번갈아서 식사를 하고 세수하고 옷 입는 것도 한 사람이 먼저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형민이의 외출에는 많은 소품들이 동원됩니다. 내복에다가 겉옷을 입고...기저귀에다 분유를 넣은 젖병, 보온 물병..양말...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두터운 포대기입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졌기에 이 포대기로 형민이를 둘둘 말아서(?) 안고 가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이렇게 교회에 가면 형민이가 가만히 예배를 드리든지..자기만 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고 집에서 하듯이 보채고 소리내어 울기라도 하면 영아실이 따로 없는 우리 교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여간 방해가 되는게 아니라 그게 가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약간의 걱정을 가지고 교회에 처음 출석한 날....이게 웬일입니까? 두터운 포대기로 말아서 교회 의자에 누워 놓자마자 잠이 드는 겁니다. 예배 시간 중에도 그 흔한 이상한 소리 한 번 안내고 의식을 거의 잃은 채로 자는 겁니다.

출산 전에는 선화나 저나...다 성가대원이였지만...지금은 선화가 형민이와 함께 성도들 틈에 끼여 있습니다. 간혹 예배 시간 중에 형민이의 소리가 들리는가 싶으면 제 눈은 어김없이 그 쪽으로 향하게 되지요...조마조마 하면서... 하지만 형민이는 조용히 그야말로 조용히...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형민이는... 포대기에 싸이기만 하면 잠이 들기에 우리 부부는 이 포대기를 처음에는 '마법의 보자기'라고 불렀지요..그런데 교회가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마법의 보자기' 라고 하는 건 신앙인의 바른 언어 생활이 아니다 싶어...말을 바로 바꾸었죠...'성령의 보자기'로요....어쨋든 성령의 보자기에 싸이기만 하면 교회에서 별 문제없이 예배를 드리고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2번째 수요 예배 시간에도 고마운 성령의 보자기 덕을 톡톡히 본 우리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형민이를 데리고 예배 드려도 되겠다.....'

그런데 최근 성령의 보자기의 효력이 다 된 것 같습니다. 11월 8일..수요 예배 시간에 형민이가 눈을 번쩍 뜨는 겁니다. 그리고는 온갖 소리를 다 내면서 예배시간에 자신의 존재를 만 천하에 알리는 겁니다. 덕분에 전...형민이를 안고 교회 맨 뒤에서 서서..설교를 듣는 신세가 되었지요...밖에는 비가 주르르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수능고사가 있었던 날이거든요....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목사님의 설교 소리 사이로 갖난아이 울음소리가 비치는 수요예배 시간이었지요....

그래도 예배 시간이 마치고 모두들...형민이 옆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목사님도 안으시고 교회당을 걸으셨습니다. 너무 어린 아기를 데리고 수요 예배에 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도....계속 형민이와 예배 드리러 교회에 나올 생각입니다. 뭐...옛날 갖난 아기 사무엘도 뭐...제대로 알고 성전에서 지냈겠습니까?.... 형민이도 늘 교회 울 안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엉금 엉금 뽕나무 위에.....

 형민이가 요즘은 밤에 덜 울고 잘 자는 편입니다. 아마 이제... 학장동 집에서의 생활이 적응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요....그래도 초저녁부터 자정까지 뭐가 불만인지 울 때가 제법 있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아빠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전 아기가 막 울어대면 솔직히 조금 짜증날 때가 있습니다. 기저귀도 괜찮고 분유도 방금 먹었는데도....잠이 들려고 할 무렵에는 막무가내로 울 때가 있지요...

그런 때를 여러번 겪다보니 몇가지 방법이 생겨났습니다. 이유없이 형민이가 울 때 응급조치는 일단 기저귀를 벗기는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형민이는 기저귀를 아주 싫어하고 기저귀를 벗겨 놓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마 자기 몸에 뭔가가 걸쳐 있는 것이 싫은가 봅니다.

하지만 엄마는 형민이가 아무리 울더라도 옆에서 다독거리고 안아 주고 붙어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아기라는 점이 엄마로 하여금 더욱 수용하고 참아내는 무조건적 사랑을 만들어 내나 봅니다.  선화가 형민이를 즐겁게 해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따뜻한 볕이 들어오는 거실에 눕혀 놓고  두 다리를 잡고 자전거 타듯이 움직이면서 "엉금 엉금 뽕나무 위에..키 작은 삭개오...." 노래를 불러 주는 겁니다. 이 노래 혹시 아십니까? 몇 년 전 여름 성경학교에서 히트친 노랜데..."엉금 엉금 뽕나무 위에... 키 작은 삭개오... 예수님이 부르셨어요... 외로운 삭개오.... 오늘은 너희 집에 쉬어 가리라..... 예수님이 고맙습니다.... 즐거운 삭개오..." 형민이는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합니다. 한 달도 안 되었을 때부터 양손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요즘도 잘 때는 꼭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자지요....팔과 다리를 쭉 뻗고 힘을 주면서 얼굴을 달아 오르게도 하고...하여간 팔다리가 가만히 있는 걸 싫어 합니다. 가만히 누워 있는 것도 싫어 하지요...아마 등이 땅에 닿는 것이 싫은가 봅니다.

아기가 울 때는 힘들고 어렵지만 ....삭개오 노래에 맞춰 다리를 가위질 하며서 웃어 대는 형민이를 보고 있으면 못마땅한 마음이 눈녹듯 사라집니다. 이게 부모의 마음인가 봅니다.

 요즘은 가만히 누워 있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진처럼 어깨에 걸쳐 가지고 거실을 왔다갔다 합니다. 선화 머리 위로 보이는 모빌이 보이십니까? 아직 형민이는 저게 모빌인지...아니 움직이는 건지..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모빌 보다는 그 위에서 여전히 빛을 내고 있는 광등이를 더 좋아합니다.

 

 근육맨..... 

형민이가 자는 모습입니다. 형민이는 절대 천장을 보고 반듯하게 누워 자지 않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그렇게 자지 못합니다. 저희들이 항상 머리를 옆으로 돌리기 때문입니다.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항상 아기 머리를 옆으로 할 것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생각하고 계시거든요..그래서 저도 갖난 아기 때부터..계속 옆으로 보고 자고... 엎드려서 머리를 옆으로 해서 잤다고 합니다. 지금도 전 바로 천장을 보고 자지는 않습니다. 제일 편한 자세는 심장이 바닥에 붙도록 엎드려서 머리를 옆으로 해서 잘 때입니다. 그 때가 제일 안정되거든요...

형민이도 할아버지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 머리를 옆으로 하고 자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머리 모양도 예뻐지고....공부도 잘한다나요(할아버지의 의견임)......

 형민이가 입고 있는 옷...보이시죠...처음에 형민이는 조그만데 옷은 엄청나게 커서 입혀 놓으니까...정말 장난감 같더군요...사진에도 그렇게 나왔는데 마치 온 몸에 근육이 불긋불긋 솟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나요? 실제로 옆에서 보면 더 실감이 나는데.....

선화와 전....이걸 보고 '근육맨' 이라고 부릅니다. 형민이는 옷을 입으면 근육맨이 됩니다. 손과 발은 옷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근육맨 형민이는 이 옷을 입고 교회에도 가고....부민동 본가에도 갑니다. 요즘 같이 으시시하게 추운 날씨에는 근육맨으로 여기 저기 다니는게 안전하거든요.....

 

 이건 공개하기 좀 곤란한데....

40일 된 형민이는 낮에는 선화와 함께 지냅니다. 제가 출근하고 나더라도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새로 생긴 큰 변화 중 한가지입니다.

원래 집에 혼자 있다보면....점심 챙겨 먹는 것도 힘들고...이것 저것 해 보아도 별로 신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사람이라고 형민이가 옆에 있기 때문에 선화의 낮 생활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훨씬 바빠진 거죠....인터넷을 사용하려고 형민이 모르게 살짝 작은 방으로 갔다 하더라도....이내 누군가가 자기 옆에 없다는 것을 직감한 형민이의 울음소리가....컴퓨터를 떠나게 만든답니다.

형민이 얼굴 보고...함께 놀아 주다가...형민이가 잠들면 옆에서 깜빡 잠이 들고...그러니까 형민이 하나.. 바라보고 사는 겁니다.

옆의 사진이 생후 40일 된 아이 같아 보입니까? 좀 공개하기 힘든 하반신 노출 사진입니다. 뭐....나이가 어리니까...예쁘게 봐 주세요...나중에 형민이가 커서 보상해 달라고 하면...뭐라고 할까 생각 중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네가 하도 울고 보채고 하는 바람에 우리가 너무 고생했거든...그래서 이건 그 대가를 치루게 하는 거다...."

 

 여기를 보세요..... 

이제 마지막 사진입니다. 사진기 속에 든 필름을 다 찍어야만 현상하기에...형민이 사진은 이렇게 한꺼번에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몇 가지 비밀스런 사진이 있긴 한데...차차 공개하기로 하겠습니다.

보름 전과는 달리 이제...많이 사람처럼 보이는 형민이와 학장도 집에서 미운 정(?<--너무 울면 미워짐) 고운 정 다 들면서 살고 있기에....

형민이를 떨어져 있으면 한 번씩 눈앞에 형민이 모습이 아른거리기도 합니다. 제가 안아 주면 항상 머리를 뒤로 젖히고 광등이를 보지만  ........이 날은 사진기를 뚜렷이 쳐다 보고 있네요.... 아기가 함께 있다는 건 ...분명히 기분 좋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