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민이를 보면서.... (출산 후 17일...)

선화와 떨어져 지낸 지...벌써 2주가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매일 처가집에 가서 선화와 형민이를 보고 그 곳에서 자고 오기도 했었지만 요즘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방문합니다.  처음 한 두 번..... 처가에서 아기랑 선화랑 자고 바로 출근한 적이 있는데....그런 날은 하루 종일 잠이 오고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습니다. 밤에도 여러 번 우유를 달라고 울어 대는 형민이 때문에 잠을 설치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동료들이 아기 때문에 한 숨도 못잤다고 푸념하는 것을 들어 왔는데...그게 어떤 기분인지 요즘 잘 알게 되었습니다.

형민이는 더운 걸 싫어 합니다. 그래서 아파트에 난방 들어오는 걸 못 참습니다. 출생한 지 이틀째....부민동에서도 이불을 따뜻하게 덮어 주었더니...목과 얼굴에 빨간 반점이 올라오고 물집이 생겼었습니다.  이불을 없애고 시원하게 해 주면 이내 가라앉는 걸 보면 온도에 민감한 가 봅니다. 처가에 간 이후로도 산모인 선화는 따뜻한 방에서 땀을 내고 있지만....형민이는 더운 걸 싫어해서 시원한 곳에 눕혀 놓습니다. 혹시나 잘못해서 공기가 더워 지면...곧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땀을 송글송글 흘립니다. 아기들은 다... 따뜻하게 해서 키운다는데.....이것도 아버지를 닮은 모양입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집안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더운 걸 못 참지요... 전.... 최근까지도 반 팔 옷을 입고 다니고..겨울에도 창문을 열어 두고 자야 합니다. 아무리 춥더라도 공기가 잘 통해야 편안한 감을 느끼고...햇볕이 내리 쬐는 것보다 비가 와서 온도가 내려 가야 쾌적해집니다.....확실히 형민이는 제 아들이 맞는 모양입니다.

형민이는 남양 분유에서 나오는 [아기사랑[을 먹습니다. 보통 아기들이 분유 맛을 알게 되면...모유를 잘 안 먹는다고 하더군요...또 젖병의 젖꼭지를 빨게 되면 엄마의 젖꼭지를 좀처럼 빨지 않는다고 합니다. 좀 더 달고 좀 더 먹기 편한 것을 알게 된 아기들은 힘든 걸 싫어하기 때문이랍니다....그런데 형민이는 분유도 잘 먹고 모유도 잘 먹습니다. 선화의 모유는 양이 좀 작습니다. 형민이가 열심히 젖꼭지를 빨아도 양이 충분히 나오지 않습니다.  나머지 양은 분유에 의존하고 있지요....  이렇게 분유와 모유를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아기는 성격이 좋다고 하는데...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사실이라면 이것도 아버지를 닮은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옆에서 소리가 나는 것에 잘 반응하지 않던 형민이는 요즘 소리가 조금씩 들 리는 모양입니다. 한 달이 되어야 귀가 완전히 열리고 눈이 제대로 보이게 된다는 건 얘기드렸지요? 한 달이 되기 전까지 형민이가 보는 것은 흑백이고....빛에 대해 반응할 뿐이라고 합니다. 3주가 넘어가면 제대로 듣고 보게 되지요......처음에는 눈을 뜨고 어딘가를 쳐다 보아도...마치 넋이 나간 처럼 눈동자를 맞추기가 힘들더니...요즘은 제법 제 눈을 바로 주시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두 눈동자의 움직임도 원만하고.......이런 아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참 신기한 것이 생명입니다.

아기의 눈운 절 닮았습니다. 눈꼬리도 쳐지고....하지만 눈동자는 선화를 닮은 것 같습니다. 눈동자가 크기 때문입니다. 결혼한 후에도 선화의 눈을 보고 한 번씩 "무섭게 크다" 라고 얘기했었는데....우리 아기 눈동자도 큰 것 같습니다. 무서운 사람이 또 하나 생긴 셈이지요....

우리 아기라고 생각하니 ....이것 저것 궁금하고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코나 입이 앞으로 예쁘게 될지? 피부색은 어떨지? 키는 클지? .....이 모든 것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만드실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만들어 주신 것을 감사히 받을 뿐입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사실입니다.

오랜 만에 방문하신 숙모가 6개월짜리 유아를 위한 책도 있다고 말씀하신 이후로...우리 아기에게 어떤 책들을 사 줄까?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물론 성경도 읽어주고 짧은 동화도 읽어 주어야겠지요.....좀 더 나이가 들면....저의 어린 시절...기억에 남아 있는 책들을 권해 줄 생각입니다.  그게 어떤 책이냐구요?

제 기억에 남아 있는 책 제목은 '우리의 민화' 였습니다. 멋이나 치장이 하나도 없는 감청색의 표지를 가진 딱딱해 보이는 책이지요..그림도 하나 없고.....민화? 여기서 말화는 민화는 그림이 아니고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 책의 내용은 우리가 흔히 아는 황희 정승이나 이지함...사명대사...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 책을 보면서... 어린 제게 익숙하지 않은 조선시대 때 벼슬이름이나...용어들을 처음 접했고....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전 세상을 떠 올렸던 기억이 지금도 분명합니다.

우습지요? 아직 1달도 안 된 아기를 두고.......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온갖 책들을 다 떠 올리고 있습니다. 부모의 욕심이 벌써부터 생기는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선화와는 피아노를 가르치기로 잠정 합의를 본 상태입니다. 형제라고 하더라도....피아노를 연주할 줄 아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타도 가르치고...드럼도 가르치고.....이러다가 아이가 뭐가 될러나.....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고개도 못 드는 아기를 두고 생각만 뭉게뭉게 피어 납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어떻게 키울지 고민하는 것..........모든 것이 처음입니다. 정작 형민이에게 가 보면 그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고 있고 가끔씩 눈을 떠서 보채기만 하고 젖을 먹고 이내 다시 잘 뿐입니다. 그리고 자면서도 ...가끔씩 이상한 소리를 내서... 신경을 쓰게 만들지요.....

이제 열흘만 더 있으면....형민이를 데리고 교회에 갈 생각입니다. 아기가 밖에 나갈 수 있게 되면 예배 드리는 걸 먼저 훈련시킬 생각입니다. 자유롭게 키운다고 떠드는 걸 그냥 둘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나님 앞이라는 의식이 들도록 가르칠 생각입니다. 가정 예배를 드릴 때도 ...좀 더 자라....유치부에 다니더라도 "하나님이 너를 구원하셨다...그래서 넌 그 분께 예배드려야 한다." 라고 말하며 교회에 보낼 생각입니다.

또 하나의 하나님의 백성으로 태어 난 이 아기가  하나님을 참 기쁘시게 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사용해 가르치고 싶습니다. '자식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지만.........'  우리 가정에 맡기신 이 하나님의 백성이 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끼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하나님이 하시는 것! ......나의 욕심이 너무 앞서 가는게 아닌가.....자칫 교만해진 마음인가 싶어....가슴이 움츠려 듭니다.

하나님....긍휼을 베풀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