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332일 째...

민족의 명절인 추석입니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빚어진 의료사태로 인해 병원에 출근하지 못하는 전공의 부부에게도 추석은 찾아왔습니다.  작년 추석까지는 처녀,총각으로 보낸 추석이었지만 한 해 사이에 입장은 바뀌게 되고.....올해부터는 병아리 부부의 추석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공의 사직투쟁이 두 달째 계속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게 분명한 모양입니다.  매사에 서두르게 되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 보이는 증상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이 흔들리고....자동차 운전 때에도 필요 이상으로 서두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피곤해 지고.....그러고 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제가 받는 충격도 큰가 봅니다. 여러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토론을 하고 대화할 때에는 이번 사태를 맞는 나의 굳센 결의을 펼쳐 보이지만 어떨 때는 어린 아이와 같이 퇴행해가는 상처받고 있는 내 맘을 봅니다.

무엇보다 언론을 비롯한 사회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이번 의료 사태를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 로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때에는 이번 사태에 미온적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하긴....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다 싶지만 그래도 진실을 봐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이번 일이 우리 나라 국민의 건강권 확보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리지 않는 일부 매체들의 직무 유기도 한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추석은 찾아왔습니다. 병원에 두달째 출근하고 있지 않지만 저번 달 월급도 나왔고 이번 달 월급도 나올 예정입니다. 추석 보너스에 선물세트까지 배달되었습니다. 병원장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보직 교수님들은 전공의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기에 우리를 밀어 주고 있는 병원에서 전공의에게 압력을 가해 올 것은 만무한 일이고.....어쩌면 이번 사태는 더욱 장기화 되어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길로 접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전공의 사직 투쟁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하고 있지요...여타 다른 노조 활동처럼.....현재 폐업을 하고 있는 곳은 대학병원과 같은 3차 병원뿐입니다. 물론 대형 병원 전공의들도 가담하고 있지만 그런 곳의 전공의 의존도는 아주 낮은 터라.....사실상 대학병원 외에는 정상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부산의 침례병원, 메리놀병원, 대동병원, 봉생병원, 일신병원 같은 2차 병원들은 정상 진료를 하면서 대학병원의 진료 공백을 메꾸고 있지요... 그래서 대학병원의 외래환자들은 1,2차 병원으로 분산되어 진료 받고 있는 셈입니다.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대학병원에 남아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입원 환자들은 교수님들이 돌보시고 계십니다. 며칠 전에 가보니까 입원 환자들이 많이 줄었더군요....유일하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질병의 특성상 대학병원에서 대부분 치료받게 되는 암환자들인데 전공의 사직투쟁이 2달째에 접어들면서 사태가 장기화 되자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추석이 끝난 후 암환자 진료 전담반을 교수, 전임의 선생님들과 구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를 계속 압박하기 위해 전면 파업보다는 현재와 같은 전공의, 교수,전임의,학생 들이 주도하는 투쟁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내부의 생각입니다. 이것이 국민여론이나 일반인들에 끼치는 불편을 최소로 하면서 우리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죠....만일 개원가를 포함한 전면 파업을 강행한다면 언론 매체의 마녀사냥식의 대대적 반대와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의견 표출로 인해 지난 번 1차 폐업 때와 같이 오래 견디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의료개혁의 아무런 청사진도 보지 못한 채 어렵게 시작한 투쟁을 접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전공의들이 암환자도 치료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돌보고 있는 전공의 참의료진료단을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철수시키면 안된다고 주장하며 추석연휴를 맞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무료진료를 병행하는 홍보활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의약분업과 관련하여 의료계에서 제시하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의 내용은 what's new?의 아이템 박스에서 의약분업을 click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고 있지 않다는 여론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1만 6천명의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의사의 1/4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전공의와 대학병원, 의대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쟁이 보건복지부와 정부에게 우리가 주장하는 의료개혁의 정당성을 받아들이게끔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과거의 의료계의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의료계의 유일한 순수 집단이고 게다가....가진 것이 별로 없어서 잃을 것도 없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 걸고 참된 것을 주장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미래에 대한 꿈만을 간직한 젊은이들입니다.  따라서 이번 전공의 선도 투쟁으로 빚어진 의료 사태는 대한민국 의료 개혁이 보장되지 않는 정부의 미봉책이나 일시책으로는 결코 매듭지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개업의들은 오히려 전공의들을 보면 "이제 그만하면 됐다. 그러다가 군대 잡혀가면 어쩔래.....너거만 다친다..." 라고 말하지만 애시당초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천원 더 받자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정부의 의료보험재정 50% 부담약속 실천, 약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의사의 고유한 진료권 수호 등의 구조적인 한국의료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나왔기에 전공의들은 이 일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다시 추석 얘기를 해야겠군요....결혼 후 추석 전날 저녁은 본가에서...추석 저녁은 처가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녁 뉴스 시간에 추석을 맞는 각지의 풍경이 소개되던군요...뉴스는 내용 중에 번화한 도심과 사람들로 가득찬 영화관 앞에서 젊은이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내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이 "아침에 음식먹고 친구들과 만나 영화보러 나왔어요....."하고 신나게 얘기하는 화면이 나오더군요. 선화가 부럽다는 듯이 얘기했습니다. "좋을 때다...조금만 지나봐라....이제 결혼하고 집안 일에 묶이면 친구들과 영화보러 다니는 추석은 끝이다.....많이 놀아라....."

이전까지 추석에는 친구들과 만나 각종 스포츠(볼링,탁구,당구)와 영화를 즐기고  늦게까지 즐거운 얘기로 보내면서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은 아주 적었는데....결혼을 하고 나니...이게 웬걸....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합니다. 선화는 매 끼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저도 집 밖을 나갈 수 없습니다.  처가도 방문해야 합니다. 그래도 우리처럼 본가에서 나와 살고 있는 신혼 부부는 좀 나은 편이겠지요...만일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며느리라면 결혼 후 맞게 되는 추석은 처녀 때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보내던 추석과는 너무나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말겠지요....

결혼한 지 332일째입니다. 결혼한 지 추석은 처음 맞지만 이미 설날도 지내 봤고 여동생의 결혼식도 치뤘고 아기도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1년이 채 안된 시간이지만 모든 것이 변하고 변했습니다.

어젯 밤 선화는 꿈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때로 돌아갔었다고 합니다. 꿈에서 본 담임 선생님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 얼굴이었다는군요..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꿈을 꾸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옆에 웬 남자가 누워 있더랍니다. '.....이게 뭐지......(잠시후) 그래 나...결혼했지'  아직도 이런 일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아직은 신혼인가 봅니다.

이제 익숙한 부부로 살아가지만 서로가 가진 차이점은 여전히 있습니다. 여기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전에 쓴 몇 가지 결혼 이야기 중에도 차이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적어 보았습니다.

구분

항목

                                선화

                              성훈

먹는 것

포도 먹는 법

포도 알채 그대로 먹기 때문에 빨리 먹을 수 있다. 때로는 통째로 그대로 입에 넣었다가 껍질만 내놓는다. 절대 씨를 안 뱉는다(신기함)

포도껍질은 절대로 입에 넣지 않고 포도알만 먹는데 반드시 씨앗을 미리 적출해서 뱉어낸다. 속도가 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냉면 선호도

비빔 냉면 선호

물냉면 선호

반찬 선호도

콩나물 무침, 멸치 조린 것 등 마른 반찬을 선호. 요즘은 버섯반찬을 자꾸 내놓고 있음. 계란, 마이가린 등은 별로 좋아하지 않음.

계란이나 손이 많이 가는 국물이 있는 반찬을 좋아함. 된장찌개를 아주 좋아하고 항상 나물 많은 국을선호함. 밥에 마아가린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함

보온밥통관리

보온밥통에 하루 이상 더운 밥이 있는 것을 못 보는 스타일. 하루 이상 지나갈 것 같으면 여지없이 밥을 다 퍼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때 다시 쪄서 내 놓음

보온 밥통에 밥을 계속 넣어 두자고 주장함. 냉장고에 밥을 넣어 두었다가 다시 데우면 영양이 떨어질 것라는 이론도 가지고 있음

야채 샐러드

마요네즈에 식초를 약간 넣고 드레싱을 만들어 내며 스스로 맛있다고 얘기하고 먹기를 강요함.

야채 샐러드 자체를 좋아하지 않음

도토리 묵 

도토리 묵을 가끔식 사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 날에도 내 놓음

도토리 묵을 잘 안 먹음

식사법  

골고루 먹음 

입에 맞는 음식 몇 가지를 집중 공략한다고 지적받고 있음. 김치의 경우 다른 김치가 있어도 배추김치만 고집하고 잡곡밥보다 쌀밥을 좋아함

입는 것

옷 벗어 놓는 법

안방 함 위에 벗은 속옷을 그대로 두는 경향이 많음. 항상 남편이 옷장 안에 던져 넣고 있음.

양말을 벗을 때 항상 뒤집어 놓는 버릇이 있음(최근 선화의 조언으로 고쳐 나가고 있음)

남편의 패션

가끔씩 색깔 있는 T-셔츠를 입기를 권유하고 있고 가을이 되면 잠바를 입길 원하고 있음. 겨울이 되면 바바리 코트나 무스탕을 입기 원함

아저씨 같아 보이기 때문에 잠바 입는 것을 싫어함. 대부분 흰색 면 T 아니면 와이셔츠 같은 남방을 입고 다님. 겨울에 바바리 코트를 잘 안 입는데 이는 거추장스럽기  때문이고 무스탕을 안 입는 이유는 괜히 부티나게 입는 것 같아 미안해서 안 입는 것임.

아내의 패션

정장 바지 스타일을 좋아함. 처녀 때부터 캐리어 우먼 스타일의 편한 옷을 선호함. 청바지도 좋아함

선화가 치마를 입기를 원함. 바지를 입더라도 정장 형식이어야 하고 청바지는 결사 반대.

아내의 화장

집에 있을 때는 화장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눈 밑 주근깨도 별로 신경 안씀. 입술 루즈는 간혹 빨간 걸 칠하려고 함. 화장은 자기 만족이라고 고집함.

자외선에 노출되어 주근깨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여름철에도 집안에서도 화장을 하고 있는게 좋다고 생각하며 입술 루즈는 아주 연한 색을 고집함

물건 사기

 

기본 자세

 

일단 매장을 전체적으로 한 번 돌아보고 두 세가지를 앞에 두고 몇 분간 들었다 놓았다를 계속해야 함.  혹시 예정이 없더라도 어떤 물건이 있는지 둘러 보길 좋아함

필요한 물건이다 싶으면 그대로 장바구니에 담는 스타일, 방황하는 것 같아 E-마트 같은 큰 매장 쇼핑하는 걸 싫어하고 그런 곳을 다니면 다리도 아프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는 편. 그래서 남포동 농협을 선호(작지만 있을 건 다 있기 때문)

생활방식

설거지

설거지를 하고 나면 그릇에 물이 다 마르도록 싱크대 위 선반에 그릇을 엎어 놓음

설거지를 끝낸 그릇이 여기 저기 엎어져 있는 것을 싫어해서 아무리 높은 위치의 그릇장에라도 설거지를 하면서 그때 그 때 일일이 자기 자리에 쌓아두어야 함

독서 및 공부

책상위에 자기가 보고 있는 책을 쌓아두길 좋아함. 그렇게 책이 흩어져 있어야 사람 냄새가 난다고 얘기함

잘 알려진대로 책상위에 책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을 정말 싫어함. 지금 당장 보고 있는 책이 아니면 반드시 책장에 꽂아야 함

머리 감기

항상 샴퓨로 머리를 감고 있음

항상 비누로 머리를 감고 있음(선화의 집요한 요구에 의해 한번식 샴퓨로 감고 있지만 손이 미끌미끌하고 머리카락에 샴퓨가 남는 것 같아 개운하게 비누로 감는 게 더 좋음)

수면시간

제 시간에 맞춰 자기를 원하고 적어도 8시간은 숙면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함. 잠이 많다고 남편이 얘기하면 자신이 잠이 많은 게 아니고 아기가 잠이 많아서 자는 거라고 꼭 얘기함.

할 일이 있으면 다 하고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함. 잠에 얽매이지 않기에 일을 끝내고 새벽 4시에 자기도 함. 홈페이지 관리도 포함됨..... 

유전형

혈액형

A형

B형

 

이렇게 다른 부부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참고로 위 표의 음식 부분은 선화의 입김이 더 많이 작용해서 적어진 것임을 고려해 주세요... 사실 전... 뭐든지 다 잘 먹거든요.......(잠시 후)....그래도 좀 선호하는 게 있는 건 사실입니다....선화는 제가 음식에 대해 까다로운 편이라고 얘기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절 키우시면서 제가 뭐든지 다 잘 먹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다르지만 사이좋게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사실 서로 다른 면도 있지만 ....서로 인정하면서 북돋아 주면서 살고 있습니다......생각해 보면 저희 결혼 생활에서 서로를 강하게 엮어주는 큰 힘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하나님을 향해 두 사람이 가지는 공통된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하나님을 사랑하고 찬양하는 일에 하나가 되어 있기에 밥먹고 잠자고 출근하면서 사는 이 모든 일에서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그렇기에 가끔씩 찾아내는 조그만 차이점에도 서로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어지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 때문입니다.......사람들이 나누는 사랑은 한계가 있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계산할 수 없이 크시기 때문이지요.......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추석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부터 다시 병원으로 출근(?)합니다. 전공의 투쟁이 길어지면서 올해 전문의 시험이 제대로 치루어질지 미지수지만....나중에 전국적인 전문의 시험 거부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때 할 일이고...일단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기에..... 찬 바람이 부는 지금........시험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내부 결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다행입니다. 거의 두 달동안 집에 있다보니 앞에서 말한 각종 후유증에 시달렸는데....이제 아침 먹고 어디에 출근할 곳이 생겼으니...훨씬 삶의 질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시간은 빨리 흘러 갑니다. 남북한 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걸 보면서.....흐르는 시간을 실감하면서 .....자주 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어떤 삶이 가장 값진 삶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답답한 현실 속에 있지만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를 준비시켜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늘 자문해 봅니다. 이제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들을 그리면서 ......아직 교만하고 부족한 날 보면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다시 재촉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