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5주.....

내일이면 선화가 임신 만 35주가 됩니다.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조산 및 저체중 출생아의 위험은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될 시기가 되어 갑니다. 만일 35주 이전에 분만하게 되는 경우 폐미숙으로 인해 유리질막증이라는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임신 34-35주 사이에 태아의 폐에서 생기는 호흡을 돕는 계면활성제(surfactants)의 증가가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보건 기구는 임신 기간이 37주 미만인 경우를 미숙아 또는 조산아라고 정의하고 있고 교과서적으로는 출생시 체중이 2500g 이하일 때 저체중 출생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아기가 선화 배 안에서 바깥 세상을 향해 두드리는 위치가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심와부로 뭔가 둥근 물체가 치밀고 올라오기도 하지만 오른쪽 상복부에 딱딱한 뭔가가 툭 밖으로 삐져 나오기도 하고 .....아랫 배 깊숙이 딱딱한 뭔가가 만져지기도 하고....배도 요즘 들어 훨씬 많이 나오고 있고...무엇보다 몇 일전부터는 선화가 걷는게 힘들 정도로 배가 무거워 졌다고 얘기합니다. 밤에는 선화보다 먼저 깨어서 한 참 뱃 속에서 두드리고 놀다가 잠들기도 하는 아기는 안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선화는 지난 7월 21일에 마지막 산전 진찰을 받았습니다. 원래 산전 진찰은 임신 7개월 말까지는 4주에 1번, 임산 8-9개월에는 2주에 1번, 임신 10개월에는 매주 진찰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난 7월 21일이 28주 즉, 7개월 말이었으니까 그 후로는 적어도 2주에 1번 진찰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 6주동안 진찰을 받지 못했습니다. 왜냐구요? 병원이 폐업 중이기 때문입니다. 선화가 산전 진찰을 받고 있는 분은 부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기형 전임의 선생님이신데 전공의가 병원을 나온 뒤 얼마 후 전임의 선생님들도 병원을 나오셨기 때문에 선화의 진찰을 담당하고 계시던 선생님이 안 계신 겁니다. 물론 따로 연락해서 진찰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병원 진료가 안 되는 상황에서 편법 진료를 받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병원이 정상화되길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선화와 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아의 자세(태위)였습니다. 지난 28주까지 우리 아기의 자세는 바로 서 있는 자세(둔위 태위, breech presentation)였습니다. 쉽게 말해 아기가 나와야 하는 산도 입구에 아기의 발이 놓여 있는 상태였습니다. 정상 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아기의 머리가 산도 쪽으로 나와 있어야 합니다(두부 태위, cephalic presentation). 그렇지 않다면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태아와 양수의 비율을 보면 임신 32주까지는 양수의 양이 태아에 비해 많으므로 자궁 내 태아가 꽉 차지 않으나 임신이 진행되면서 양수의 감소와 태아의 성장에 따라 자궁 내부는 태아로 거의 채워지게 되며 이 때 자궁의 형태에 따라 태위가 결정됩니다. 대부분 여성의 자궁 형태는 배모양(piriform shape)을 하고 있기에 임신 말기에는 96%정도가 두부 태위를 취하게 됩니다. 선화의 경우는 당시 임신 28주라 아직 아기가 거꾸로 자세를 취할 여지가 있었으나 지금쯤 아기가 태위를 결정하고 있을 시기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제왕절개수술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화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수술 후 합병증도 더 흔하고 수술 후에는 이전처럼 몸이 돌아오지 않는데다가... 한 번 제왕절개수술을 하면 이후 계속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태아와 모체가 심각하게 위험하지 않다면 정상 분만을 할 생각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제왕 절개수술의 원인 중 20%가 임부가 통증을 두려워해서 요구하기 때문에 시행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태위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대학병원은 찾아갈 수 없었고 그래서 삼촌이 하고 계시는 김해 가야 산부인과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그림이 3차원 초음파로 본 아기 얼굴입니다. 35주가 된 우리 깜빡이가 입 앞에 손을 얹고 가만히 있는 모습입니다. 초음파로 예측한 현재 체중은 2350g정도로 나왔습니다.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심장도 힘차게 뛰고 있고 몸도 나이에 맞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기의 태위는 두부 태위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선화와 전 그 말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비록 96%가 임신 말기에는 그렇게 자세를 취한다고 해도 우리 아기이기에 혹시나?.....하는 생각이 있었는데....걱정은 쉽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특별히 체중이 11Kg정도 증가하게 됩니다. 아기무게, 태반, 양수, 증가된 모체 혈액, 유방....뭐 이런 것들로 인해 증가되는 것이지요...비록 몸은 무겁고 힘이 들어도 선화는 전보다 훨씬 튀어나온 배를 보며 "아기야..아기야...빨리 나온나...." 이러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출산할 때 생길 고통을 생각해 보고 걱정하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선화와 저도 아기가 뱃 속에서 커가는 것을 신기한 듯이 지켜 보고 있습니다. 생명이 이렇게 시작되고 자라가는 것을 볼 때 경이롭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누가 이 아기를 키우고 있을까요? 누가 이 아기를 거꾸로 뒤집게 하고 손발을 나부대게 할까요?

하나님이 태중에서 우리를 지으시고 창세전에 지명하여 부르신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아기가 어떻게 될까? 걱정을 하지만....유한한 인간이기에 걱정할 뿐...우리 하나님은 아기가 태어나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하나님 자녀로 영광 돌릴지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아기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청지기일 뿐입니다.

선화는 어제부터 삼촌 산부인과(김해 가야산부인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간호사 인력이 갑자기 부족한 바람에 며칠간만 그 곳에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선화가 어디서 근무하고 있는지 아시면 좋아하실 겁니다. 바로 신생아실입니다. 어제도 가 보니까...오늘 태어 났다는 아기 5명이 나란히 누워 막 울고 있더군요...어제 태어 났다는 아기가 우니까 선화는 분유를 타 먹입니다. ..능숙하게...오늘 태어난 아기는 금식(NPO)이라면서 굶기고 있고.....눈도 못 뜨고 불빛 밑에서 울어대는 빨간 신생아들 틈에서 선화는 좋아하고 있었습니다...간간히 들려오는 산모의 진통 소리에 가슴 졸여 하면서도 울고 토해내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신생아들 틈에서 선화는 태어날 우리 아기를 기다리는가 봅니다....방금 또 선화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오빠....쌍둥이가 태어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