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사 계곡을 다녀 와서...

지난 8월 28일 월요일..... 내원사 계곡을 다녀 왔습니다.  병원이 문을 닫고 환자의 불편이 가중되는 이 때, 놀러 다녀서 되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요즘 같이 정부 당국에서도 현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마당에.... 장기적인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투쟁(?)으로 인해 저희 가정이 지치거나 걱정에 빠질 우려가 있기에....  현 상황을 즐거운 투쟁으로 환기시키기 위해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면서 여유를 가져야 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내원사 계곡으로 정한 것은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결혼 후 늘.... 부산에서 가깝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내원사 계곡 같은 양산 일대의 명승지를 가보자고 선화에게 얘기하곤 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처지였기에 한 달이상 되는 값진 시간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에 감사(?)하는 맘을 가지고 이번 기회에 떠나 보기로 했습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가슴이 설레이는 법입니다. 선화는 종이 가방에 집에 있는 포도 몇 송이, 사과, 수건으로 싼 얼음물, 사진기, 지도 등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집은 사상구 학장동입니다. 양산으로 가려면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집에서 나와 낙동로를 지나 구포를 거쳐 화명동, 금곡을 거쳐 언양, 경주로 통하는 35번 국도를 타고 양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교회에서 단합회를 내원사 계곡으로 갔었던 기억은 나지만 어떻게 갔었는지 잘 기억 나지 않고.....양산이 부산에서 가깝다고는 하지만 운전하면서 내원사 계곡 등지에 가 본 적이 없어... 집에 있는 커다란 관광 지도를 펼쳐 놓고 지켜 보다가 .....21세기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 검색을 시행했습니다.

야후 코리아에서 내원사 계곡을 검색하니까...많이도 나오더군요...그 중 경남 양산시에서 관광 자료로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것들이 유용했고 부산에서 어떻게 내원사 계곡을 찾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양산으로 올라가는 35번 국도를 타고 계속 달리면서 우린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또 경험했습니다. 금곡까지 부산 지하철이 잘 놓여져 있고..... 금곡을 지나면서부터  좌우에 푸르게 펼쳐진 들판이 보이고 줄이어 서 있는 산봉우리들이 우리를 지나가더군요....낙동강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셈이니까...작은 강줄기들과 강주변을 나는 흰 새(도대체 이 새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학인가? 백로?) 들도 볼 수 있었지요...

어느 덧 국도는 양산으로 접어 들고 있었고 공단지역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위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신북정면까지 계속 공단지역입니다. 그렇다고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쇠소리가 들 리는 그런 공단은 국도변에 없었고 왼쪽의 강가와 산아래 쪽에 공장 굴뚝들이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어딘가에 이르니까 사탕과 캬라멜 향이 많이 풍기더군요...그래서 여기가 어딘가 하고 유심히 봤더니 롯데의 제과공장이더군요..내원사 계곡 쯤 되면 이정표에 표시가 될 것으로 믿고 계속 국도를 타고 가다가 드디어 내원사계곡을 알 리는 이정표를 볼 수 있었고 그 곳을 따라 좀 더 들어가서 용연이라는 곳에 도달했습니다. 그 곳에서 내원사로 가는 길은 비교적 좁은 곳이더군요...그 곳에서 우리가 먹을 빵과 음료수를 사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윽고 계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달 리는 시멘트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고 오른쪽으로 계곡과 맑은 물, 주위의 숲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내원사  산문이 위치하고 있었고 그 곳에 차를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내원사 계곡에 도착한 것입니다.

둘은 걷기 시작했습니다. 내원사 계곡은 많은 물소리, 매미 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화 말대로 시끄럽지가 않았습니다. 이것이 자연의 소리이기 때문이겠지요....마치 대신공원 속을 걷는 것 같이 조용한 산길과 그 옆으로 난 계곡...이것이 내원사 계곡의 모습입니다.  제가 아무리 잘 묘사한다고 하더라도 그 상쾌한 공기와 맑은 햇살, 그리고 싱그러운 숲을 전달할 순 없을 겁니다.

선화는 배가 부른데도 지친 기색도 없이 숲 사이로 난 도로를 걸으며 계곡물을 연신 쳐다 봅니다. 그늘이 지고 편평한 곳을 찾아 자리를 찾고 있나 봅니다.  여름의 끝이라 그런지...생각보다 사람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께까지 비가 많이 온 탓에 계곡물은 많이 불어나 있었고 제법 바닥이 고르고 수영장 같이 계곡물이 모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영, 목욕(?)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보니 저희들이 있을 만한 곳이 보였습니다. 바로 옆에는 대여섯명의 아가씨들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전 선화에게..."아마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인가보다..."얘기했지요. 선화는 간호사들은 "이렇게 멀리까지 놀러 오진 않아요" 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지금도 간호사들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산 일대의 종합병원 간호사들일거라고......

우린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가 편평한 바위 옆입니다. 제일 먼저 뭘 했을까요? 일단 물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얼마나 시원하지....물은 아주 맑았습니다. 바위 사이로 세차게 내려오는 물은 또 바위에 부딪혀 흰 수포를 만들고....물고기는 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빠른 물살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하던지...(얼마나 많은 물고기들이 바위에 머리를 부딪히겠습니까?)..지난 번 집중 호우 때 물고기들이 다 물에 떠 내려갔나 봅니다.

올 여름에 남해 상주해수욕장, 해운대,진주 등을 다녔지만 이 곳에 와 보니 여름에는 역시 계곡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물의 양이 많아 물 속을 걸으면 제법 밀려 내려갈 것 같지만 바닥이 미끄럽지가 않아 별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물속에서 걷다가.......이 바위, 저 바위 옮겨다녀 보다가......다시 물가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먹을 것을 먹기 위해서지요....음료수, 빵, 사과를 준비한 자리 위에 놓고 먹었는데....어디서 벌들이 포도나 잔치집 식혜 같은 단 음식물을 어떻게 알아 냈는지 찾아 날아 드는 바람에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했습니다.

음식물을 먹고 물가에서 선화와 전 누워 있었습니다. 눈을 감았습니다. 진짜 많은 물소리가 나더군요..구약이나 요한 계시록에는 예수님의 음성이 많은 물소리 같다고 표현되어 있는데......전 어떤 소릴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화에게 흉내 내어 소리내 보았지요...선화가 우습다고 하더군요...예수님 소리를 들려 줬는데........

선화가 잠이 들었습니다. 잠이 든 선화를 두고 저 혼자 계곡물 깊은 곳 여기 저기를 다녀 보았습니다. 깊은 곳은 없고 대강 반 바지 걷어 올리면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선화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4시가 넘었습니다.

아쉬운 계곡을 뒤로 하고 다시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두 사람 뒤로 산봉우리가 보이지요...그 길을 걸으면서 그 산봉우리가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아주 높게 보여 기이하게 보였습니다.

아마 다시 내원사 계곡으로 올 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올 것 같습니다. 부부동반으로 온다든지....교회 단합회로 온다든지....이제는 내원사 계곡으로 가는 길을 확실히 알 수 있으니 자신있게 찾아 올 수 있을 것 같고 어디에 주차를 해야 될지도 안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온 길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양산에서 구포로 간 것이 아니라 양산에서 동래로 빠져 나갔습니다. 우린 기왕 나온 김에 동래 온천에서 목욕까지 하고 가자고 의기투합 되었기 때문이지요...대단하지요.....노는 거라면 안 빠지던 두 사람이 결혼한 탓인지...어떻게 알차게 놀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하지 않아도 다음 일정이 잡히지요.....

양산에서 동래로 가는 그 지방도....그 길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마치 한라산 갈대밭 주변을 달 리는 것처럼 도로 좌우로 펼쳐진 들판과 멀리 보이는 겹쳐진 산들이 이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 게 했습니다. 그 도로는 노포동으로 이어지더군요...노포동에서 동래로 들어와 허심청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실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뭐....저희들이 늘 이러고 다니겠습니까? 이제 전처럼 아침 일찍 나갔다 밤 늦게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게 되겠지요....그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전 더 열심히 투쟁(?)할 생각입니다.

내일 서울로 올라갑니다. 30일 강남성모병원에서 전국의 의대 교수님 5천여명이 모여 궐기대회를 연 것 아세요? 내일은 보라매 공원에서 전국의 의사들이 다시 모입니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이 검거되었다는 뉴스도 나오는군요...한동안 소강 국면을 보였던 이번 의료사태가 이제 다시 정점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님들은 내달 5일부로 외래를 전면 중단하시고 15일자로 그 동안 해오던 진료를 하지 않으시기로 결의하셨더군요....교수님들이 이렇게 열심히 완전한, 제대로 된 의약분업을 위해 뛰시는데 제자들이 불구경하고 있겠습니까? 내일은 전처럼 병원 앞에서 버스가 원천 봉쇄 당해 비행기로 서울로 상경해야 했던 사태를 막기 위해 지하철 2호선 종점 호포역에서 버스로 올라갈 생각입니다. 버스 앞에 병원 이름도 붙이지 않을 계획이라더군요......

기독의료인들의 공동기도문을 올리고 글을 맺을까 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하나님의 공의가 사회에 강수처럼 흐르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아마 우리가 기도하고 이 일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이번 일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의료계가 더욱 투명하게 되고 이 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가난한 자, 아픈 자들에게 더욱 위로가 되는 장치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기독의사 공동 기도문

1.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영광을 돌립니다.

2. 어렵고 혼란스러운 의료계의 현 상황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게하시고 그 음성에 온전히 순종케 하여 주옵소서.

3. 그 동안 이 땅에서 행해졌던 의료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불의에 대해 침묵하고 동참했던 우리 자신을 회개합니다. 그리고 현재 국민들이 겪을 크나큰 고통을 애써 외면했던 죄악을 회개합니다.

4. 불안에 떨고 있고 국민들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이번 의료계 폐업사태의 혼란 속에서 억울한 생명의 희생이 없도록 지켜주옵소서. 그리고 의사들이 속히 환자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상황을 인도하옵소서.

5.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그 동안 왜곡되어 온 의료제도의 문제점들을 깨닫게 하시고, 국민의 건강을 위한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든다는 책임 있는 태도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지혜와 합리적인 마음을 주옵소서.

6. 동료의사들과 투쟁의 선두에 선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의 마음의 상처와 분노를 싸매어 주옵소서. 그리고 선한 동기와 의사로서의 소명을 잃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의사사회에서 올바른 리더쉽을 발휘하도록 인도하소서.

7. 의사와 약사 그리고 정부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을 씻어내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화해하고 서로 협력하기를 기도합니다.

8. 하나님이 기독의사들에게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도와주옵소서. 어지러운 세상에서 올바른 것을 말할 수 있는 선지자적 사명, 서로 미워하고 갈등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화해자로서의 사명,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의 사명을 잘 감당하게 하옵소서.

9. 이 땅의 기독교계를 움직여 주옵소서. 그리고 기독교계의 중재의 노력이 성령님의 강력한 화해의 역사로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놀라운 결과를 나타내게 인도하옵소서.

10. 사랑의 하나님, 진정 바라옵기는 이처럼 혹독한 시련을 겪고 만들어지는 의료제도가 주님이 보시기에 합당한 의료제도, 국민들의 건강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 의료제도로 세워지도록 역사해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