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5주 1일...

선화의 세 번째 산전 진찰은 부산대학교 병원 산부인과에서입니다. 사실 예정된 산전 진찰 시기보다 한 주 늦어졌는데 그 이유는 정부 의약분업안에 반대하는 전국 의사들의 파업 때문입니다. 파업 와중에 산전 진찰은 연기되어져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대학병원 산부인과 김기형 선생님께 부탁드렸습니다. 김기형 선생님은 네비게이토 선교회 출신이십니다.  훌륭한 후배인 병재의 성경공부 인도자였다고 하더군요(목자?)... 지난 번 방문시 우리는 소위 triple test 라는 것을 시행했었습니다. 요전 번 올린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triple test는 여러 가지 태아 기형을 알아내기 위해 모든 산모에게 시행하는 검사입니다.

예약된 검진 날짜 전에 선화의 검사 결과는 제가 알고 있었습니다. Down syndrome test -/-/-, blood group A+,  Rubella IgM/IgG -/+,  VDRL/HBs Ag/Anti-HBs Ab/Anti-HIV Ab -/-/-/-, Hb 10.9, MCV 102.4, MCH 34.2, UA: WBC 2+였습니다.

다운 증후군이나 기형 같은 질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그런 항목에 대한 검사를 해 두고 나니....마음 한 켠에는 불안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검사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산전 진찰에서는 2가지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먼저 지난 번 소변 검사에서 백혈구가 나온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요로 감염이 있으면 조산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조산은 태아와 모체에 합병증 발생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은 일이지요....그래서 소변 검사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선화의 배가 좀 많이 부르다는 것입니다.  하긴 최근 선화의 배가 많이 불러졌습니다. 보통 7개월 때부터 많이 불러온다고 하던데...확실히 표가 났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하던 선생님은 양수과다증이라고 하셨습니다. 양수 과다증?....그건 깜빡이를 둘러 싸고 있는 물이 많다는 말입니다. 물론 심한 양수 과다증은 아니지만 ....그래도 양수가 많은 편이라고 하시며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시는 겁니다.

여기서 양수 과다증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양수 과다증 (Hydramnios)

 1) 정의    양수(amniotic fluid)가 2000cc이상일 때를 말하며 임상 증상은 3000이상에서 나타난다.

 2) 빈도    1/62 내지 1/754 (미국 교과서)

 3) 원인   1. 가장 흔한 원인은 '잘 모른다'는 것....그래서 특발성 양수 과다증이라고 불리워짐.

               2. 그 외....식도 폐쇄증, 무뇌아, 이분척추, 일란성 쌍태, 당뇨병 산모, 폐발육 부전.....등등

 4) 증상   심한 모체의 호흡곤란, 부종, 핍뇨(보통 산모도 이런 게 있지만 아주 심해짐...)

 5) 예후    태아 기형률 - 20%, 조산 위험도- 정상의 2배(무시무시하지요...)


태아 초음파 촬영을 하기로 하고 침대에 누운 선화는 빙긋이 웃습니다. 하지만 몇 번 침대에 올라가도 불안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제가 병원에 근무하니까 이렇게 산전 진찰 때마다 올 수 있고...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태아 초음파 검사가 시작됩니다. 한 눈에 깜빡이가 엄청 자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더 확실하고 자세하게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기의 재태 일수를 계산해 보니  재태일수에 맞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초음파를 맞아서 그런지...아기는 계속 나부대고 있었습니다. 손을 흔들고 머리를 흔들고...마침  3D(3차원) 초음파라서 아기 얼굴을 3차원 영상으로 보려고 시도했는데 깜빡이가 어찌나 머리를 흔들어 대던지....3D 스캔하는 3-4초를 참지 못해 제대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25주에 무슨 얼굴이 나오겠느냐마는 ....

그래도 아쉽지만 옆모습은 조금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깜빡이의 옆 모습입니다. 선화는 이 사진을 보고 계속 아빠 닮아서 코가 큰 것 같다고 한 마디 합니다. 그래서 전 정말 아빠를 닮았나 자세히 봅니다....선화는 코와 눈 밑이 아빠를 닮았다는데.....전 잘 모르겠습니다.

산전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난 뒤...우리는 예정대로 다시 소변검사를 시행했고.....앞에서 말한 양수가 좀 많은 까닭에 정밀한 산전 초음파 검사를 진단방사선과 이준우 교수님에게서 받기로 했고 혹시 있을 지 모르는 임신성 당뇨를 배제하기 위해 50g의 포도당을 먹고 1시간 뒤에 혈당을 재는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소변 검사를 하고....약국으로 가서 50g 짜리 포도당이 든 소위 'glucola' 라는 것을 받아서.....정맥혈을 채혈하고 난 뒤 이것을 마셨습니다. 선화는 달다고 하더군요...맛 볼 수는 없었습니다. 꼭 50g을 먹어야 검사가 정확하니까요.. 첫  번째 채혈은 대학병원 응급검사실에서 받았습니다. 한 쪽 팔에 솜을 붙잡고 나오더군요..우린 1시간이라는 시간이 있어 부민동에 가서 놀다가....방 안에서 제가 채혈을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응급실에서 알콜 솜이랑 주사기를 가져가서 말이죠....

두 번째 채혈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고무줄을 가지고 오지 않아 선화가 오른 손으로 왼팔의 윗부분을 압박해야 했습니다.  자세는 선화나 저나 다 꿇어 앉아 있었지요...

"오빠... 하겠어요?"

"걱정하지 마라...요즘도 내시경실에서 하루에 몇 십건씩 한다.이런 건 식은 죽 먹기지..."

그리고 전 5cc 주사기를 한 손에 들고 이전에 채혈한 부위를 제외한 다른 혈관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따라 선화의 혈관이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편을 못 믿어 긴장하는 바람에 혈관이 다 도망갔나 봅니다.

"오빠 ...하겠어요?" 또 물어 봅니다. "걱정하지 마라..내가 하루에도......."

오른쪽 손목부위에 혈관이 조그만게 톡 튀어 나와 있어서 그 부위를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찔렀지요....임상 경력 5년의 전...이제 찌르기만 해도 혈관 안인지 밖인지 감으로 다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이게 좀 애매했습니다. '안인가..밖인가' 이럴 때는 과감한 게 필요한 법....일단 주사기 피스톤을 뒤로 당겼지요...피가 조금씩 졸졸졸 주사기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데 한 1cc 들어오다가 마는 겁니다. 아마 좀 떨었기 때문에 혈관 벽에 걸렸나 봅니다. 그래서 5년 노하우를 발휘해서 조금 더 밀어 넣어지요....그런데 이게 안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 뺐습니다. 넣다가 뺐다가.....사투를 벌인 끝에 4cc 정도를 겨우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피를 뽑고 난 뒤 선화는 아프다고 난리였습니다. " 오빠....아파 죽겠어요...이런 적은 없었는데....어떻게 피를 뽑았어요...혈관 터트렸죠? 이거 봐라...점 점 붓네..."  정말 ...채혈한 부위가 퉁퉁 부어 오릅니다. 전 침착하게 문지르지 말고 압박만 하라고 말했죠...


임신성 당뇨

임신 상태가 되면 체내의 탄수화물 대사에 변화가 옵니다. 이전에 당뇨가 없었던 사람이라도 임신중에는 당뇨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실제 임신성 당뇨로 진단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lactogen, estrogen, progesterone 등에 의한 항인슐린 작용과 hPL의 작용에 의한 것입니다.

임신성 당뇨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2회 연속 공복 혈당이 105이상일 때

2) 당부하 검사로 진단을 할 수 있다.

100g의 당을 50% 용액으로 만들어 마시게 한 후 1시간 간격으로 3회 채혈해서 다음 수치중 2개 이상이 기준 이상의 수치를 나타낼 때로 한다.(National Diabetes Data Group, 1979). 공복 혈당은 105mg/dl, 1시간 후 혈당이 190, 2시간이 165, 3시간이 145이다.


 

선화의 경우는 혹시나 싶어 시행하는 screening 검사를 시행한 것입니다. 100g의 포도당을 먹고 4번 잰 것이 아니라....50g을 먹고 1시간 후에 한 번만 재어 보아 145이상 나오면 그제서야 100g의 포도당으로 시행하는 경구당부하 검사로 하도록 한 것이죠....

그날 밤....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오기 전에 선화의 검사 결과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런 혈액 검사 결과들은 두 세 시간이면 충분히 나올 수 있으니까요.. 선화의 소변 검사는 이번에는 깨끗했습니다. 혈당은 어떻냐구요? 공복 기저 혈당이 84, 1시간 후가 134였습니다. 이정도면 100g 경구당부하검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위장관계 기형을 배제하기 위해(양수 과다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에) 7월 3일 월요일에 이준우 교수님에게서 산전 초음파를 시행받았습니다. 교수님에게 "제 처입니다." 라고 소개하고 옆에 딱 붙어서 함께 모니터를 보았지요...머리끝에서 발끝까지...양쪽 신장, 식도, 위, 대장, 골격계, 뇌신경계를 일일이 다 보았습니다. 물론 검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만 특이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검사를 마쳤습니다. 임신을 하고 무사히 출산을 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선화도 처음 겪는 일이라 낯설고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는 걸 보면.....모든 사람이 참 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화의 뱃 속에서 세상을 향해 두드리는 깜빡이의 몸놀림은 점점 더 강해집니다. 아기가 모니터 속 세상에만 살고 내 눈에 안 보여 가끔씩 깜빡 잊을 때도 있지만 ..... 지금도 영락없이 선화의 뱃 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다가 잠이 들 것입니다.

아직 얼굴도 모르는 아기에게 지금 선화는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있습니다. 내용이 뭐냐구요? 선화가 교회에서 빌려온 '왕이 된 양치기 소년 다윗','사자굴 속에 던져진 다니엘' '에스더 이야기','엘리야 이야기'.... 뭐 그런 책들입니다. 에스더에 관한 그림책도 있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소리를 듣다가 제가 "그래 가지고 얘가 듣겠나?" 라고 하면 더 크게 소리를 냅니다. "

이 아이가 나와서 살아야 할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제가 지나온 날들보다 더 많은 유혹과 마귀와 전투가 벌어지는 험난한 세상일테지요....그래서 전 요즘 ....우리 아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르칠까 생각하며 구체적인 대사를 준비합니다.  "오늘은 주일이란다...하나님은 널 구원하셨다. 그래서 오늘 기쁜 마음으로 교회에 가서 그 분께 예배드려야 한다."

점점 더 복잡한 세상 일로 얽혀 가는 요즘....제 홈페이지의 내용을 언제가 볼 우리 아기를 생각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