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255일째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난 255일 째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주변에서도 저희 부부보다 더 최근에 결혼한 커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걸 보면서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1년이 채 한된 신혼 부부이지만 ... 이제는 서로에게 아주 익숙하고 실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신혼 생활이기에 전에는 서로 잘 모르던 것을 하나 둘 알아 가고 있고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요...최근에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 들릴께요....

1. 항상 재미있어라...

최근 전공의 총사직 파동으로 인해 전 자그마치 5일간이나 집 안에 있어야 했습니다. 남 보란 듯이 휴가를 받은 것도 아니고 언제든지 연락이 오면 다시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 집을 떠나 멀리 간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늦잠도 많이 잘 수 있었고 하루 종일 선화와 살아야 했습니다.

선화와 함께 늦게 일어나서 선화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주로 오전 11시가 넘어야 되지만) 이불을 개고 배달된 신문기사를 유심히 찾아 봅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나면 전 다시 인터넷 속으로 뛰어 들어습니다. 왜냐구요....의약 분업과 관련된 각종 신문사의 기사를 다 찾아 꼼꼼히 읽어 보고....인터넷 여론 조사도 참여하고 대한 전공의 협의회에서 새로운 정보를 찾고 새벽별이나 경실련, 참여 연대 게시판에 그 내용을 올리고....한 마디로 누구 말대로 '사이버 투쟁'을 열심히 했었습니다.  제가 사이버 투쟁(?)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선화가 슬며시 방으로 들어와 제 옆에 앉아 말문을 엽니다.

선화: 오빠! 심심하다. 또 대전협에 들어갔죠?

성훈: 그래....뭐....심심할 때도 있지.. 근데.... 아.... 우리하다....

선화: (약간 몸을 흔들면서) 심심하다.....오빠는 맨날 우리하게 인상쓰고 컴퓨터 앞에만 있고.... 난 신나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성경에도 "항상 재미있어라"고 했단 말이야.....

성훈: 뭐? 성경에 '항상 재미있어라' 는 말이 있노?...어...그런 성구는 읽어 본 적이 없는데....

선화:(약간 떼를 쓰면서) 아니예요...성경에는 '항상 기뻐하라...' 고 되어 있는데...그 말이 '항상 재미있어라 '라는 말이지 뭐.....

성훈: (웃으면서 속으로).....'항상 재미있어라...쉬지 말고 기도하라....'

2. 비빔밥의 비밀

저희 부부는 토요일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본가를 방문합니다. 동생들이 떠나 간 부민동 계신 부모님들은 저희들이 부민동을 찾으면 좋아하시지요...그 날도 선화와 전 남포동 농협에서 토요일 저녁 찬거리를 위해 함께 장을 본 뒤 본가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니가 늦게 오시더라도 선화는 식사 준비를 하지요....하지만 그 날은 어머니도 시간에 맞게 들어 오셨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선화)는 부엌에서 열심히 저녁 식사를 준비합니다. 오늘 메뉴가 뭐냐고 물어 보니....비빕밥이라고 하더군요...물론 맛있는 반찬들도 나오고....

이윽고 기다리던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나물들과 양념, 참기름이 어우러진 맛있는 비빔밥도 보였습니다.

성훈: 야....비빕밥이다.

모두들: 자 기도하고 ....밥 먹자... (모두들 각자 기도하고.....)

성훈:(기도가 마친 뒤) 야...맛있겠다...( 열심히 먹는다. )' 어....그런데 .....오늘 비빔밥은 좀 이상하네....

선화:뭐가요?

성훈:나물 비빔밥인데 ..... 이 잔잔한 멸치들은 뭐고? 비빔밥에 멸치도 넣었던가?....

시어머니:(선화를 한 번 돌아 보시고는)...그래...야(선화를 가리키는 말)가 넣더라...

선화:(눈이 동그래지며)...어...이렇게 비벼 안 드세요?.....전 어머니께 "멸치도 놓을까요?"  하니까 어머니께서 넣으라고 해서 그냥 비빔밥 그릇 위에 같이 놓았는데.....(그러니까 나물 밥 위에 총총히 놓았는데)...........

이유는 이렇습니다. 식사를 준비하면서...비빕밥 재료를 넣고 비비고 있는 선화에게 어머니는 "멸치도 좀 놓아라(식탁에)" 라고 말씀하셨는데 선화는 비빌 때 "멸치도 좀 넣어라(비빌 때)" 라고 들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화는 원래 부민동에서는 비빔밥을 먹을 때 멸치를 넣어 함께 비비는 줄 알고 멸치를 넣었고 .....어머니는 선화가 멸치를 넣고 비비는 걸 보고....며느리가 또 뭔가를 하는가 보다...하고 지켜 보신 거지요.....

선화가 다른 집안에서 넘어 온 사람이란 걸 단적으로 느끼게 해 준 사건이었습니다.

3. 161번을 선택한 이유

장마비가 계속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전 집에 있는 선화에게 전화를 해서 제가 필요한 것을 좀 가지고 나오라고 부탁했습니다. 몇 분 후 선화와 우산을 받쳐 들고 만났습니다. 이제는 배가 뒷동산 만하기 때문에 선화는 움직이는 게 힘들고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예상치도 않게 밖에 나갔다 오면 숨도 차고 ...자꾸 잠이 온다고 합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만났기에 함께 일을 보고....선화에게 "맛있는 걸 사 줄까?" 라고 물었지요....맛있는 게 뭐 있겠습니까?  전 선화를 데리고 병원 사람들이 자주 가는 부평동에 있는 손칼국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2500 짜리 칼국수지만 진한 국물맛에 칼국수 맛이 좋거든요....밖에는 비가 내리고 밖에서 먹는 칼국수는 맛있었습니다.

칼국수를 먹은 뒤 ....전 다시 병원에 들어가야 합니다. 7시부터 공부를 시작하니까요....그래서 선화 혼자 집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비는 여전히 강한 바람과 함께 내리고 있습니다. 영락교회 앞에서 전 선화에게 물었지요..

성훈: 길 건너 정류소에서 15번 타고 가면 되겠다.....한국통신 맞은 편에서 161번 타려면 많이 걸어야 되니까...

선화:.....예.....15번 타도 되고 161번 타도 되지요...

성훈:바로 길 건너면 15번이고 저 정류소가 운치도 있고 좋지......

선화:예....그런데 161번을 타러 갈래요.....

성훈:왜 15번을 안 타려고 하니? 바로 요 앞인데...

선화:(좀 있다가)...갈등이 생기거든요. 15번은 좌석 버스도 있고 일반버스도 있어서.....그런데 161번은 좌석 버스가 하나도 없거든요...

성훈:그래, 그래, 그래, 우리 착한 선화...

선화:호호호....

좌석버스비는 비싸니까 조금 돌아가서 좌석 버스가 없는 161번을 타겠다는 선화의 말이 제 맘 깊이 들어왔습니다. 비록 500원이지만 아끼겠다는 선화의 마음이 제 맘에 꼭 들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옷이 비에 적지만 기쁜 맘으로 161번을 타러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