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이가 자랐어요.

 4월 13일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공휴일이지요..그렇지만 저는 오전에 병원에 나가야 했습니다. 요즘 식도운동검사와 식도 산도검사가 계속 밀려서 공휴일에도 나가 검사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제 막 병원에서 환자를 보기 시작하는 1년차 선생님들이 환자를 잘 보고 있는지 환자 챠트도 봐 주기 위해 서둘렀습니다. (병원 이야기에 제가 1년차 시절에 적은 글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밖은 햇살이 부드러운 봄 날씨였습니다. 황사 때문인지 맑은 하늘은 아니였지만 봄 기운에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오전에 병원에서 일을 본 뒤 집에 와 선화와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요즘 아침은 토마토를 먹고 나가고 저녁은 공부 때문에 병원에서 먹는 바람에 선화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드물었는데 모처럼 맞은 공휴일...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김해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김해에는 할아버지와 삼촌의 병원이 있는 곳이고 어머니와 할머니도 낮에는 거기 계십니다. 요즘은 부민동 본가에는 식구가 별로 없고 모두가 김해로 옮겨가 계십니다.  오늘 김해에 가는 또 다른 이유는 산부인과를 하고 계시는 삼촌에게 우리 아기를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번 일신 기독병원에서 심장이 깜박깜박 거리는 걸 확인한 후 아직 병원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원래 임신 초기에는 2달에 한 번은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이제 갈 때가 되었습니다. 선화가 엄궁초등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부터는 낮에 시간을 내어 병원에 간다는 것이 힘들어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마침 공휴일이 되었고 해서 김해에 가 보기로 한 것입니다.

김해로 가는 길은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입니다. 1100원을 내고 톨게이트를 지나 조그만 달리면 김해로 빠지는 인터체인지가 나옵니다. 가는 길에 우린 낙동강의 시원한 물줄기를 보았습니다. 계속 따라가다가 이름은 모르겠지만 노란 꽂들이 강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린 차를 멈추고 내려 노란 꽃들과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강변에서 바람도 쐬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도시 속에서는 후덥지근하기까지 한 날씨지만 이 곳은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지나가고 이름 모를 키가 큰 풀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는 별세계였습니다.

김해시 내동....이곳에 가야산부인과가 있습니다. 삼촌이 창원에서 김해로 옮겨가 세운 병원입니다. 입원실도 20개나 되는 병원입니다. 어머니와 할머니, 숙모도 만나고 얘기를 나눈 뒤........선화와 함께 2층 외래 진료실로 가서 삼촌께 인사드리고 함께 선화 뱃 속에 있는 깜박이를 보기로 했습니다. 침대에 누운 선화는 약간 긴장한 모습입니다. 늘 '우리 아기가 잘 자라고 있을까' 하고 묻곤 했는데....오늘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은 이번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분홍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은 깜박이의 머리고 주황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은 깜박이의 몸통입니다. 오른 쪽 사진을 보면 더 희안한 걸 볼 수 있는데 연두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건....다름 아닌 ....깜박이의 손가락입니다. 잘 세어 보세요....네 개밖에 안 보이지요? 아마 단면이 그렇게 잘렸나 봅니다. 손가락은 아마 다섯 개라고 믿습니다.  

아기의 나이를 재기 위해 보통 머리의 크기를 잽니다. 양쪽 측두부 간의 거리를 재는데 흔히 BPD(biparietal diameter) 라고 부르지요...길이는 25mm입니다. 이걸 토대로 계산한 나이는 13주 5일 정도입니다. 야....벌써 14주가 되었습니다. 이전에 계산한 몸의 길이 즉, CRL(머리 끝에서 엉덩이 끝까지의 길이)은 9mm였습니다. 이번에 새로 측정한 CRL은 70 mm........야! 사지를 빼고 몸만 가지고 잰 길이가 7CM 나 되게 커졌습니다. 깜박이의 심장 박동수도 잴 수 있습니다. 심장 초음파를 촬영하는 기법으로 태아에서 나오는 심음을 측정할 수 있는데 약 1분당 160번 정도 뛰고 있었습니다. 너무 빠른게 아니냐고요? 보통 태아 때는 이렇게 빨리 뛴답니다.

이번에 새로 측정한 날을 기준으로 본 출산 예정일은 2000년 10월 16일입니다. 물론 딱 맞춰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제 생일이 10월 18일이니까...어쩌면 태어나는 깜박이의 생일이 제 생일과 겹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선화와 전 만일 겹치면 그 날 맛있는 걸 많이 하자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아직 밖에 나오지도 않은 이 조그만 생명체가 우리에겐 참 새롭습니다. 초음파를 보고 있는 동안에 우린 아기가 가만히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신기해 하고 놀라와 했습니다. 초음파 상에도 아기는 손을 막 휘젓고 있었습니다 .몸을 앞으로 했다가 뒤로 했다가 다리를 들어다가 놓았다가.....그래서 나부대는 아기를 두고 사진 찍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선화도 아기가 움직이는 걸 보고 난 후.....자신의 배를 만지작 거리며 아기에게 뭐라고 얘기를 합니다. 실제 그 안에서 뛰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보면 13주부터 16주까지의 시기에 태아는 빨리 성장하게 된다고 합니다. 특징은 이제 몸통이 커지면서 몸의 반이 되던 머리의 크기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고 다리도 길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눈(EYE)은 앞에 있다기 보다는 양 옆에 있답니다. 이제 16-20주가 되면 우리 아기의 선천성 기형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소위 Triple test를 하게 됩니다. 검사 항목은 MSAFP(산모의 혈청 AFP), estradiol, hCG 라고 불 리는 호르몬들입니다. 이 호르몬의 증가와 감소는 신경관 결손(neural tube defect), 다운 증후군, H-mole 등의 여부를 확인시켜 줍니다. 다음에 병원에 가서는 이 검사들을 해야겠습니다.

선화는 요새 바로 누워 있다가 일어나려면 이상하다고 합니다. 약간 옆으로 자세를 바꾸고 난 다음에는 자세의 변환이 쉬워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천골과 장골 결합, 흔히 꼬리뼈가 있다고 말하는 부위 좌우로....골반에 있는 관절이 있는 부위인데....늘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아마 아기가 점점 자라면서 자궁이 커지게 되고 그것을 수용해야 하는 골반도 따라 넓어진다고 그런 변화들이 오나 봅니다. 다른 산모들은 잘 못 느낀다는데...선화는 민감한 모양입니다. 어쨋든 임신 초기가 지나갑니다. 다른 집은 임신 오조 즉, 입덧이 심해 고생이 많은 이들도 있다는데 선화는 잘 먹고 있습니다. 더 식욕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아기가 자라는 걸 보면서.....더 하나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그렇게 작을 때부터 예정하시고 사랑해 주셨던 분이 계십니다. 지금 선화와 이렇게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을 아시고 인도하실 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가정 예배 시간에는 아기를 위해 기도를 합니다.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믿음의 사람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선화와 여러 얘기를 나눕니다. 이 글을 쓰기 전....선화와 함께 기타를 치면서 찬양을 했었습니다. 기타 소리를 우리 아기도 듣겠지요...아기도 우리와 함께 찬양했을 겁니다. 선화의 뱃 속에서 움직이며 뛰는 그 아이는 선화와 떼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찬양이 태어날 아기와 함께 계속될 것을 기도합니다. " 약할 때 강함 되시네 나의 보배가 되신 주 주 나의 모든 것. 주 안에 있는 보물을 나는 포기할 수 없네 주 나의 모든 것. 예수 어린 양 존귀한 이름 예수 어린 양 존귀한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