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리고 6개월 ...
오는 4월 16일은 저희 부부가 결혼한 지 꼭 6개월이 되는 날입니다.

결혼과 집안일

   결혼한 부부에게는 많은 역할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오빠는 현실적인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전 늘 다림질이 안된 오빠의 셔츠와 바지를 보면서 내가 결혼하면 다리미로 줄을 쫙쫙 세워서 입혀줘야지 하고 생각하곤 했지요. 그리고 '음식같은 것 잘 못하는데...' '.....재미있겠다.' '오빠, 집안일 많이 도와줄꺼죠.'하면서 결혼 후에 벌어질 일상에 대해 무지개 빛 꿈을 꾸어보기도 했지요.

  그러나 결혼은 현실.... 음식만들기, 빨래, 집안 청소등은 해도해도 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요리는(요리라고 하기에는 아직 그렇지만 )거의 무에서 시작해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힘든 과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친정어머니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직접 만들어본 것은 얼마되지 않지만 어머니는 뭔가를 할 때 내가 '선화야, 이거 볼래.'하고 많이 보여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늘 보는 것도 큰 교육이라며 자불자불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것이 지금도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양념장에는 뭘 넣으며 국간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나는 늘 닥치면 될꺼에요, 걱정마세요 라고 했고, 어머니도 잘 할 수 있을거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시집에 와서는 시어머니께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물론 아직은 100분의 1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요. 시집에서는 실습도 겸해집니다. 전부터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에대해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이것 저것을 과감하게 시도해 보기도 합니다.

시댁과 친정의 음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친정 어머니는 음식을 약간 싱겁게 하십니다. 전 거기에 익숙해져 있지요. 그리고 해물을 좋아하고 기름기가 없는 담백한 음식을 잘 하십니다. 시댁에 와서 보니 제가 먹던 음식보다 조금 짜고 맛을 강하게 해서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해물은 별로고, 닭고기 요리를 잘 드십니다. (어머니의 닭계장은 성훈이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중에 하나인데 처음 먹어보는 내게도 아주 맛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배운 닭찜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식사를 준비해서 같이 먹으면서 시어머니께 '간장이 적다, 소금을 더 넣어야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이런건 점차 적응이 되어가겠지요.

  이렇게 두 집안을 통해서 얻어지는 지식들이 요즘 저녁식탁에서 제법 발휘를 하고 있습니다.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일의 요령도 많이 생겼습니다. 우리집 가스렌지에는 불이 세 개인데 요즘은 세가지를 각각의 불에 동시에 올려서 요리를 하기도 한답니다. 한쪽엔 다시국물을 우려내고 한쪽엔 오뎅을 볶고 그리고 작은 불에는 남은 요리를 데우고.....

  성훈이 오빠의 까다로운 식성도 어느정도 파악의 단계를 끝냈습니다. (물론 자신은 극구 부인하지만...) 아침에는 된장찌개나 된장국이 제일입니다. 그게 가장 부담이 없다나요. 전 소고기국도 좋고 미역국도 좋지만 오빠는 싫어한답니다. 물이 많은 계란찜도 어떻게 하는지  알겠구요.

  저는 주로 큰 수펴에서 장을 봅니다. 6개월의 노하우라면 '신혼부부는 좀 비싸더라도 수퍼에서 장을 보라'는 것입니다. 싼 값에 많이 사는 것이 보통 현명하다고 하지만 신혼부부에게는 금기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래시장에서는 적은 양을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이가 5개 천원이면 난 2개만 사고 싶어서 '아줌아 두 개 500원하면 안되나요?'하면 안된답니다. 그래서 5개를 다 사 놓으면 열에 아홉은 3개를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고기도 그렇습니다. 정육점에서는 국거리 200g 주세요 하면 그렇게는 안된다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수퍼에서는 1000원치도 좋고 2000원치도 좋습니다. 그게 우리에게 더 낫습니다.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또 안먹고 버리는 낭비를 없앨 수 있으니까요...

  전 요리를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해보니까 이것도 일종의 성취감을 가져다 주는 것 같습니다. 예상외로 맛이 좋고, 오빠가 맛있게 먹으면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간단한 찬과 국이 요리의 전부입니다. (김치종류나 각종 찜과 같은 요리에는 아직 선 듯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그 찬과 국중에 어떤 것은 대 성공을 거두고 또 어떤 것은 쓰라린 여운을 남기면서 쓰레기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지요.

  성공담 몇가지를 소개하면....

  먼저 된장찌개... 전 멸치와 다시마로 다시 국물을 만들고 된자을 푼 다음 감자, 두부, 호박등 야채를 넣고 끓이는데 제가 먹어도 맛있습니다.  그리고....... 파전.... 파전을 좋아하는 오빠의 권유로 한번 해봤는데 오징어, 반지락살, 새우를 잘 게 썰어 같이 버무려 해물파전을 만들었지요. 파를 놓고 해물이 든 밀가루 반죽을 붓고 그위에 달걀을 풀어 얹는 것입니다. 아주 대 성공이었지요.

  고등어 김치조림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고등어는 씻어두고 김치와 여러 야채에 간장 조금과 된장을 넣고 버무려 고등어 위에 얹고 조리는 것입니다. 양념이 고등어에 잘 배어들도록 끓고 나서 낮은 불에 좀 오랫동안 익혀야하지요.  맛있는 콩나물 국의 비결은 다시국물과 콩나물입니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다시국물을 진하게 우려냅니다. 국물에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그리고 좋은 콩나물을 넣습니다. (풀무원 콩나물이 확실히 맛있습니다.) 콩나물이 익으면 마늘과 파, 고춧가루를 조금 넣으면 완성....

  실패담은 더 많습니다. 국에 간을 하는데 진간장을 넣어 맛이 이상했던 일. 시금치나물을 하는데 시금치를 너무 많이 익힌 것, 잡채를 하는데 나물은 간이 되었는데 잡채에 간이 안되어서 이상했던 것, 동태국에 미나리를 너무 많이 넣어서 파란 미나리 국이 되었던 것 등등.....

  다행인 것은 성훈이 오빠가 늘 맛있게 먹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면 더 좋겠다. 저러면 더 좋겠다는 조언도 함께 말입니다.

  가끔 저녁시간에 친구들을 만나면 장보는데 따라가자고 합니다. '오늘 뭐 먹을까? 니는 뭐 생각나는 거 없나?' 하면 친구들은 별로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재미없어합니다.'선화야 니가 이렇게 장보고 하는 게 왠지 불쌍해 보인다. 진짜 재미있나?' 친구들은 장보는 일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같이 옷을 사러 간다든지 미용실에 간다면 온갖 정보를 대면서 이야기를 늘어놓을텐데....  이게 바로 결혼한 여자와 하지 않은 여자의 차이점인가봅니다. 학교에서 나오는 점심메뉴을 유심히 보고, 가끔하는 외식을 정보수집의 기회로 삼는 것. 친구들의 눈에는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겐 전혀 구속이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해보는 즐거움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는 기쁨이 주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젠 제법 힘들이지 않고 하게되었구요.....

  결혼이 가져다 주는 여러 가지들.... 허드렛일같아보이던 일상의 일들이 이젠 내 일이 되었고 그리고 결코 허드렛일이 아닌, 성취감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창조의 일들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 일들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