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의 새 보금자리

2006년 4월 28일 오후...드디어 우리 가정이 포항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결혼 후 8번째 집입니다.( 그 동안의 집 모음은 여기를 누르세요)

지난 번 글에서 부산의 전월세집이 나가지 않는다며 걱정스러운 글을 올렸었는데 우리 하나님은 이번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일을 하셨습니다. 지난 주말 부산에 내려 가 보니 이전보다 적은 월세를 받고서는 절대 전세금을 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던 집 주인의 입장이 '두어 달 정도 더 기다려본 뒤에도 월세를 내고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전세로 돌릴 의향이 있다' 는 얘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얘기가 있고 난 뒤 전세로 우리 집에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전 바로 집 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지금 당장 두 달치의 월세를 미리 주겠으니 전세를 원하는 사람을 받아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당장 추가 수입이 생길 수 있는 기회여서인지 집 주인의 승낙이 났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몇 명이 집을 구경하러 왔었고...결국 우리는 두 달치의 월세를 미리 주고 전세금을 돌려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이 더 있었지만 이런 것들을 구구절절이 설명할 수는 없고 우리 가정은 전세금의 부담없이 무사히 집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데...이번에 이런 일을 겪으며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읽었던 선화는 그래도 우리는 다행이라며 세상살이가 그리 쉽지 않음을 얘기했습니다.

어쨋든 지난 번 글 이후...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조언을 해 주셨는데 그 글을 올린 바로 그 다음 날, 이 일이 해결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담담히 하나님만 구해야 했던 경험도 우리 가정에겐 또 하나의 연단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사를 했던 날은 황사 하나 날리지 않는, 맑고 깨끗한 날이었습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에 위치한 산호그린 2차 아파트 입구입니다. 지어진 지 20년이 훨씬 지난 15층짜리 낡은 아파트로 31평 크기입니다.  2년 전 장마 때는 천장과 벽에서 물이 새었고 지금도 베란다 벽에는 물 때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집에 오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8주간의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수천번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집은 포항의 북부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거실에서 베란다 창을 바라보면 이렇게 해변이 환하게 보이죠. 부산으로 치면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최고급 아파트가 들어선 위치입니다. 또 주변에는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밀집되어 있고 재래 시장, 대형 슈퍼마켓 등이 위치하고 있어 이전에 살았던 어떤 집보다도 편리한 생활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실 쪽으로 한 번 가 볼까요? 거실 창을 열면 아래와 같은 경치가 펼쳐 집니다.

 

앞에 보이는 바다가 바로 영일만입니다. 바다 뒤쪽으로 보이는 나즈막한 산들이 바로 구룡포 지역입니다. 대한민국 지도에서 토끼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구룡포와 포항 북부 해수욕장 사이로 들어 와 있는 바다가 바로 영일만입니다. 영일만에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기수였던 포항제철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진에도 포스코(포항제철)의 공장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아파트 바로 밑에 밭이 있고 (축구) 운동장이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형민이와 운동장에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공을 찼습니다. 다른 아파트가 가리고 있지 않아 거실 앞 경치는 이렇게 탁 트여 보입니다. 옆에는 GS슈퍼마켓이 보입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야말로 한가로운 어촌입니다. 멀리 고깃배가 오가는 포구가 보이고 나즈막한 구릉이 있습니다. 축구 운동장 옆에는 테니스 코트도 있고 현대제철 사원 아파트가 보입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본 모습입니다. 영일만 해변에 포스코 공장들이 보이고 있고 인근 아파트들이 내려다 보입니다.

 

아파트 앞에는 이렇게 밭이 있는 한가로운 풍경이지만 부엌 싱크대 앞에 있는 창을 통해 내려다 본 주변 환경은 사진처럼 아파트가 빽빽하고 시장과 가게들이 늘어 선 도시 지역입니다.

 

 

정든 친구들이 있는 부산을 떠났던 형민이도 이제 아빠랑 매일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매일 아빠랑 침대에서 잘 수 있고 아빠랑 공놀이도 할 수 있고 아빠가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떨어져 지낸 8주 동안 아빠란 존재는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로선 형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최종 정착지 포항에 다다를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시은이는 포항에 와서 처음으로 유치원에 갔습니다. 형민이 오빠랑 함께 유치원 버스를 타고 제일교회 유치원에 처음 가던 날(2006.5.1)...선화는 그렇게도 신기했다고 합니다. 유치원을 처음 다녀 온 날, 시은이는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오늘 나 우유 하나도 안 흘리고 먹었어요"  늘 엄마로부터 뭘 자주 흘린다는 지적을 받던 시은이도 내심 혼자 유치원에 가는 일이 신경 쓰였나 봅니다. 무사히 이 일을 해 낸 자신이 스스로도 대견한가 봅니다.

성은이는 내년에 유치원에 갑니다. 언니,오빠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오후 2시 반까지 엄마랑 함께 지내죠.

선화는 집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황사가 지나간 베란다 물 청소를 하느라...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아파트에 적응하느라 바쁩니다.

완전한 우리 집이 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사를 통해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로 인해 포항에서의 출발은 감사로 넘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