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료선교교육훈련원과 포항

이번 주 토요일... 부산의료선교교육훈련원 의 이번 학기 마지막 강의를 받게 됩니다. 지난 9월 3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부산 사직동 세계로병원 8층에 있는 훈련원에서 오후 4시부터 밤 9시 반까지 계속되는 훈련을 받았던 저로선 자그마한 결실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한 맘이 듭니다.  

세계로병원에 대해선 아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이 병원은 1995년에  발족된 부산/경남 의료선교회(MMF. Medical Mission Fellowship)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의료선교를 향한 꿈을 갖고 발족했던 MMF 는 선교병원을 소망했고 지난 2004년 이 꿈의 결실로 의료선교, 전인치유를 내건 세계로병원 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로병원은 각 대학병원에서 높은 명성을 가지신 외과교수님들과 여러 선생님들이 뜻을 모아 개원하였는데 암수술, 특히 유방암에 관한 한 최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부산의료선교교육훈련원의 출발은  MMF 나 세계로병원 과는 다릅니다. 이들 기관보다 먼저 시작되었지요.  각지에 의료선교사가 요청되는 상황에서 선교지에 신속히 파송될 수 있는 의료선교사를 발굴, 양성하는 목적으로 지난 1992년, 개원되었는데 선화는 간호학과 학생일 때 양정에 있었던 훈련원에서 한 학기동안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회비를 못 내 수료증은 못 받았다고...)

 의료선교교육훈련원은 현재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산하 기관으로 되어 있으며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경북, 대구 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부산의료선교교육훈련원의 경우  MMF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선교기초과정은 두 학기를 이수해야 합니다.

지난 9월부터 돌연 의료선교교육훈련원(이하 훈련원)에서 훈련받기로 결정한 건...하나님의 인도였습니다. 올 상반기 내내 8월에 있을 카자흐스탄 의료선교활동(이하 미션트립) 준비로 무척 바빴습니다. 이제 두 번째를 맞는 미션트립을 준비하며  의료선교에 대해 체계적인 훈련 필요성을 느끼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기도하며 준비하고 사랑하는 맘으로 현장에서 땀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론적으로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여러 의료선교사들의 실제적인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부산의료선교교육훈련원에서 훈련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부산에선 이만한 교육기관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 과정을 위해 울산, 진주 등지에서 토요일마다 달려오는 분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작년 가을 부산대병원 전임의를 마칠 즈음... 지금 근무하는 좋은강안병원으로 오기 전에, 세계로병원에서 일할 순  없을까 하고 병원을 직접 찾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로병원은 그 당시 새 임상 과장을 받을 만한 여유가 없었고 아쉬운 맘으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훈련원 교육은 꼭 받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왔는데 실천한 셈이죠.

훈련원을 찾은 또 하나의 이유는 부산에서 활동하시는 이 방면의 여러 선생님들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죠. 이런 전문인 사역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공통된 목표에 공감하고 있는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고 교제한다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결국 자산은 사람이니니까요. MMF는 여름마다 인도차이나 반도로 의료선교활동을 떠나는데 의료진이나 장비도 많아 매년 수천명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진료 환자의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대규모 의료선교활동에 대한 know-how를 듣고 싶은 맘도 있었습니다.

 

왼쪽 사진은 강의실 밖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녁 시간이라 자리가 비어 있네요.

부산훈련원의 훈련 과정은 매주 선교 및 의료선교 분야의 전문가, 신학교 교수, 선교사들의 특강으로 이뤄집니다. 매 강의마다 report를 제출해야 하고 한 학기동안 읽어야 하는 필독서에 대한 report를 제출해야 합니다. 또 2/3 이상의 출석, 조별 활동 참여가 요구되지요.

훈련원에 들어올 때는 개인신앙간증문, 담임목사추천서, 회비 20만원이 필요한데 실제 훈련생들을 보면 의료분야 종사자 외에도 다양한 전공의 학생,주부, 직장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료인 중에는 간호사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고 훈련원을 위해 헌신하는 여러 명의 간사들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복잡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세계로병원으로 오는 일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잠이 오기도 하고 지쳐 있기도 하죠.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만 올라와도 분위기는 확 달라지죠. 바로 8층 훈련원에서 부르는 찬양 소리가 맘 속에 울려 퍼지기 때문입니다. 우렁차게 부르는 찬양 속에서 상념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내 영혼은 가장 기뻐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내달립니다.

매주 특강 사이 사이마다 일시귀국한 선교사님들의 생생한 선교지 얘기가 펼쳐지는데 러시아나 타지크스탄,우즈벡스탄 ,몽골 같은 중앙 아시아 선교사님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더 반갑고...더 애틋한 맘이 들고...내겐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이번 학기 훈련원에서 다뤘던 특강 주제를 소개합니다. 매 학기마다 특강 강사와 주제가 달라집니다. 특강 사이 사이에 거의 매주 현지에서 뛰고 계시는 선교사님들의 현장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고 모든 순서 말미에는 기도회를 가집니다.  

1주(9/3)  - MMF의 어제, 오늘, 내일 (이승도/ MMF)

2주(9/10)  - 선교의 성경적 기초 (박시경/GMS)

3주(9/24)  - 세계선교역사(이용남/세계선교공동체)

4주(10/1) - 의료선교정책과 전략(김상순/세계로병원), 선교사의 물질관(오정섭/신라대학교)

5주(10/8) - 선교와 비젼(최무열/부산장신대)

6주(10/15) - 성경 개론(권기현/파서교회)

7주(10/22) - 비교종교학(이병수/고신대)

8주(10/29) - 세계선교환경과 선교접근전략(주누가/GO선교회)

9주(11/5) - 선교사의 영적전쟁과 중보기도(서일동/예수전도단)

10주(11/12) - 포스트모더니즘과 선교(문상철/한국선교연구원)

11주(11/19) - 미전도 종족과 선교지 연구조사(조명순/ AAP 본부장)

12주(11/26) - 공동체 훈련

13주(12/3) - 2005년도 2학기 종강예배 및 이수, 수료식

 

매주 토요일마다 6시간씩 훈련 받는 일에 있어 가장 큰 조력자는 선화와 아이들입니다. 여유가 있어야 할 주말임에도 선교훈련 받는답시고 밤 10시 반이나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선화가 없었다면 애시당초 이런 훈련은 생각도 못하는 일이죠. 선화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주변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제게 가장 훌륭한 조력자입니다. 좀 지나치다 싶으면( 즉흥적이고 덤벙거리고 서두른다 싶으면 )  어김없이 제동을 걸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면 언제나 용기를 북돋아 주니까요.

이번 훈련은 우리 가정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카자흐스탄 미션트립을 마치자 말자 9월부터 시작된 훈련...한 달 정도 지날 즈음 최무열 교수님(부산장신대)의 '선교와 비젼' 이라는 강의를 들으며 작은 결심을 하고 선화와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즉흥적인 것 같기도 하고 기도가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도 되지만 내게 이런 맘이 주어졌던 건...이번 훈련을 통해 하나님이 부어 주신 은혜라 믿습니다. 최 교수님의 창세기 22장의 아브라함 얘기와 시편 110편의 강의를 들으며....우리 삶이 좀 더 헌신되어져야 함을 느꼈습니다.

결국 우리는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 선린병원으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동대학교 선린병원 역시 선교기지병원을 표방하며 수많은 장,단기 선교사를 파송하는, 명실상부한 선교병원입니다. 국내에 수많은 기독 병원이 있지만 일반 병원과 별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현실에서,  명실상부 의료선교에 목표를 맞추고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병원은 광주기독병원,안양샘병원,부산세계로병원 등 몇 개에 불과합니다. 한동대 선린병원은 550병상 정도의 종합병원이며 CCC 아가페 출신 선생님들과 국제협력의사 출신 선생님..그리고 많은 기독의사, 간호사, 직원들이 이러한 한 가지 목표 아래 모여 있는 병원입니다.

카자흐스탄 미션트립을 준비하던 지난 6월 어느 날...선린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의사가 필요한데 오지 않겠느냐' 며 제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당시는 근무한 지 3개월 밖에 안 되는 병원을 그만 두고 나간다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력한 나, 주위 환경에 휩쓸리는 나를 보게 되었고...이번 훈련을 받으며 하나 뿐인 내 삶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가장 기쁘시게 드릴 것인가 더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부산에 있느냐 포항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 온전히 거하고 있느냐' 가 핵심 사항 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안에 뿌리를 내리고 그 분의 임재 속에 살아간다면 우리가 어디있든지 아무 염려 없습니다. 또 우리는 '의료선교만이 최상의 과제' 라는 명제도 부정합니다. 기독 의사로서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하시는 곳은 무궁무진하고 다양합니다. 단지 우리 가정에게 주신 일터 중 하나가 '해외의료선교' 일 뿐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 가정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이는 명약관화 해집니다. 카자흐스탄 국제협력의사, 카자흐스탄 미션트립, 세르게이 초청, 카자흐스탄 선교 동원에 쓰임(양산교회에서 아스타나장로교회 건축비로 많은 금액을 후원, 세르게이 학비 지원 등...), 카자흐스탄 선교사님과의 계속되는 교제... 

지금 근무하는 좋은강안병원에도 훌륭한 동역자들이 있지만 의료선교, 구체적으로 해외의료선교를 자신의 비젼으로 받고 헌신하길 원하는 선생님들이 선린병원에 모여 있다는 점과 선린병원으로 가게 되면 앞으로 해외의료선교 방면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진다 는 점이 포항 행을 부추겼습니다. 처음 포항행을 결정했을 때는 구체적으로 몇 년 후 선교지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는 어리석은 생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고 모든 일은 하나님이 손 안에 있음을 인정할 뿐입니다. 잔꾀를 부리던 야곱처럼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래의 일도 온전히 주님께 맡긴 채...그 분만 의지하고 엎드린다면 강팍한 나를 변화시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게 해 주실 줄 믿습니다.

정작...포항으로 가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 잘 모릅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포항으로 가라는 맘을 주신 것에 주목할 뿐입니다. 선화는 자주 얘기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 우리가 포항에 가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하나님의 계획은 알 수 없는 법...우린 그저 본토,친척,아비집을 떠나는 맘으로 포항으로 갑니다.

카자흐스탄을 다녀 온 뒤 생긴 변화 중 하나라면 국내라면 어디나 다 똑같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30년 이상 살던 고향, 부산에 대한 미련도 없습니다. 가야 한다면 언제든지 홀가분한 맘으로 우리를 보내시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되었죠. 현 근무지에서 내년 2월까지 근무하고 3월부터 포항에 있는 한동대 선린병원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예배라는 형식','복음전도라는 형식','세계선교라는 형식'에 얽매여 정작 본질인 하나님을 놓치기 쉬운 이 시대에... 부족하지만 우리 하나님만 참 예배하고 그 분만 기쁘시게 하는 가정이고 싶습니다.


  
선교기지병원(Mission Centered Hospital)이란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으로 의료 선교의 전진 기지, 베이스 캠프가 되는 병원입니다. 선교기지병원의 목표는 전 직원이 비거주단기의료선교사로 훈련받는 선교공동체가 되어 다양한 직종의 의료선교사들을 훈련하고 장단기의료선교팀을 파송함으로써 세계 선교의 효율성을 높이고, 연합과 협력사역을 통해 전 세계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것입니다.

 

 1.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병원 입니다.
 2.  전 직원의 선교 공동체입니다.
 3.  의료선교의 전진기지 (Medical Mission Based Camp) 입니다.
 4.  전적인 헌신이 있습니다.
 5.  선교 중심의 병원으로 지상명령 성취를 위해 헌신합니다.
 6.  의료 선교 전략을 개발합니다.
 7.  의료 선교 훈련 센터를 운영합니다.
 8.  전 직원의 비 거주 단기선교사화합니다.  
 9.  세계 선교 중보 기도 센터를 운영합니다.  
10. 선교사와 함께 합니다.
11. 지역 사회와 함께 합니다.

 

  

 *포항 선린병원의 정식 명칭은 '한동대학교 선린병원'입니다. 1953년 미 해병 진료소로 시작된 이 병원은 1997년 한동대학교에 기증되면서 한동대학교 재단으로 통합되었습니다. 550 병상 규모로  2000년대 들어 선교기지병원 기치 아래 많은 기독 의사들이 모여 들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20여 차례의 해외의료선교활동(2주 가량)을 나갔으며 진료 과장 출신의 세 가정이 장기 선교사로 파송되었습니다.

 


 아래는 지난 2003년 선린병원을 처음으로 다녀온 뒤 적은 글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뒤 처음 찾아 간 병원이 바로 선린병원이었습니다. 그 당시 어렴풋이 언젠가 이 병원에서 근무할 것 같다는 얘기를 선화와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포항 선린 병원을 다녀와서    한국 최초의 선교 기지 병원    03.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