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으로 떠나며

카자흐스탄으로 떠나기 전 날 밤입니다. 내일 아침 9시...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에 오르는 것으로 우리 여정은 시작됩니다. 3일 전에는 의료봉사가 열리는 산청군의 한 교회에서 부산의대기독학생회 소속 학생들의 파송식이 있었고...오늘은 양산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손을 들고 파송의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이제 주님의 명령대로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 여름...이 짧은 7박 8일의 시간을 위해 지난 6개월의 시간동안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함께 떠날 학생들과 함께 예비 모임을 가진 것이 일곱차례...이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떠나기 전 날 밤...카자흐스탄을 위한 몇 가지 기도제목을 남기고 떠나려 합니다.

겉보기에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지(카스피해)와  세계 최대 광물 자원국이지만 그들의 실상은 참담합니다.

  

카자흐 인들은 예수를 영접하기 어렵습니다.

120여 민족으로 구성된 카자흐스탄에는 크게 두 개의 민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55%를 차지하는 카자흐인과 35%를 차지하는 러시아 인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 사실은 카자흐스탄의 특징과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카자흐스탄의 주요 도시를 걸어 보면 러시아어로 적힌 간판과 카자흐어로 씌인 간판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어와 카자흐가 동시에 사용되는 곳...그 곳이 카자흐스탄입니다. TV도 러시아어 방송 채널과 카자흐어 방송 채널이 따로 존재합니다. 대도시 거리에서는 금발과 백색 피부를 지닌 슬라브 민족인 러시아인들과 검은 머리카락에 눈이 큰 카자흐인들을 비슷한 빈도로 만날 수 있습니다.

8세기 탈라스 국제전을 통해 무술만화 된 투르크인들이 살고 있던 중앙 아시아는 11-12세기 거란, 12세기 후에는 몽고족의 지배를 받아 왔습니다. 카자흐 민족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15세기 경이고 이들은 잠시 독립 국가를 유지하다 주변 강대국에 위협을 느낀 18세기 후반, 스스로 러시아에게 합병을 요청하고 소비에트 연방 시기로 접어 듭니다.

러시아와의 합병 이후부터 끊임없이 러시아인들과 갈등을 빚어온 카자흐인들은 소련의 스탈린 시절 추진되었던 집당 농장법에 의해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됩니다. 양떼를 이끌고 초원을 유랑하는 것이 그들의 삶이던 카자흐인들로선 그들 소유의 양을 뺏기고 한 곳에 정착해야 하는 것은 죽음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결사 항전했고...이 과정에서 약 절반의 카자흐인들이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1990년, 소련 해체 후 카자흐인, 그들의 나라가 세워진 지 15년...그들은 이제 이슬람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카자흐인의 정체성을 찾으려 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이슬람교를 떠나서는 어떤 공직도 가질 수 없으며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실은 '조상의 원수인 러시아인의 신'을 받아들이는,  반민족적 행위로 간주됩니다. 가족과 친지로부터 떨어져 나가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스타나 UBF 같은 대학생 선교단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상당수의 현지 학생들이 고아라는 사실에서 보더라도 예수 믿는다는 것이 카자흐인들에게 얼마나 큰 모험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카자흐인들은 매를 무척 좋아합니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가치관의 혼란 속에 있습니다.

15년전까지만 해도 카자흐스탄에는 거지가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난 뒤에도 여름이면 비행기를 타고 카스피해에서 여름 한 철을 지낼 만한 연금이 지급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리 독립 이후 사회가 급속도로 자본주의화 되어 가면서 이전에는 못 보던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지가 생겨나고...나이 든 노인들은 연금 만으로는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술과 마약에 빠져 들고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어 졌습니다.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져서 아스타나 시가지에는 신형 벤쯔, 아우디, 랜드크루이저가 쏜살같이 달리고 아이들을 위한 고급 의류점이 생겨 나고 있지만, 하루에 몇 백원의 식비로 끼니를 겨우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이 바로 이 곳, 카자흐스탄입니다. 석유를 통해 벌어 들이는 외화들이 소비재 수입 산업에만 몰리고 있고 일부 계층 사람들에게만 분배되고 있는 것이 이 사회의 큰 문제점입니다.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던 공산주의가 몰락한 뒤...그들의 가치관은 혼돈상태에 빠져 버렸습니다. 공산주의를 대신하여 들어온 자본주의 정신은 그 땅의 젊은이들에게 사치와 퇴폐 문화에 빠져 들게 했고 오랜 무신론 문화 속에 길들여져 있던 그들에겐 전통 이슬람 정신도 별 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채 가치관의 공백은 물질 만능주의로 빠져 들게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많은 젊은이들은 방황하며 그저 하루 하루의 삶에 몸을 내맡기며 살아가는 곳이 바로 카자흐스탄의 현실입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는 '금전 만능주의' 뿐입니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러시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10세기 말엽 키에프 공국의 블라지미르 대제에 의해 기독교(동로마교회, 그리이스 정교)를 국교로 받아 들인 그들은 명목상으로는 1000년의 역사를 지닌 기독교인들입니다. 길가는 러시아인들을 붙잡고 물어 보면 모두가 자신은 크리스챤(기독교인)이라고 말합니다. 겉보기에 그들은 세례를 받았고 십자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도 역시 선교사가 필요합니다. 아니...하나님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1000년 전통의 기독교 문화 속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 났다는 것만 봐도 그들의 신앙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공산화 이후 오랜 시간동안 무신론 체제하에서 살아 왔기에 그들의 종교는 형식적이고 죽은 신앙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교회의 예배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겉모습에 치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물론 우리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성경을 전혀 읽지 않고 배우지 않고, 성경의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정교회 사원 안에 새겨진 수많은 성상 앞에서 성호만 긋고 나가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지난 7월 25일, 부산의대기독학생회 의료봉사(산청군) 기간 중에 의료선교여행팀의 파송식이 있었습니다. 이 날 성용이는 교회 행사로 빠졌습니다. )

 

우리는 섬기러 갑니다.

이런 카자흐스탄 땅으로 우리는 섬기려 갑니다. 외국인 선교사가 교회를 열었다고 하면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심장 속으로 들어 갑니다. 예수 믿는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리기 어렵고, 예수 믿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축되고 조심스러워지는 사회 속으로 들어 갑니다.

먼저 우리는 그들을 온전히 섬기고 사랑하고자 합니다. '하나님' 이란 단어에 상처받아 왔던 카자흐인들, 수 많은 세월동안 형식주의에 물든 러시아인들, 무신론의 나라에서 물질만능주의로 변해 가는 수 많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나아가려고 합니다.

우리의 섬김이 그들의 상처난 마음을 위로하고 하나님과 화목케 되는 도구로 사용되길 소원합니다.  비록 부족한 우리 모습이지만, 부족한 재능과 장비들이지만...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대하며 우리가 가진 것을 주께 내어 놓습니다.

또한 우리는 하나님이 이번 일을 통해 어그러지고 왜곡된 우리의 삶과 가치관도 회복시키실 줄 믿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키며, 세계 선교를 위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이번 여행 기간 내내 가르쳐 주실 줄 기대합니다.

이번 여행을 놓고 부산의대기독학생회가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훈련받고 소명을 받는 시간이지만 전체적으로 장기적으로는 부산의대기독학생회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를 품게 되길 기대합니다.

우리 가정이 기대하는 바도 있습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2년 반 동안 카자흐스탄에서 살아왔던 삶 속에서 깨닫고 부어 주셨던 비젼을 다시 한 번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두고 왔던 선교사님들과의 재회를 통해 중보 기도자로, 선교 동원가로 살아가는 새 과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시시각각 변하는 카자흐스탄의 변화를 인지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가정이 걷고자 하는 선교사역의 밑그림을 그려 볼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제 7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결혼 전 날 밤에도 이렇게 글을 쓰며 내일 일을 기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설레임으로 기다립니다.  

오랜 시간 동안 중보 기도해 주셨던 수 많은 지체들에게...8월 8일까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벌어질 뜨거운 영적 전투를 위한 기도를 다시 요청합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그 곳에서의 일들을 생생하게 전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샬롬!

 

기도 제목

1. 카자흐스탄은 입출국 절차가 까다롭기 유명한 곳입니다. 알마티 신공항을 통한 입국은 저희 가족으로서도 처음인데...입출국 심사, 통관 절차 속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 우리의 진료 활동은 어떻게 보면 카자흐스탄 현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항입니다. 현지 당국이 의료 행위를 문제 삼지 않도록, 우리가 사용하는 약에 대해서도 자국 심사를 거쳤는가에 대해 문제 삼을 수 있는데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모든 단기의료팀(미국 등을 포함한)은 이런 문제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3. 팀원들의 건강, 동행하는 아이(형민, 시은)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진료 기간 동안 마귀의 영적 방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중보 기도를 요청합니다.

4. 현지에서 만나게 될, 수 많은 도움의 손길들을 예비해 주시고, 선교사님들과 국제협력의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팀원들이 큰 도전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