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에 만난 선교사

올 여름 우리 가족은 부산의대기독학생회와 함께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의료선교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우리가 가게 될 아스타나에는 현재 박유석/진도예 선교사님(나사렛/아스타나 나사렛교회), 손귀목/이혜숙 선교사님(기성/베필교회), 변찬석/윤영옥 선교사님(UBF), 김명희/이영분 선교사님 (바울선교회/아스타나 장로교회), 윤프란시스/수잔나 선교사님 (UBF), 남성택/박용주 선교사님 (예장고신/수이어스펜설록교회), 김창식 선교사님 부부 등 모두 일곱 가정의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습니다. 김창식 선교사님의 경우... 아스타나 정착을 위해 집을 구하던 시절 자주 만났던 분이라 친분이 깊긴 하지만 현재 사역하시는 교회에 대해선 구체적인 정보가 없습니다. 이번에 아스타나에 가게 되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아스타나를 거쳐갔던 선교사님 가정도 제법 됩니다. 이후선/고강숙 선교사님(침례교), 김아스카르/이마리야(침례교), 박선희(기성), 박건순 선교사님 등이 아스타나를 배경으로 선교 활동을 펼치셨던 분입니다.  지금은 까라간다, 알마티 등지로 사역지를 옮기신 상태지요.

1996년도부터 아스타나에서 사역하셨던 박유석/진도예 선교사님은 이미 반듯한 건물을 가진 아스타나 나사렛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계시지만 나머지 교회, 특히 김명희 선교사님과 손귀목 선교사님 교회 등은 예배당 건축에 한창입니다. 많은 후원자들의 기도와 물질로 인해 예배당 건물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선교사님과 현지 교인들의 고생은 말이 아닙니다.

최근 아스타나에서 사역하시는 김명희 선교사님의 아내이신 이영분 선교사님이 한 달간 일시귀국하셔서 저희 가정에 연락을 주셨습니다.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에서 머물다 서울로 올라가셨지요.

(위 사진은 2001년, 우리 가정의 아스타나 정착 초기 모습입니다. 선화 등에 업힌 형민이를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지요. 선화 바로 옆에 서 있는 빨간 옷을 입으신 분이 바로 이영분 선교사님이십니다. )

이영분 선교사님은 부친의 병세가 위독해짐으로 인해 입국하셨지만 사실...지난 3년간 선교사님을 괴롭혀왔던 복통에 대한 정밀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한 귀국 목적이었습니다. 대전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셨는데 "대장에 궤양이 있다" 는 얘기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제 전문 분야인데...대전에서 처방 받은 약과 대장 내시경 소견을 종합해서 선교사님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딱 2년 전의 일입니다. 2003년 5-6월 경, 이영분 선교사님은 심한 복통으로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꼼짝달싹도 할 수 없는 통증이었죠. 현지 병원은 믿을 수가 없었기에...가지고 있는 수액과 진경제로 대증 치료만 해야했던 안타까운 시절이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복통은 혈관이 막힌 듯한 양상이었는데...혈관 조영 CT가 없는 아스타나에선 이에 대한 검사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통증은 며칠 후 잦아들었지만 이 후에도 이런 통증은 여러번 반복되었습니다.  

이번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나타난 대장 궤양은 비특이적인 것이지만, 혈압이 있었던 선교사님이 평소 교회 일(건축을 포함한...)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으셨던 점을 주목해 본다면 장간막 혈관의 폐쇄나 허혈성 대장염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아스타나 장로교회가 임시 예배 처소로 사용하는 미술관 입구에서...)

부산에 오신 이영분 선교사님은 양산교회(담임목사 신수인)의 주일 오전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광고 시간에 나가셔서 양산교회에서 보여준 사랑과 수고에 감사의 말을 전하셨고 현재 진행중인 아스타나 장로교회 건축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하셨습니다. 양산교회는 7월 중에 한 주 헌금을 해서 아스타나 장로교회의 건축을 돕기로 했습니다.

오후에는 부산 개금교회 저녁예배 시간에 선교 보고를 하셨습니다. 하루종일 선교사님과 함께 지내며 많은 생각을 가졌습니다. 선교사님이 아스타나의 상황들을 얘기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반응했지만 사실...우리 가족만큼 지금 아스타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가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안타까움과 함께 그 곳에서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선교사님은 부산에서 이틀 정도 더 머무시다가 서울로 올라가셨습니다. 7월 말까지 한국에서 머무시다가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십니다.

이영분 선교사님을 만났었던 그 날... 또 한 분의 카자흐스탄 선교사님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영분 선교사님이 부산에 도착하셨던 밤 10시였었는데 오후 4시 경에 알마티 라큼 교회의 최진규/최에스더 선교사님 부부를 선화와 함께 만났었습니다. 라큼교회는, 우리가 카자흐스탄에 막 도착한 뒤 3개월 동안 출석했던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교회입니다. 이후 아스타나로 이주하게 되면서 교회를 떠나게 되었지만 알마티에 들를 때마다 방문했을만큼 친근한 교회입니다. 2003년 의료선교여행 때에는 라큼 교회를 의료 선교 일정에 포함시키기도 했었지요.

최진규 선교사님 내외분은 교단(예장 고신) 선교 50주년 행사 참석차 일시 귀국하셨습니다. 선교 대회는 경주에서 열렸었는데 서울로 올라가시기 전,  반가운 선교사님 내외분을 모시고 라큼 교회 출신의 안병재 선생님 부부와 몇몇 단기팀원들이 모여 선교사님의 얘기도 듣고 축복과 격려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로 한 것입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만났습니다. 얘기는 자연스레 라큼교회의 지난 시간에 대한 회고로 흘러 갔습니다. 선교사님은 지난 몇 개월 동안 라큼 교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려 주시며 교회를 위한 특별한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위 사진에서 아기를 안고 계시는 분이 최진규 선교사님이시고 선화 바로 옆에 있는 분이 최에스더 선교사님이십니다. 최진규 선교사님이 안고 있는 아기는 바로 둘째 시은이죠.)

이영분 선교사님, 최진규 선교사님...모두 카자흐스탄에서 뵙고 이번에 처음 뵙는 얼굴입니다.

하지만...부산역에서 이영분 선교사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식당에서 최진규 선교사님 얼굴을 봤을 때도....마치 어제 봤던 사람을 오늘 다시 보는 듯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귀국 이후 한국에서의 지난 1년 6개월이 꿈이었고 나는 여전히 카자흐스탄에 있는 거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죠. 이영분 선교사님이 제 차에 올라타시는데...카자흐스탄에 두고 왔던 여러 감회들이 다시 떠 올랐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삶을 계획하고 계시기에 그 분의 시간에 그 분의 방법대로 우리를 사용하실 줄 믿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우리는 우리 가정 속에 찾아 온 '카자흐스탄' 이라는 나라가 갖는 특별한 의미에 대해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에서 2003년까지...결혼한 지 채 1년 반도 안 된 젊은 부부를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셔서 2년 반 동안 선교지의 가장 치열한 최전방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게 하셨고 선교지의 가장 은밀한 골목에서 우리의 연약함과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이건...하나님의 특별한 섭리였습니다.

카자흐스탄을 떠나 오던 날.... 동고동락했던 선교사님들을 내버려 두고 나 혼자 도망쳐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비장한 맘으로 한국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 후 1년 6개월이 흘렀습니다. 지금도 확실한 것은, 젊은 시절 선교지 카자흐스탄에서 가졌던 그 특별한 경험들로 인해 우리 가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중요한 목표를 세웠다는 것입니다. 아마 카자흐스탄에서의 생활이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오묘하기만 합니다.

2004년에는 아스타나 장로교회의 세르게이가 한 달동안 저희 집에 머물며 한국 교회를 보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었고 아스타나에서 활동하시는 남성택, 김명희 선교사님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하나님은 우리 맘 속에 크고 뚜렷한 청사진을 그리고 계셨습니다 . 올 해에도 이렇게 알마티의 최진규 선교사님, 아스타나의 이영분 선교사님을 직접 뵙고 그 곳의 일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오는 8월에는 아스타나로 다시 의료선교여행을 떠납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는 이 모든 일 속에서 하나님의 계획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

교회 안에 수 많은 지체들이 있음도 귀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성으로 인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고백이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만이 알고 계시는 자신의 인생 설계도 대로 달려가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늘 우리를 흥분하게 만듭니다. 너무 멋진 일이죠.

하나님은 우리 가정에게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를 품고 헌신하라는 대사명을 확실히 맡겨 주셨습니다. 사람과 시스템을 통해 이렇게까지 확실히 보여 주시는 사명을 무시한다면 광야길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자신을 구원하시고 인도하시는 그 분에 대한 반항과 불순종의 삶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맡겨 주신,  카자흐스탄에 대한 중보와 동원이라는 큰 임무를 내 평생의 삶을 통해 성취해 가고 싶습니다. 남은 인생을 한국 땅과 카자흐스탄 땅에서...그 분에 대한 특별한 감정과 열정으로 태우고 싶습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던 미디안 광야의 모세에게 어느 날 찾아 와 말씀하시고 사명을 주셨던 것처럼....그 분은 우리의 마음판에 지울 수 없는 뚜렷한 사명을 새겨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린 행복하기만 합니다.

참 멋진 하나님이십니다.    2005.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