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감기

봄비가 내리면서 벚꽃들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양산으로 향하는 도시고속도로 변에서도 생각지 않은 연분홍 꽃다발을 한아름 선물 받게 되는 계절입니다. 아파트 진입로에서도 벚꽃 축제는 벌어지고 있고...아마도 올 주말이면 남천동의 벚꽃 잔치는 피크를 이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봄 길목에서..우리 가족은 심한 독감을 앓고 있습니다.

세 아이를 기르는 것이 가장 어려울 때는 이렇게 병치레를 할 때입니다. 누가 기침이나 콧물을 시작하기만 하면...며칠 지나지 않아 온 가족이 콜록거리고 열이 나는지라 올 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몇 주째 독감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유달리 독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세 아이는 물론이고 선화나 저까지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고생하고 있으니까요.

일주일 전에는 시은이가 열경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다 보면 밤에 갑자기 열이 나며 경련을 하는 아이를 들쳐 엎고 달려 오는 엄마들을 쉽사리 만날 수 있는데...바로 우리 가정에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병원 근무를 하고 있던 지난 주의 어느 오후....다급한 목소리의 선화 전화를 받고 급히 아파트로 올라가 보니 시은이의 손은 꽉 쥐어져 있었고 눈도 한 쪽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열이 많이 오른 것 같고...열 경련이었습니다. 선화도 처음 당하는 일이라 잔뜩 겁을 먹고 있었죠.

선화를 안심시키며 좋은강안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고...도착하자말자 수액과 해열제를 주사했습니다. 체온이 39도를 넘기에 웃옷도 하나 벗기고...물로 몸을 닦아 주며 열이 식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별 일 없었습니다. 소아과 선생님이 봐 주시고...아빠와 함께 퇴근할 때까지 수액을 달고 병원 로비 한 구석에 엄마랑 앉아 있어야 했지요.

사실 열경련 탓에 시은이에게 관심이 모아졌지만 형민이나 성은이도 기침,콧물 감기로 같은 고생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매년 봄만 되면 홍역처럼 앓고 지나는 이 감기때문에 우리 가정은 늘 심한 고생을 합니다.

감기가 오면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연일 계속되는 집들이 손님을 받느라 최근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쉬질 못했고, 형민이나 아이들 모두 새로 이사 온 집과 선교원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 올 감기가  쉽게 끝나지 않는가 봅니다.

사진은 아이들이 앉아 약을 먹는 모습입니다. 세 아기가 모두 아프니 아빠가 받아오는 약봉투만 해도 한아름입니다.

약도 종류가 다양해서 알록달록한 색상의 시럽들을 거실에 펴 놓고 약을 먹이고 있노라면 마치 소꿉놀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아기들이 아프면 선화는 아빠가 내과 의사라도 소아과 의사 선생님을 따로 찾습니다. 사실...잠시 다른 병원 대직 의사를 할 때에는 소아과 환자도 많이 보고 소아과 처방도 많이 냈었는데...선화는 제가 불러 주는 처방은 못 믿는 모양입니다. 소아과 전문의만 찾으려고 하죠.

 

아이들만 아프고 어른들이 건강하면 그래도 다행인데...이번 감기의 가장 큰 문제는 저도 감기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과 의사가 감기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한다면 우스운 일이겠지만...감기 우습게 보다가 이번에 아주 큰 코 다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이번 감기로 몸이 안 좋기 시작한 날은 바로 새벽별 집들이(our story 참고) 날 이었습니다. 사실 이 날도 열이 많이 올랐고 컨디션이 무척 안 좋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정된 집들이 날짜를 바꿀 순 없었고 예정대로 손님들이 찾아 왔었습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한 집들이는 밤 늦게까지 방문한 손님들로 인해 밤 9시 반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했더라도 그 뒤로 계속 쉴 수 있었다면 다행인데...문제는 그 뒤로 강행군이 계속되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자초한 일이죠. 환자가 지난 주부터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입원환자가 열 명이 넘게 되자 병원 일도 많아졌습니다. 특히 목요일...부산대학병원에서 열린 소화기내시경 의사들의 '조기위암집담회'가 마친 뒤 교회 학생들의 학교 방문을 위해 밤 중에 양산으로 찾아 간 것이 가장 큰 유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고 2반 교사를 하고 있는 저는 주 중에 우리 반 아이들의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을 격려하고 있는데 이번 주는 양산 어곡 공단 안 쪽에 위치한 경남외고를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야간 자율 학습이 밤 10시 40분에 마치기에... 이 시간에 맞춰 통닭을 사들고 야간 운전을 해서 찾아갔는데...가뜩이나 기침이 심할 때 운전을 한 것이 제 호흡기에 치명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밤길 고속도로를 달려 사랑하는 학생들을 만난 건 너무도 아름답고 좋은 추억이었지만...그 뒤로 시름시름 앎기 시작했고 지금 며칠 째 고열에 근육통,안구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오늘 주일은 오전 예배도 참석하지도 못했습니다. 겨우 오후 1시 반 중고등부 예배 시간에 맞춰 양산교회에 도착했지요.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전쟁입니다. 편안하게 앉아서 아이들과 식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

몸이 힘들다 보니 교회에서 맡은 일을 하는 것도...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어렵습니다. 주일이지만 병원에 나가 병상에 누운 환자들을 돌아 봐야 하지만 이것 역시 아픈 몸으로는 힘겨운 일입니다.

옛날과 다른 체력을 탓할 게 아니라 내 몸을 잘 알고 관리해야 하는데 최근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늘 마음만 앞서서 일을 먼저 시작하는 제게 이번 주의 경험은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만 1살 3개월의 성은이가 잘 부르는 노래가 하나 있는데 바로 TV CF에 나와서 유명해진 "아빠 힘네세요" 라는 노래입니다. 그 조그만 입술로 뭐라 중얼거리다가 '아빠 힘네세요' 라는 부분에선 또렷하게 노래를 불러 댑니다.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힘을 내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가 바로 몸이 아플 때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알만한 사람들의 새로운 질병 소식에 깜짝 놀라게 되는 요즘...내 약한 육신을 건강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게 됩니다.  

이번 주 빨리 몸이 정상화되어서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감사한 맘으로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프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가르쳐준 귀한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2005.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