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터-좋은강안병원

저는 지난 2005년 3월 2일부터 좋은강안병원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이 병원은 405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부산에서도 큰 병원 축에 들어갑니다.  부산의 좋은삼선병원과 좋은문화병원 등을 보유한 은성의료재단은 좋은강안병원까지 개원하게 됨으로써 전체 병상규모가 1020 병상에 달하는,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의료재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새 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사람으로서 병원 홍보를 잠깐 해야겠네요. 강안병원의 특징은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입니다. 지하4층, 지상13층, 연면적 7500평 규모의 이 병원은 호텔급 시설, 실내 장식, 건축재를 사용하고 있으며,(와 보면 아시겠지만) 부산 최초로 지하철 역과 병원이 지하 통로로 연결되는 등  탁월한 편의성을 자랑합니다. 모든 병실에서 앞이 탁 트인 바다와 광안대교를 내려다 볼수 있고 뒷편으로 금련산이 있어 휴양지에 온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원한 병원답게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기(PET-CT), 심혈관 촬영기를 비롯한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고 부산에서는 최초로 종이 차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 등을 시작하는 병원이기도 합니다.

최근 침체된 사회 분위기 탓에 종합병원 과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개업을 꺼리게 되자... 새로 배출되는 젊은 의사들이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부산 시내 종합병원에서 내과 의사로 근무하게 되려면 내과 전문의라는 자격만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는 그저 내과 전문의가 아니라 '순환기 내과 전문의', '소화기 내과 전문의' 같은 특정 질병에 대해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 분과 전문의'를 찿고 있는 추세여서 종합병원에서 근무할 생각이 있다면 내과 전문의가 된 후에도 대학병원에서 일정 기간 동안 분과 전문의를 취득을 위한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작년에 제가 양산에서 1시간 반이나 떨어진 부산대학병원을 출퇴근하며 1년간의 전임의 생활을 한 것도 바로 이 세부 분과 전문의- 즉, 소화기 내과 전문의를 취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좋은강안병원에 제가 어떻게 해서 오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면...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 때문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절 이 병원에 보내시려고 그 힘들었던 부산대병원 전임의 과정을 밟게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강안병원이 준공을 앞두고 있고, 곧 개원하게 된다' 는 사실은 부산대병원 소화기 전임의를 시작할 때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전임의 과정에 있던  많은 젊은 소화기 의사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병원으로 이  유망한 병원을 쉽게 떠 올렸습니다. 하지만 병원 의료진 인선에 관한 어떤 얘기도 들리지 않고, 이미 부임하기로 내정된 의사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자 모두들 그저 사태의 추이만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저 역시 소화기내과 전임의 과정 내내 장래 진로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대학병원에 계속 남아 있는 건 내 길이 아니다' 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변 환경, 내가 원하는 삶, 나의 열정과 관심 분야 등을 고려해 볼 때 어서 빨리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소화기 의사로서 일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대형 병원 소화기 내과에는 빈 자리가 이미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 몇 병원에서 오라는 얘기가 있긴 했지만 모두 내키지 않는 곳들이었습니다.

제가 찾는 병원의 조건은 이러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을 품고 있기에 여름마다 의대 학생들과 함께 카자흐스탄을 의료선교활동을 떠나는 것이 가능한 병원(열흘 이상...), 직업적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 좋은 동료 의사(특별히 동역자로서 크리스챤 의사)가 있는 병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임의 시절 내내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처럼 답답해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9월 경에는 마음에 드는 몇몇 병원을 직접 찾아 가서 소화기내과 의사가 필요한지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세계로 병원, 침례병원, 강안병원 이 세 곳이었죠.

저는 크리스챤에게는 우연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내게 벌어지는 모든 일은 하나님의 주관 속에 펼쳐지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 문제도 골머리를 앓을 필요없이 전적으로 주님께 맡기면 되겠지만 그 시절은 특유의 조바심으로 힘들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작년 10월의 어느 날 밤...부산의대기독학생회 선배인 문재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의 요지는 전화를 해 오신 문재현 선생님과 저 그리고 이동현 선생님(나중에 설명할께요.), 이렇게 세 사람이 한 팀을 이뤄 좋은강안병원 소화기내과에 지원해 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땐...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당시로선 이동현 선생님은 계속 대학병원급에 계실 것처럼 보였고, 좋은강안병원 이사장이 우리를 선택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후 3개월 동안...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 세 사람은 좋은강안병원 소화기 내과의 3인의 과장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좋은강안병원 홈페이지에 발췌한 내용입니다. 바로 이 세 사람이 바로 그 세 사람입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부산대병원에서 내과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이후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소화기 전임의 과정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공통점은 세 사람 모두 크리스챤 의사라는 점입니다.

문재현 과장님은 저와 함께 부산의대기독학생회 출신이십니다. 저보다 2년 위 선배시죠. 침례병원 내과 과장을 거쳐 한사랑내과병원에서 근무하시다가 우리와 합류하게 되셨습니다. 침례병원 내과 과장이라는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문재현 선생님은 다른 두 사람보다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분입니다. 게다가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안정된 리더쉽의 소유자이기도 하지요. 새벽별(부산의대기독학생회 졸업생모임) 을 통해 늘 만나고 교제하는 믿음의 선배님이십니다. 부산 부민교회를 섬기고 계십니다.

이동현 과장님은 문재현 선생님과 동갑이지만 병리과 공부를 1년 더 하신 탓에 소화기는 1년 늦게 마치셨습니다. 그래서 소화기 2과장을 맡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중 유일하게 대학병원에서 소화기 전임의 과정을 2년 이나 하신 분이십니다. 동아대학병원 전임강사도 거치셨고 부산대병원 소화기 출신으론 처음으로 SCI 논문을 쓰는 등...학구적인 면에선 교수님들도 인정하는 탁월한 실력가 입니다. 이 분 역시 새벽 기도를 위해 교회 근처로 집을 옮겨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믿음의 선배입니다. 부산 수영로교회를 섬기고 계시죠.  

 저는 두 분보다 두 살 아래입니다. 그래서 3과장이 되었습니다. 대학병원 밖 현장 경험에서나 학술적인 면에서 두 분보다 한참 딸리기에 이 두 분을 모시고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다행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강안병원에 오기까지... 일일이 거론할 수 없는 수 많은 변수가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 자리로 가라는 주임 교수님의 압력이 두 분 선생님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가면서 강안병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교수님과 그렇게 충돌해가면서, 그렇게 무리수를 떠 가면서, 궂이 강안병원으로 세 사람이 똘똘 뭉쳐 올 이유가 있었냐고 고개를 갸웃거리지만...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하나님의 강권적인 인도하심을 느낍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7시 반 아침 모임을 가집니다. 질병에 대한 지식과 기술 향상을 위해 가지는 모임입니다만 이 모임이 마칠 때마다 돌아가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가 만나는 사람마다...진료하는 순간마다...하나님의 은혜를 입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좋은강안병원 진료실에서...주일 밤, 교회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병원을 들러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러고 보면...그렇게도 바랬던 병원, 정말 내가 원했던 모든 조건을 갖춘 병원에서 저는 지금 근무하고 있습니다. 커피향이 은은한 호텔 같은 병원에서 하나님 말씀을 묵상할 수 있는 아침이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때론 바쁘고 긴박한 순간이 있지만...내가 돌보는 환자이기에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애착이 가고 정성이 모아지는 것도 과장이 되면서 느끼게 된 행복한 기분입니다.

물론 이제 2주 밖에 안되는 병원이기에 제대로 모든 시스템이 갖춰지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그래서..더 보람있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소화기 내과의 세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로 뭉쳐 있고 그 믿음 안에서 즐겁게 일하는 병원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병원의 몇 몇 임상과장님과 간호사, 간호조무사와 더불어 병원 신우회의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 내내... 마치 입학식에 서 있는 신입생마냥 흥분과 기대가 솟구쳐 오름을 느꼈습니다.

1996년 2월...의과대학을 졸업 후 의사 면허증을 받아 들고 병원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째입니다. 부산대학병원에서 인턴 1년, 내과 레지던트 4년, 카자흐스탄 국제협력의사 3년, 국내 복귀 후 부산대학병원에서 1년... 지금까지의 세월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의사생활을 위한 전주곡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빠를 향해 웃음짓는 셋째 성은이)

좋은강안병원에서... 하나 뿐인 소중한 내 삶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으로 수 놓고 싶습니다.     2005.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