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의 새 보금자리

2005년 3월 2일은 우리 가정에게 큰 전환점이 되는 날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해서 산 지 1년 3개월만에...양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부산으로 이주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날은 올해부터 새로 근무하게 되는 '좋은강안병원'으로의 첫 출근날이기도 해서 '새 집과 새 병원에서 동시에 시작한 첫 날'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네 군데 집에 옮겨 다니며 살았던 탓에 결혼 5년 5개월만에 여섯번째 이사(일곱번 째 집)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물론 근무처 따라 옮겨 사시는 분들은 스무번도 이사했다고 하시던데...우리로서도 역동적인 삶(?)을 살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사한 집은 부산 대연동 황령산 터널 위에 세워진 아파트 단지에 있습니다. 이 곳은 대우그린, 삼익그린, 장백, 청구, 경동 아파트 등 제법 많은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데 저희는  삼익 그린 아파트의 18층에 살게 되었습니다. 가장 산쪽으로 붙은 아파트지요.

황령산 자락에 세워진 데다 18층 높이에 위치하고 있기에 멀리 광안리 앞 바다가 내다 보이는 멋진 전망을 보유하고 있고 대남 로타리에서 황령산터널로 이어지는 일대의 전경이 특히 밤에 압권이죠.

하지만 이 일대의 다른 아파트들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전세가가 낮은 곳이기도 합니다. 터널 위에 위치하고 있기에 진입도로가 좋지 않고 아이들의 학군이 좋지 않다는 평이 나 있기 때문이라더군요. 우리도 형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이곳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약 기간 2년과도 딱 맞아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새로 근무하게 되는 병원과는 무척 가까운 위치에 위치하고 있어  자동차로 7분이면 병원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지금까지 양산에서 부산대학병원까지 출근에만 1시간 30분 걸렸던 걸 생각하면...호사스러운 생활이 된 셈입니다.

이사한 지 이틀 후...부산에는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주일 아침,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버린 것을 보며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다 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주일 아침 7시 경에 찍은 사진입니다. 해가 막 뜨려고 할 때죠. 짙은 안개로 광안리 앞 바다가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간 밤에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아파트에서는 새로 찾아야 할 것도 많습니다. 당장 형민이가 새로 다녀야 할 유치원도 구해야 하고(덕분에 형민이는 요즘 엄마와 늘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지요.) 인근 지리와 상점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집은 부산으로 이사했지만 신앙 생활은 양산교회를 중심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부산에서 양산에 있는 교회로 출석한다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수많은 장벽이 있습니다. 새벽기도, 구역 예배, 부서활동, 아이들 주일학교..어느 것 하나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일단 양산교회에 남기로 정했습니다.

선화도 교회 문제를 두고 많이 고민하다가 이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양산교회의 여러 면들이 우리 맘을 이렇게 강하게 붙잡나 봅니다. 또 한 편으론...지상 교회는 어딜 가더라도 완벽할 수 없다는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완벽한 지역 교회를 찿는 것보다는 내가 올바른 예배자로, 제자로 서 있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지금은 고등부 교사로서, 카자흐스탄을 위한 가교로서, 바나바 하우스와 많은 동역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양산 교회에 남기로 정했습니다.  

물론 우리네 삶이란 것이...우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변수들이 돌발하고 그로 인해 우리도 예상못한 곳으로 가기 마련이지만 ...다시 이렇게 좋은 교회와 동역자들을 얻기 힘들다는 생각이 이런 결정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과테말라가 아닌 카자흐스탄으로, 알마티가 아닌 아스타나로, 부산 송도가 아닌 양산으로....우리 가정의 계획은 항상 우리가 생각지도 않았던 곳으로 이끌려 왔습니다. 앞으로의 우리 삶 역시 하나님만 아시고 계십니다.  

지난 몇 달간 우리 가정의 진로를 두고 골몰해 왔습니다. 카자흐스탄을 두고 우리 가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를 두고 생각할 때마다 더욱 그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몇 년 후 무엇을 한다." 라고 계획할 때마다...때로는 이렇게, 때로는 저렇게, 일주일 사이에도 몇 번씩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결국... 결론은 하나 였습니다. 연약한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내 앞길을 아시는 그 분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 분의 평안 속에 거하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 내 앞길을 맡기고 그저 따라 가는 것...그것이 내가 할 일이었습니다.

아파트 주변에는 황령산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송전용 철탑이 서 있습니다. 그래서 밤만 되면..."위..윙..위이윙..." 하고 철탑 사이로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듣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 소리가 무서운지..."아빠..이게 뭐지?" 하고 품을 파고 들곤 하지요.

또 양산에 비해... 수돗물도 영 안 좋습니다. 비누칠 하고 나서도 뭐가 남는 것 같고...물 맛도 영 아닙니다. 산 좋고 물 좋은 양산이 그리울 정도지요.

하지만...새로 이사한 집을 우린 너무 좋아 합니다. 그러고 보면...하나님은 우리에게 점점 넓은 집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결혼 후 카자흐스탄으로 갈 때까진 20평 아파트였지만...돌아 와선 양산에서 31평...이번에는 32평 아파트, 그것도 지은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새 집을 허락해 주셨으니까요...세 아기가 자라는 동안 부족한 공간이 없도록 넉넉하게 배려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우리 삶의 목적들을 달성하며 살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을 통해서 하시려는 '우리 가정만이 할 수 있는 일' 들의 청사진을 실현하며 살고 싶습니다. 또 한국과 카자흐스탄에서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하나님 안에서 성공한 삶이란 하워드 핸드릭스 교수님의 말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당신이 알 수 있듯이 나는 하나님께서 영향을  끼치기 위한  목적으로 그의 백성을 이 땅에 남겨 두셨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  우리가 이 곳에 존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나님은 당신과 나의 삶에 대해서 그 분의 의도를 가지고 계신다. 그 분이 우리를 이 땅에 있게 하시고 부르시고 구원하시고 은사를 주신 이유는 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