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을 맞는 성은

셋째 성은이가 드디어 첫 돌을 맞았습니다. 성은이는 2004년 1월 15일 생입니다.

성은이가 태어났을 당시..., 세 아이를 길러야 하는 육아 부담에 우리 부부 모두 걱정이 많았었지만, "첫 돌이 될 때까지만 고생하면 그 후로는 좀 수월할거야" 라며 서로를 위로했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그 1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성은이지만 갓낫아기를 기르는 어려움은 이제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혼자 서서 몇 발자국씩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성은이는 언니, 오빠가 항상 붙어 있어 그런지 말도 빠르고 눈치도 빨라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즐거움입니다. 또 엄마만 근처에 있으면 혼자 무릎을 꿇고 앉아 언니, 오빠가 노는 모습을 보거나 놀이 속에 끼어 드는데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셋째 아이의 돌...첫 아이의 돌과는 달랐습니다. 그저 가까운 가족, 친지만 모여 축하 모임을 갖기로 했지요. 남동생, 여동생이 모두 목회자 가정이다 보니 며칠이 지난 월요일 저녁에 만나서 모임을 갖기로 했고, 정작 시은이의 돌 날에는 조촐한 케잌과 양초 하나만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생일 축하 입니다. 형민이도..시은이도...이렇게 케잌 위에 초 하나가 올려지는 시간을 그렇게 좋아합니다.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촛불을 바라보며 손뼉을 치며 노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시은이의 생일 축하합니다." 이 의식은 우리 아이들에는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니, 오빠 틈에서 몇 번의 생일 축하 행사를 거친 성은이도 이 행사의 열렬 팬입니다. 젖병을 물고 잠이 들다가도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만 나오면 무의식중에 손뼉을 칠 정도니까요.

손뼉을 칠 때 아이들은 케잌 위에 밝혀진 촛불을 쳐다 보는 것 같지만 실은 아빠, 엄마의 얼굴을 더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두 사람의 얼굴이 모두 환하게 웃음짓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자신과 함께 박수를 치면서 말이죠.

생크림이나 단 쵸코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빵 만으로 이루어진 케잌을 상 위에 올려 놓았는데...이 날 따라 촛불을 몇 번씩 꺼야 했습니다. 오빠 때문에 항상 늦게 촛불을 끄게 되는 시은이의 항의를 받아 들여졌기 때문이죠.

시은이가 촛불을 끌 수 있도록 양보를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형민이는 노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움 속에서 촛불이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는 상황을 잠시도 용납할 수 없나 봅니다. 결국 아빠가 형민이를 잡고 나서야 시은이는 촛불을 꺼 볼 수 있었습니다. 성은이에게도 촛불을 끌 기회가 주어졌지만 아직은 후..."하는 힘이 떨어집니다.

이제 막 돌이 된 성은이는 "안녕.." 하고 손을 흔들 줄도 알고..밖에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고개 숙여 인사할 줄도 압니다. 일어서서 허리를 숙이는 모습은 모든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지요.

한국에 와서야 세 아이를 기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카자흐스탄에 있을 때는 제가 항상 선화와 함께 아이들을 돌봤었기에 선화의 육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생후 7개월된 형민이를 데리고 간 카자흐스탄에서 우린, 유독 세 아이를 가진 한국인과 선교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심지어 네 아이를 가진 선교사님 가정도 있었지요.) 또, 마음만 먹으면 100불에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유모도 구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세 아이를 기르는 것을 그렇게 어렵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 시절, 한국에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세 아이를 가질 수 있었을까 되물어 보기도 합니다.

셋째 성은이의 돌을 맞으며...이렇게 세 아이를 맡겨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선화는 가끔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낮에 세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종종 있어요. 숫자가 많다는 것 때문에 동시에 세 아이가 각각 다른 것을 요구할 때 제대로 만족시켜 줄 수 없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성은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는데 시은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하고 형민이가 엄마랑 책을 읽고 하는 경우에요. 만약 아이가 하나나 둘이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을텐데...그렇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불쌍할 때가 있어요."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나 봅니다. 제가 보기엔 선화는 어느 엄마보다 많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쏟아 붓고 있는데 말이죠.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할머니나 어린이집에 맡겨 두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원없이, 하루 종일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제 시은이도 네 살이 되었으니 어린이 집에 보내는게 어떻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화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린이집에 보내면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른 시기에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너무 어린 아이들은 어린이 집에 적응을 못해 오전 내내 울기도 한대요. 일부러 빨리 보낼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엄마랑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어리광도 더 부리게 한 뒤 어린이집에 보내도 늦지 않아요. 어차피 어린이집에 가면 엄마랑 떨어져 반나절 내내 지내야 할 텐데요."

이렇게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마음껏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삼남매라는 숫자적 우월성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시은이가 형민이와 대화하며 놀 수 있을 정도의 궤도에 오르자 세 아이들은 이제 몰려 다니면서 우애를 다지고 있습니다. 어느 어린이집 같기도 한 이 모임은 이 세상에 나와 가장 먼저 접한 사회이자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입니다. 우린... 방 한 구석에서 세 아이가 뭘 한답시고 모여 있는 걸 보며 뿌듯한 감정을 느끼곤 한답니다.

세 아이는 우리에게 축복인 것 같습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누리게 되는 복과 기쁨을 세 배로 부어 주시니까요. 이렇게 셋째도 건강하게 첫 돌을 맞게 되었으니 우리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이 크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