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의 임신

화의 상태가 뭔가 다르다고 느낀 것은 2월 2째 주부터였습니다. 마침 이 주는 서부산교회에서 성경 통독 새벽기도회가 시작되는 주간이었습니다. 그 주에는 두 번 참석했는데 이른 새벽 교회로 가는 차 안에서 속이 안 좋다는 얘길 여러 번 했었습니다. 그 후로 '속이 니글니글하다', '머리 끝까지 답답한 것 같다' 등의 일종의 소화불량 증세를 계속 호소하던 선화는 3째 주 들어서는 더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우린 선화가 새로운 직장 생활(엄궁 초등학교 임시 양호교사로 2월 14일부터 근무 중입니다.) 에 적응하느라 힘이 드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며 '밥을 조금만 먹자','운동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등의 대처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가끔씩 우스개 소리로 '임신 아니가?' 라고 되물었지만......우린 '설마?....' 하고 지나쳐 버렸습니다.

2월 18일 .....오랜 만에 선화와 시내에서 외식하기로 정한 시간은 저녁 6시가 넘어서였습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볼 만한 영화라는 '박하사탕' 을 함께 보기로 하고 밤 9시 10분 표를 미리 예매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 숟가락 젓가락' 으로 가서 된장 찌개를 먹고, 오는 주일부터 교회에서 사용할 마이크 스탠드 3개를 구입하러 국제 시장 전자 골목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이번에는 선화 말대로 한 군데 더 돌아 보고 사기로 했습니다. 첫 집에서는 2만원...두 번째 방문한 집에서는 만 5천원을 불렀습니다. 역시 ...조금은 다녀 보고 고르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이크 스탠드를 구입한 뒤 창선동 앞으로 나오면서 난 " 유- 테스트 사보지 않을래? "  하고 물었습니다. 유-테스트는 간단히 알아 볼 수 있는 임신 검사법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임신이 되었다면 태반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분비되는 hCG가 소변으로 나오게 되므로 이를 확인해보는 검사입니다. hCG의 요배설량은 보통 임신 30-60일 사이에 급격히 증가하여 60-70일째에 최고치를 이루고 20주에 최저치를 나타냅니다. 선화의 LMP(최종 월경일)이 1월 7일이니까....만일 이번 배란 때 임신이 되었다면 6주가 될 겁니다. 물론 발생학적으로는 4주가 되겠지요...임신 30일째부터 증가한다면 발생 2주 이후부터 증가되기 시작한다는 말인데....설사 임신이 되었더라도 이제 막 오르기 시작한 hCG인데....양성으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번 검사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린 약국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한 개 4천원....우린 비싸다....라고 얘길 주고 받으며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어 두었습니다. 함께 본 영화인 '박하 사탕'은 386시대의 비애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사의 어두운 면을 보여 주고 있었는데 .... 지루하지 않은 걸 보면 독특한 구성과 함께 주인공이 들꽂 곁에서 하늘을 보고 있는 모습이 마지막 장면이라 그랬나 봅니다. 전 386세대의 바로 뒷 세대입니다. 386세대란 30대, 80학번, 60 년대 출생자를 일컫는 말이라는군요... 전 이제 막 30세이고 90학번인데다 71년생이니....아슬아슬하게 386을 비껴간 셈입니다.

에 도착한 우리가 한 일이 뭘까요?... 바로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 검사 키트를 가지고 오는 길에 함께 여러 얘길 나누었습니다. "오빠는 결과가 어떻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로부터 시작한 얘기는 우리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 들이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검사는 복잡한 게 아닙니다. 검체에 담그고 난 뒤 1분내지 3분이 지나야 판독이 되는데 판독이라는 창에 빨간 선이 세로로 그어지면 임신 양성 반응이랍니다.

떻게 나왔을까요? 검체에 노출한지 20초도 안 되어 양성이 나왔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판독 창에 빨간 세로 선이 그어져 있는게 보일 겁니다. 달력판 위 18일 날짜 위에 키트를 올려 놓았습니다.

  선화는 믿질 않았습니다. 아니 갑작스럽게 자신 앞에 다가온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사실 우린 이제 약간 기대도 하고 있었기에 기뻤지만 갑자기 다가 온 이  사실을  받아 들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 이게 제대로   검사가 안 됐을 수도 있어....' 생각과 함께 좀 더 시간을 벌고 싶어하는 우릴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났습니다. 선화는 이제 '배가 더부룩해지고 밥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빵빵해지는 것 같다',' 속이 거북하고 니글니글하다' 는 증상을 계속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2월 21일은 월요일입니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현국이에게서 전화 연락이 왔습니다. 기독 학생회 MT가 밀양 단장면 보건지소에서 있는데 함께 가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린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가기로 결정하고 8시 20분까지 부산역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던 찰라였습니다. 그 때....화장실에서 나온 선화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내게 말했습니다. " 오빠...약간 피가 나는 것 같은데...." "뭐?...."  밀양으로 가려는 생각은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우린 함께 병원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이 결정에도 많은 고려가 뒤따랐지만.....일단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서 선화를 3층 산부인과 외래에 보내고 당직 산부인과 선생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이제 3년차 선생님이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초음파 화면에는 2cm 도 안되는 까만 동그라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태낭(Gestational sac) 이었습니다. 아직 태아는 보이지 않는 크기였고 대략 6주 크기였습니다. 최종 월경일 기준 6주 즉, 발생 4주째에는 심장이 생길 곳의 흔적이 생기고 팔이 생기려고 약간의 흔적이 보이는 때입니다. 물론 태아는 아직 초음파 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초음파로 보이려면 8주 정도(발생 6주) 되어야 합니다. 산모가 태동을 인식하는 때는 약 20주 정도랍니다.  G-sac은 깨끗했고 출혈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말로는 출혈이 아니라 일종의 분비물일 거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우린 다행스런 마음에 들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화도 이제 완전히 확인된 임신 소식에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사실이 믿어지지 않지만 이건 우리 앞에 다가온 또 하나의 현실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자연의 이치에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 보면 한 시라도 하나님이 인도해 주시지 않으면 걸어갈 수 없었던 길들이었습니다. 그 하나님이 지금도 나와 선화를 인도해 주시고 계십니다. 하나님만 바라고 그 나라를 구하며 사는 우리의 생의 목표는 우릴 인도해 주시는 주인되신 살아계신 하나님이 계시기에 흔들릴 수 없으며 그래서 우린 안심하고 그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